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ing you.../About Movies2013. 4. 14. 21:56

길게 할 말이 있는 영화들은 아니라 간단히 - 


*스포 있음 *




장고:분노의 추적자 (2013)

Django Unchained 
8.2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토프 왈츠,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정보
드라마, 액션, 로맨스/멜로 | 미국 | 165 분 | 2013-03-21
글쓴이 평점  


장고 : 타란티노가 작정하고 바스타즈의 나치처럼 학살당해도 상관없을만한 인간들을 소재로 삼았다. 타란티노의 유머감각과 잔인한 표현들이 잘 어우러져 정점을 찍었달까? 제이미 폭스가 멀쩡한 얼굴로 개그를 치는 모습이나 크리스포터 월츠의 능글맞은 독일인 현상금 사냥꾼 연기도 좋다. 마지막에 몰아치는 액션의 향연의 쾌감이 대단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디카프리오가 조금 소모된 듯한 느낌은 있지만, 사우멜 잭슨의 연기는 그 중에서도 볼만하다. 게다가 타란티노 만큼 남자들의 수다를 재밌게 그려내는 감독도 없다. 그건 복면에 대한 개그를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약간의 잔인함만 참으면 충분히 즐길수 있는 영화.




오블리비언 (2013)

Oblivion 
8.2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모건 프리먼, 올가 쿠릴렌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
정보
SF, 액션 | 미국 | 124 분 | 2013-04-11
글쓴이 평점  



오블리비언 : SF 영화에서 단골