Telling you.../About Movies2011. 2. 20. 23:02

제한. 무엇인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면서 치명적이다. 축구 경기나 농구 경기는 제한된 시간안에 승부를 내야하고, 야구는 시간은 제한이 없지만 횟수의 제한이 있다. 단순하게 운동 경기에만 제한된 것은 아니고 인생의 모든 것은 제한이 있다. 어떤 조건이든. 127시간이라는 영화는 그 제한의 조건을 극한으로 몰아놓은 영화다.

 < 127 시간 >


* 이건 뭐 스포라고 할 것도 없구나. 어쨌든 스포 있음. *

127시간은 잘 알려진대로 애론이라는 탐험을 즐기는 청년이 계곡에서 팔이 돌에 끼어서 갇힌 상황에서 버티다가 결국 자신의 오른팔을 자르고 빠져나오는 얘기다. 실화에 바탕을 둔 얘기니 단순하긴 하지만 이야기의 풍성함은 더 이상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할 듯하다. 게다가 주인공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화를 끌어가야 하는 제한을 가지고 시작하는 영화다. 주인공이 오른팔을 움직이지 못하고 제한된 상황에서 배경의 제한, 현실적 등장인물의 제한, 시간적 제한등, 거의 모든 제한된 조건을 가지고 시작하는 영화다.   

이렇듯 127시간은 모든 것이 제한된 영화다. 모든 것이 제한된 상황에서 그것을 얼마나 풍성한 영화로 만들 수 있느냐의 도전인 영화다. 이런 도전을 받아들인 감독은 누구도 아닌, 바로 대니 보일이다. 그야말로 이런 도전을 즐길만한 사람 아닌가. 주인공만큼이나 도전을 즐기는 보일은 제한을 창작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역동적인 카메라 이동의 움직임으로 제한된 공간감을 극복한다. 이야기의 단순함은 과거의 회상과 환상으로 풍성하게 만들어낸다. 슬럼독 밀리네어에서 같이 작업했던 A. R. 라만의 음악은 여전히 리듬감 넘치고, 역동적인 카메라와 잘 어울린다.

영화내의 재기 넘치는 장면중 좋았던 장면은 토크쇼처럼 애론이 혼자 떠드는 장면이다. 카메라의 포커스로 화자를 정하고, 객관적이면서도 동시에 감정적으로 자기의 상황을 그려낸다. 게다가 인위적인 관객의 반응까지 집어 넣음으로 해서 역설적으로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표현한다.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안에서 여러가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들에 대한 표현부터 시작해서 과거에 대한 후회, 앞으로에 대한 기대, 두고온 것들에 대한 미련. 다양한 감정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낸다.

127시간은 대니 보일이 마치 손발을 묶고 탈출 마술을 하는 것과도 같은 영화다. 제한과 제약이 가득한 조건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좋은 영화를 만드는지에 대한 교과서같은 작품이랄까? 대니 보일이니까 할 수 있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1. 2. 17. 17:58
영화 개봉일이 오늘이니 써둔 리뷰 방출!!!

만추, 제목만 들었던 이만희 감독의 고전이었다. 사실 영화를 좋아한다고는 해도 고전 명작들을 그리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고전 영화들을 그리 많이 보지는 않았다. 만추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 리메이크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반가웠다. 배우에 대한 기대나 원작을 어떻게 리메이크하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김태용 감독의 세번째 장편이란 점에 더 기대가 컸다. 김태용 감독은 '여고괴담, 그 두번째 이야기'를 민규동 감독과 같이 공동연출했고, 2006년에는 '가족의 탄생'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5년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 만추 - Late Autumn >

* 스포 있음 *


만추는 한 마디로 텅 빈것 같은 영화다. 화면 가득 뭔가를 들이내서 강요하지 않는다. 여백과 여운으로 말하는 영화랄까. 

간단히 스토리를 정리해 보면, 남편을 죽인 죄로 감옥에 갇힌 애나라는 중국 여인이 어머니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특별히 3일간의 외출을 허락받아 시애틀에 오던 길에 여자들에게 몸을 파는 한국인 남자 호스트인 훈을 만나 3일간 함께하며 사랑을 느끼고 감옥으로 돌아가는 얘기다. 스토리 쉬워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심플한 스토리라인에 이야기를 쌓는 솜씨가 훌륭한 영화다.

처음 이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 들었을 때,
약간은 무리한 설정에 어려운 배경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은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살인을 저지른 중국 여인과 한국인 남자 호스트가 미국 시애틀에서 만난다?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국적에 공간적 배경마저 완전한 타국이다. 그런데, 이런 낯선 느낌이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일조한다. 익숙한 공간에 주위에 비슷하게 생긴 동양인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 낯선 공간에 다르게 생긴 금발머리에 파란 눈의 서양인들의 사이이기 때문에 애나의 외로움에 대해 더 공감이 간다고나 할까.

애나의 외로움이 극에 달하는 장면을 보면, 집에 온 다음날, 길거리에서 옷도 사입고 짧은 외출을 즐기려는 애나는 막힌 귀도 아픔을 참아가며 뚫고, 예쁜 원피스도 사입고 머리도 풀고 기분을 낸다. 그러나 길 한복판에서 울린 교도소에서 걸려온 위치 확인 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현실을 다시 깨닫는다. 나는 수인번호로 불리는 죄수일뿐. 아무리 예쁜 옷을 입고 어울리려 해 봐야, 나는 외출을 나온 죄수일 뿐. 그녀는 다시 마음을 닫고 옷을 버스 터미널 화장실에 벗어두고 나와 보지만, 버스 티켓을 사서 돌아가자니 그건 또 싫다. 싱숭생숭한 그녀에게 다시 나타난 훈. 여전히 차가운 애나. 둘은 다시 시애틀의 거리에서 만난다.

시애틀이라는 공간적 배경도 영화의 중요한 요소다. 비와 안개의 도시라는 시애틀이기에 영화는 전체적으로 흐릿하고 고독한 느낌을 준다. 안개낀 도시를 걷는 두 주인공, 잠시 맑은 날도 있지만, 오프닝에서 젖은 거리를 걸어내려오던 애나의 모습이나, 지독한 안개로 휴계소에 정차하는 마지막 장면처럼 습하고 외로운 느낌으로 영화를 채우는 공간적 배경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다.

이 영화의 전체적으로 대사가 많지 않다. 주인공 둘 간의 대사양도 그리 많지 않고, 오히려 애나의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나올때 중국어 대사가 훨씬 더 많다. 애나와 훈은 버스에서의 인연을 이어가며 만나기는 했지만 영화 중반까지는 이름도 서로 알려주지 않는다. 애나의 경계심은 훈이 다가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다 훈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되는 곳이 범퍼카를 타는 장면이다. 범퍼카를 타다 멈춘 그들의 왼쪽 벽이 뜯기며 나타나는 두 남녀. 마치 연극처럼 무대처럼 만들어진 장소에서, 들리지 않는 그들의 대화에 대사를 얹기 시작하는 훈과 어느 순간 무대의 그녀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투영한 애나. 애나는 그녀의 입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말을 한다. 그리고 둘은 유령 시장을 뛰어간다. 애나가 감정을 폭발시키는 몇 안 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의 연출도 앞의 무대위에서의 장면과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애나는 영어로 말하다가 훈이 중국어로 '하오(좋다)'와 '화이(안좋다)'라는 두 마디밖에 할 줄 모른다는 걸 알고 중국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훈은 중간에 자신이 아는 두 마디로만 대꾸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이 장면에서 애나와 훈은 교감의 수위를 높여간다. 애나의 말에 어느 순간 적절한 단어로 대꾸하는 훈을 보며, 애나는 정말 이 사람이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건가 싶은 느낌이 들어 웃기도 하지만, 얘기를 이어나가면서 애나는 점점 자신의 마음을 열어간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한다는 말이 정말일지도 모르겠다. 애나는 자신의 얘기를 풀어가며 마음의 응어리를 조금씩 마주한다. 

김태용 감독의 연출이 좋은 것이 이런 사소한 부분, 역설적인 상황에서 더 절실해지는 사람의 심리를 잘 그려낸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웃기게 시작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지해진다. 애나도 장난삼아 시작했으나 얘기를 하다보니 진심으로 대꾸해주는 훈에게 마음이 열리고,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에도 진지해 지는 거다. 이런 식의 연출이 후반부의 장례식후의 식사 장면이다.

장례식 후의 싸움 장면의 포크 사건은 애나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하게 만들어주는 훈의 선물이다. 이 장면도 위의 장면과 마찬가지로 웃음으로 시작해서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며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애나가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미안하다는 말을 포크를 이용해 끌어내는 연출력이 좋다.

이제 훈을 조금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그는 거의 모든 것이 숨겨진 인물이다. 그의 직업이 유부녀들을 상대해주는 호스트가 직업인 남자라는 것은 금방 드러난다. 그가 쫓기고 있다는 것도 금방 알수 있다. 영화 전체를 봤을 때 훈은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평면적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는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다 끝난줄 알았던 얘기를 다시 뒤집어 앞의 사건과 연결해서 훈을 사지로 끌고 가는 그 장면에서의 텅빈 훈의 표정, 애나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는 그 장면이, 그에 대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다. 포스터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현빈은 무미건조한 영어를 구사해서 오히려 캐릭터의 뻔뻔함을 극대화한다. 감정이 덜 실린 영어로 오히려 영화를 살렸달까. 그가 너무 자연스러운 억양으로 감정을 제대로 실은 대사를 쳤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기도 하다. 훈도 텅 빈 인물이다. 애나와는 좀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훈 역시도 텅빈 인물이다. 그가 왜 애나에게 끌렸을까. 돈이 많아 보여서도 아니고, 매력적으로 꾸미고 다니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돈을 갖다 바치면서 같이 있자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빌린 돈 안 갚아도 된다고 다시 보지 말자고 하는 그녀에게 왜 훈이 집착하는 걸까? 텅빈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 걸 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애나의 마지막 감정 폭발 장면은 마지막에 나온다. 애나가 커피를 들고 다니며 훈을 찾는 장면에서의 절박함이 바로 그것. 자다 깨보니 없어진 훈. 그와 함께 마시기 위해 뽑아든 커피 두 잔을 들고 휴게소 안을 떠도는 그녀. 어느새 안개는 걷혀서 자신이 갈 길이 보이는데, 함께해준 이는 사라졌다. 그녀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어느 순간 경찰차를 보고 멈춰서는 그녀와 함께 페이드 아웃.

그리고 기다리는 그녀의 출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중의 하나인 엔딩 장면이다. 해가 내려쬐는 휴계소에서 훈을 기다리는 애나. 문이 열릴때마다 문을 돌아보며 그녀는 그를 다시 만나면 건낼 인사를 연습한다. "안녕, 난 애나에요." 하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과연 나중에라도 도착했을까?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만추는 여운이 좋은, 제목처럼 겨울이 오기 전의 늦가을의 느낌의 영화다. 차갑고 습하지만 안개만 걷히면 따뜻하게 다가오는, 걸음을 늦춰서 조금은 느리게 걸어도 좋을 것 같은 영화다. 숨막히는 블록버스터와 스릴러에서 빠져나와 잠시 천천히 감상해 보면 좋을 영화다. 훈보다는 애나에게 마음을 주고서...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1. 2. 13. 23:47

디즈니 애니메이션하면 과거의 영광이 먼저 떠오르는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생긴지 50년이 되었다는 기념로고처럼 그들의 역사는 길고, 그 동안에 영광과 실패, 재기를 경험했다. 89년 인어공주로부터 시작해 애니메이션 뮤지컬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려 잠잠하던 그들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고, 몇 년간 이어졌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까지 승승장구하다가 헤라클레스에서 삐끗하는 것 같더니 포카혼타스로 바닥을 쳤다. 노틀담의 곱추와 뮬란으로 조금은 괜찮아 보였으나 그 이후로 근 10년간 제대로 히트친 애니메이션이 없어보였다. 그러다가 픽사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나서 만들기 시작한 "볼트"와 같은 작품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이번엔 매력적인 동화로 다가왔다. 

< 라푼젤 >



라푼젤은 미국 개봉당시에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높여왔다. 맨디 무어가 연기한 목소리와 노래들, 3D 효과 같은 것들도 좋지만, 사실 가장 좋은 부분은 새롭게 해석된 라푼젤이라는 동화다. 90년대 초반의 디즈니가 예전 동화들을 음악가 함께 아름답게 포장해서 내놓은 거였다면 최근에 나오는 작품들은 새로운 해석으로 다가온다. 작년에 개봉했던 공주와 개구리도 흑인 공주를 등장시킴으로해서 기존의 동화를 뒤집었고, 이번 작품도 탑에 갇혀있던 수동적 이미지의 라푼젤을 역동적인 18세 말괄량이 소녀로 바꿔서 새롭게 풀어냈다. 사실 디즈니에게 재해석이라는 것은 부담스러운 작업일수도 있다. 드림웍스는 시작부터 반항아같은 이미지로 비트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디즈니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 라세터의 도움을 받은 디즈니는 이 작품을 제대로 바꿔놨다.

자유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가지고 있는 호기심 많은 라푼젤은 우리가 동화에서 봐왔던 탑속에 갇혀 구원을 기다리던 소녀가 아니다. 자유와 바깥세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던 그녀에게 어느날 나타난 도둑 플린에게 부탁해 단 하루만의 외출을 감행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자신을 가둬온 마녀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찾는다. 뭐 스토리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과 주인공들의 매력이 이전의 디즈니 애니에서 보기 어려운 방식이다.

라푼젤의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플린의 캐릭터도 매력있지만, 파스칼과 막시무스처럼 대사도 없는 동물캐릭터도 말만 안한다 뿐이지 사람이나 다를바 없는 활약을 보여주는 매력있는 등장인물이다. 술집에서의 건달들도 후반부에서 다시 활약하며 영화의 재미를 더 한다. 그 외에 다른 소소한 부분들에서도 유머의 아이디어들도 빛난다. 음악도 알란 맨켄의 음악으로 과거의 애니메이션의 영광을 부활시킴과 동시에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부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음악의 통일성에 맨디 무어가 부른 노래들도 좋다.

사실 이 애니메이션도 기술적인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품이다. 이 자연스러운 머리칼 액션은 90년대에는 불가능했다. 머리칼 하나하나를 표현하기엔 CG 기술이 그만큼 발전하지 않았었으니까, 지금은 그 정도는 자연스러운 수준으로 CG 가 발전했으니 가능한 영화다. 라푼젤의 표정의 다양함을 보면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에서의 노하우가 디지털 애니메이션에도 잘 녹아들었음을 알수 있다. 거기에 더해 3D 기술까지 더해져 더 매력있는 작품이 되었다. 특히, 호수에서 보는 랜턴이 떠 다니는 장면은 3D 효과를 제대로 보여준다.

단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약간은 전형적인 엔딩임은 분명하고, 다들 주인공을 도와주지 못하기에 안달이 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화이다보니 한계가 있어보이기도 하지만 전형성을 다 벗어나지는 못한 부분이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푼젤은 훌륭한 애니메이션이다. 간만에 나온 잘 만든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드림웍스의 뒤집기나 폭스의 아이스 에이지, 픽사의 독창적 이야기와는 다른 차별화에 성공한 디즈니만이 할 수 있는 길을 제대로 찾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1. 2. 10. 23:56
오늘 현대카드 레드 카펫 시사회로 만추를 만났다.
김태용 감독과 현빈, 탕웨이가 무대인사를 돌았다. 현빈이 요즘 인기가 좋기는 좋은지 난리가 났더군. ㅎㅎ

(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아이폰 카메라로 땡겨서 찍어봐야 나오지도 않아... =_=)

하여튼 각설하고 영화의 자세한 리뷰는 개봉일 이후에 올리도록하고 우선 첫느낌.

영화는 아주 좋았다. 쓸쓸한 여운이 긴 영화인데 그렇다고 그리 어렵거나 있는 척 하지도 않는다. 유머와 슬픔이 교차하는 페이소스도 느낄 수 있다.  

추천!!!!



Posted by 파라미르
영화제목을 처음 들었을때,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인가 도대체 감이 오질 않았다. 극찬한 평론가도 있고 하기에 선택한 이 영화. 놓쳤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 I am Love >



* 스포 있음 *

이 영화는 2009년 영화로서 우리에게 좀 늦게 소개된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이기에 모든 대사가 이탈리아어로 진행된다. 그 와중에 우리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주연배우다. 틸다 스윈튼. 이름을 들으서 모른다면, 벤자민 버튼에 나오는 귀부인, 아니면 콘스탄틴의 가브리엘, 그래도 모르겠으면 나니아 연대기의 하얀 마녀. 이 정도면 알아챌 것이다. 1960년생으로 1986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베테랑 배우이다.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쓰는 그녀가 이번엔 이탈리아말을 하는 러시아 여인으로 나온다. 능청스럽게 영어를 못 알아듣는 척, 통역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여간, 그녀의 연기는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어 엠마로 기억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그리 특이할 것 없다. 우리가 TV에서 많이 보던 사랑과 전쟁의 막장 스토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까놓고 말해서 아들 친구랑 바람나고, 아들에게 걸리고 나서 사고이긴 하지만 자기 아들을 죽게만든 아줌마가 가출하는 스토리다. 이게 막장이지 뭐냐. 그렇다. 막장이다. 나도 영화를 볼때 앞뒤가 딱딱 맞는 스토리와 설득력있는 진행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 막장 스토리를 독창적인 연출로 시린 이미지로 만들어 낸다.

영화의 전반부 30분정도는 캐릭터의 소개와 가족간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의 기반 구축부분이다. 여기서의 카메라 워크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건물밖은 매우 고정된 밋밋한 회색으로 가득한 정적인 샷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그 반면, 집안에서의 카메라는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인물 위주의 카메라 앵글이 아니라 오히려 사물이나 배경에 포커스를 맞춰서 의도적으로 인물을 중앙에서 제거한다. 그렇다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집중해서 보게되어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 30분이 영화에서 대사가 제일 많은 부분이며, 진행되면서 대사는 계속 줄어든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발전되는 2막이라고 볼 수 있는 몇 달 후의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제대로 얘기를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죽고나서 그 이후의 얘기들에서 막내딸은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엠마는 안토니오에게 빠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계기는 그가 만든 음식이다. 그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감정을 깨우친 걸까. 그녀는 안토니오에게 빠지고, 그를 몰래 따라가기도 하며, 위험한 선을 넘나든다. 여기서의 연출 역시도 좋은데, 둘의 야외 러브신은 자극적인 섹스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몸의 일부를 클로즈업으로 잠시 잡고, 주위의 사물과 꽃 사이로 빠져들어가는 곤충, 그리고 음악과 사운드로 긴장감을 살리면서 동시에 둘의 사랑의 위험함을 표현한다.

영화의 종반부로 갈수록 대사는 더욱 줄어든다. 카메라는 점점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짧은 샷들로 화면을 채워간다. 그 리듬이 뛰어나고, 음악도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가 나오는데, 이것은 엠마의 몫이 아니다. "존재하지도 않았었다"는 대사와 함께 엠마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놔버린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서부터의 모든 과정은 감정을 극대화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시퀀스는 꼭 보면 좋겠다. 짧은 쇼트와 음악의 조화로 감정을 극대화하면서도 주변 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동시에 잡아내며 클라이막스로 끌어가는 힘이 아주 좋다. 

그런데 도대체 왜 엠마가 그랬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좀 생각해보면, 막내딸은 동성애자임을 고백했고, 스스로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그녀도 안토니오의 요리를 먹고 정신줄까지 놓는 행복을 맛봤고, 안토니오를 보는 것이 좋으니까? 뭐 이렇게 변명해볼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모든것에 이유를 다 댈수는 없고, 그냥 그런 것도 있으니까.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이미지와 연출의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그보다는 연출로 승부를 건 영화다. 스토리가 좀 빈약하다고 느낄수도 있겠지만 다른 것들이 그것을 어느 정도 감쇄시킨다고 본다. 헐리웃의 전형적인 연출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은 한 번 보시라. 영화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 싶을 것이다.


P.S. 그 외에 1월중순부터 본 영화들 정리를 좀 해 보면.

메가마인드 - 적당한 비틀기로 슈퍼 히어로들을 바꿔서 보는 재미가 있다. 패러디들도 많아서 원작을 안다면 쏠쏠한 재미가 있을숟 있다. 다만, 그 재미가 그리 크진 않다.

걸리버 여행기 - 잭 블랙의 원맨쇼. 현대판 동화처럼 해피엔딩과 희망적 메시지를 준다. 비틀어진 재미보단 착한 동화같다. 그냥 착하기만 해서 밋밋하기도 하다. 

조선명탐정 - 잔재미는 좋으나 전체적 스토리가 너무 쉽게 간파당하고, 전반부의 리듬을 후반부에 전혀 살리지 못하며 흐름이 자주 끊긴다. 오달수의 개인기와 김명민의 허접한 캐릭터가 살리긴 했으나 어딘가 좀 부족해 보인다.

밀리기 시작하니 또 문제구나. =_= 



Posted by 파라미르
나홍진, 김윤석, 하정우. 이 세명의 조합으로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던 추격자. 그 이루 2010년 겨울에 이들이 다시 뭉친 영화 황해가 개봉을 했다. 2011년 신년을 맞아, 조금 뒤늦기는 했지만, 황해를 보게 되었다. 사실 작년말에 보려고 했는데 조금 미뤄지긴 했지만.

< 황해 >



* 스포 있음 *

황해는 한 마디로 정리하면 대단한 영화다. 뚝심이 느껴지는 영화다. 4부로 영화의 파트를 의도적으로 구분한 것도 그렇고 그 4개의 파트를 감독이 원하는대로 밀고나가는 뚝심이 보이는 영화다. 개인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그래서 좋은 영화냐라고 물어본다면 추격자 만큼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재미는 있다.

영화를 좀 살펴본다면 이 영화는 구남의 원 톱 영화다. 김윤석과 투톱 영화처럼 광고가 되고 있지만, 사실 영화의 모든 흐름은 구남의 선택으로 변화하고 발전한다. 다른 외적인 변수들이 발생하지만 결국은 구남이 그 변수들에 어떻게 반응하는 가에 그를 쫓는 무리들이 다시 반응하고. 이런 과정으로 영화가 이뤄진다.  

사실 이 영화는 둘의 대결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강력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구남과 그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김태원 사장의 패거리들, 면가의 패거리들까지. 1대 다수의 대결이다. 그리고 그 다수도 서로 반목하기에 연합할 수 없는 사태라는 것이 또다른 긴장의 축이다.

구남은 절망적 상황에서 시작한다. 면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절망적 상황에 처해진 구남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다. 감독은 우리에게 구남에게의 감정적 동화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준다. 그래서 우리는 면가가 사람을 죽이고 오라는 제의를 했을때, 왜, 누가 시켜서라는 의문을 전혀 가지지 않는다. 그에게는 한국에 있는 아내라는 강력학 동기가 있다. 이 동기는 구남에게 달려나갈 동력을 준다. 아내를 찾으러 갈 수단으로 이용했던 면가의 제안이 어느 순간 오히려 아내를 찾는 것을 방해한다 게다가 영화의 중반에 이 강한 동기가 무너진다.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고 나서 그의 동기는 바뀐다. 누가 이런 일을 시켰는가로. 처음에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것만이 남은 거다. (여기서 이 영화의 종반에 대한 아쉬움이 나타나는데, 하나의 동력을 잃은 구남에게 다른 복수라는,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한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면 은행에서의 그런 마무리는 너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구남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인 인물이다. 주어진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을 취해가며 극을 능동적으로 끌어간다. 면가나 김태원은 오히려 수동적이다. 구남이 벌린 판을 따라가며 그를 저지하려 애를 쓰는 과정에서 둘의 충돌이 일어나며 서로를 파멸로 끌어가는. 정면을 보고 서로 질주하는 기관차같은 느낌이랄까? 김태원은 그래도 확실한 모티브가 있다. 면가는 그런 거 없다. 도대체 왜 그는 구남을 그렇게 죽이려 드는 걸까? 애초에 왜 구남을 골라서 보냈을까? 이유 따위 필요없다. 그냥 그런 놈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모든 것을 이용하는 그런 놈일 뿐인거다. 추격자에서의 하정우의 역할처럼.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캐릭터의 성장과 발전으로 인한 공감은 어렵다. 구남에 대한 동정으로 인한 감정이입외에는. 그 대신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와 숨김없는 날것의 폭력, 강한 충격을 가진 잘 만들어진 추격신들의 매력으로 끌고간다.

영화의 시작에서 전반까지는 김승현 살해를 위한 구남의 노력과 꼬이는 사건에 대한 얘기로 끌어나가고, 후반부에서부터 진짜 얘기가 시작된다. 김태원이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하며, 꼬이고 꼬인 그들의 관계와 구남의 선택에 대해 보여준다. 이 영화를 왜 굳이 인위적인 4부 구성으로 잡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없지는 않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각 부의 제목들은 영화를 구성하는 핵심인물들을 지칭한다. 1부 택시운전사는 구남, 2부 살인자는 김태원 (왜냐하면 구남은 누구를 죽이지 않았다. 비서는 살아있었으니). 3부 조선족은 면가를. 4부 황해는 말 그대로 황해를 뜻한다.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은 사실 모험이기도 하다. 관객들의 감정흐름도 끊어낼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홍진 감독은 잘 해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다. 영화를 전체 다 해서 구남은 대사가 그리 많지 않고 액션과 표정으로 말한다. 하정우는 말그대로 구남이 된 것 같고, 면가의 김윤석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같다. 조성하는 사실 이 영화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비열하기도 하면서 여자를 뺐겼다고 분노해서 사람을 죽이려고 사주까지 하는 질투에 사로 잡힌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그를 잘 표현해냈으며 두 주연에 크게 밀리지 않을 존재감을 보여줬다.
 
추격신들의 연출은 힘이 넘치는데, 특히 차량 추격신은 지금까지의 차량 추격신들을 심심하게 만들 정도의 파워를 보여준다. 특히 트레일러 돌파장면은 기대 이상이다. 디테일한 연출도 좋고, 특히 구남이 계속해서 보는 깨진 거울, 깨진 액자를 보며 그것들이 보여주는 왜곡된 이미지가 그들의 운명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또, 리듬감을 놓치지 않은 전체적 연출의 흐름과 효과적인 노출의 기술은 나홍진 감독이 실력있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결국 이 영화는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간다.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처참한 현실로, 파멸의 길로 끌고가고, 서로를 마주보며 달려가게 하고, 남편에게 간다는 한 마디로 죽임을 당하고, 내연녀와 바람핀 놈을 죽이려다 자기도 죽고, 돈 좀 벌고 복수 좀 해보겠다고 덤비다가 죽고, 모든 것을 잃고 바다에 빠진다. 모두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파멸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거지. 

과연 마지막에 기차에서 내린 그녀는 어떻게 된 것일까? 나는 바다로 떨어진 구남의 아내만이 황해를 통해 돌아갈 수 있었다는 표현이라고 본다. 황해는 구남에게도, 면가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살아서 건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줌의 재가 된 그녀만이 건널 수 있게 허락받은, 그곳이 바로 황해다.


P.S. 2011년 첫 영화는 트론이었는데, 비쥬얼로는 좋은 영화였다. 엔터테인먼트로서는 좋은 영화.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0. 12. 27. 21:02

2010년이 다 지나가는 시점에서 올해 본 영화들에 대해 정리를 해 봤다.

우선 극장에서 영화를 본 횟수는 총 46회. 중복 관람한 영화(Inception)를 제외하면 총 45편을 극장에서 관람했다.
이용한 극장은 아래와 같다.
CGV  - 14회
Lotte Cinema - 16회
Megaobx - 13회
Cinecube - 2회
Arthouse Momo - 1회
보는 영화들이 개봉작이 많아서 그런지 3대 극장 체인에 많이 편중되어 있었다.

2010년 한국영화 Best 10
1. 시
2. 부당거래
3.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4. 옥희의 영화
5. 시라노 연애 조작단
6. 하하하
7. 이끼
8. 내 깡패같은 애인
9. 아저씨
10. 의형제

2010년 외국영화 Best 10
1. Inception
2. Toy Story 3
3. Social Network
4. Shutter Island
5. Buried
6. Hurt Locker
7. The Road
8. Ghost Writer
9. Up In the Air
10. How to train your Dragon

2011년을 열 영화는 트론일 것 같은데, 재미있을런지 모르겠다. 황해도 봐야하는데..... 으음....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0. 12. 12. 01:03

CSI Lasvegas 5시즌 마지막 편을 보면 닉이 관에 파묻히고 장소를 찾아서 그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2개의 에피소드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장면들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서인지 영화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때, 드라마가 바로 머리에 떠올랐다. 그런데, 영화는 기대보다 훨씬 좋은 영화였다.

< Buried >



사실 포스터와 인터넷에 나온 정보들만 뒤져봐도 영화가 대충 어떤 영화일 것이라는 것은 있다. 관속에 갇힌 남자가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라는 거지. , 관속에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있다. 바꿔 말하면 영화는 시작부터 굉장한 제약을 가지고, 무리수를 던지며 시작한다. 공간적 제약, 게다가 시간적 제약, 등장인물의 제약까지 두면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다. 그러면 승부를 있는 곳은 시나리오와 연출이다. 영화의 정수라고 있는 두가지. 영화는 두가지에만 승부수를 걸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 스포 있음 *

우선 가장 먼저 말은 답답한 참는 사람은 보지 말라는 거다. 영화의 초반 5분을 보고 답답해 하는 사람이 많을텐데, 폐소 공포증 있는 사람은 정말 보면 같다.

그럼 영화의 상황적 출발점부터 살펴보자. 초반 주인공이 전화기를 찾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름도, 상황도, 어딘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아랍어로 설정된 블랙베리를 찾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저기가 아랍어권 국가구나 정도만 있다. 그가 전화를 걸어 911 누르면서부터 영화는 상황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그의 이름, 이라크에 있다는 , 사설 회사의 계약직 트럭운전 기사라는 , 아내의 반대도 무릅쓰고 이라크에 왔다는 . 그의 트럭들이 공격을 당하고 그는 정신을 잃었다는 . 배경들이 간접화법을 통해 전달되어오고, 과정에서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사회에 대한 풍자도 곁들인다. 현실에 대한 비판도 끝없는 전화 돌리기 스킬과, 회사의 꼬리 자르기 기술을 보여주며 감정적 동화를 노림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풍자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간접적 노출과정도 시나리오의 명민함으로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혼자만 있기 때문에 대사전달로 인한 간접적 전달이 전화를 이용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핵심을 전달하는 시나리오의 치밀함이 좋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달한다. 요양원과 어머니의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간단히 설명해 버린다.

감독은 공간의 제약을 걸고 주어진 상황을 완벽하게 이용한다. 우선 주인공에게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감정적 동화를 위한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한정적인 자원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에게는 이상 강한 동기가 있을 없다. 생존을 위한 필사의 노력보다 강한기가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관객들은 감정적으로 폴과 하나가 된다.

시간의 제약을 두고 시작해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긴장감을 올리는 기술도 뛰어나다. 관안에서 시작하는 만큼 관객들은 시간의 흐름에 둔감할 밖에 없는데, 그것들을 이용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연출면에서는
좁은 관안에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뛰어나다. 좁은 관에서만 움직이지만 카메라는 매우 역동적이다. 특히 뱀이 등장했을때의 긴장감은 대단하다. 영화에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생물이 부딪히며 대립하는 장면은 , , 전화가 동시에 부딪히며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이걸 보고 있으니 화려한 볼거리와 폭발장면이 서스펜스의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

마지막 반전에 대한 힌트를 미리 주고 후에 충분히 활용하는 반전의 기술도 좋다. 연출덕에 효과가 극대화 된다. 엔딩직전에 희망적인 환상을 보여주어 결말과의 완벽한 대비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는 영리하다. 시나리오의 치밀함과 연출력만으로 모든 제약을 극복해 영화다. 영리하게 사람을 쥐락펴락하다 마지막에 정신줄을 놓게 만들고 자기들끼리 기타치고 노래부르며 사람을 맥빠지게 만든다. (엔딩에 나오는 노래도 감독이 가사를 썼더라.) 정신적으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기도 하지만, 간만에 제대로 긴장감을 주는 영화를 만나 기쁘기도 하다. 두번 보기는 어려울 영화지만. =_=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0. 12. 5. 23:33
보고 싶은 영화는 다 다음주 개봉이라 이번 주에는 머리하러 간 김에 지금 예매 1위라는 영화를 보러 갔다. 중간은 하겠지라는 생각이었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은 하지 않았다. 근데 이게 또 밋밋하네.

< 쩨쩨한 로맨스 >

* 스포 있음 *


요즘 그래도 핫한 배우인 이선균과 최강희가 만났고 영화의 소재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영화를 보고났더니 밋밋함이 생각보다 심했다.

섹스라는 것은 도구일 뿐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방점은 완전히 로맨스에 찍혀있다. 영화의 초반에는 그래도 좀 설득력이 있게 시작된다. 둘 다 약간 절실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어 절박한 상태를 숨기고 조금씩 허풍도 쳐가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려나가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절박한 상태의 무게가 줄어든다. 로맨스에 방점을 찍어놓다보니 오히려 절박한 시작은 어느새 뒤로 밀린다. 내적 갈등에 대한 묘사가 좀 더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감정의 흐름도 극적으로 떨어뜨렸다가 다시 올라올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쉬운 법인데, 이 영화에서의 감정의 흐름은 밋밋하다.

캐릭터의 특징도 별로 없다. 이선균은 파스타의 셰프랑 다를 바 없고, 최강희는 특징이 없다. 귀여운 이미지로만 몰고 나간다. 그러니 캐릭터의 성격의 폭이 좁을수 밖에 없다. 조연 캐릭터들도 자리가 잘 잡히지 않았달까? 류현경과의 대비를 통해 최강희의 순수함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면 좀 더 직접적인 묘사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같다. 대신 이선균의 친구들처럼 약간 과장된 캐릭터가 오히려 극을 띄워서 분위기를 살려준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부분은 상황들의 디테일과 과장된 성적 판타지다. 정배와 다림의 베드신이 좋은 예다. 만화를 통해 드러나는 과장된 성적 판타지도 재미를 살려준다. 문제는 현실에 기반해서 감정적 흐름을 살려야 할 인물들의 감정이 비약되고 조작된 느낌이 든다는 거다. 사실, 이 영화가 영화가 아니라 한 4부 정도되는 미니 시리즈 였다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0. 11. 29. 00:03
한석규, 김혜수. 이 두 배우가 예전에 함께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닥터봉이라는 영화였는데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2010년에 그 둘이 최고의 배우로 성장한 후에 다시 만났다. 나름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 이층의 악당 >

이 영화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만든 손재곤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과 같이 살벌한 살인사건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이번 영화도 사연을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이 만나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다.

스토리 라인이야 잘 알려져 있으니 넘어가고 간단하게 영화에 대해 정리해 보면.

우선 이 영화는 두 배우의 매력이 살린 영화다. 상황적 요인으로만 봐도 재미있을 수 있지만, 캐릭터를 잘 살려낸 두 배우의 연기가 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살려준다고 볼 수 있다.

빵빵터지는 개그는 아니지만 적절한 상황에서 한번씩 터트려주는 개그와 상황들은 재미를 잘 살려준다.

시나리오가 어떻게 끝이날지 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비교적 평이하게 잘 마무리해 낸 것 같기도 하다. 감독은 본인이 강한 코미디 장르로 극을 가져갔는데, 사실 스릴러 장르로 나가도 충분할 만한 얘기처럼 보인다.

두 배우의 매력과 적절한 시나리오의 힘으로 볼만한 작품이다. 엄청나게 좋은 작품이라기보다는 포지셔닝을 잘한 작품이다.

p. s. 스카이라인 보다는 이 영화를 선택한게 확실히 더 잘한 일 같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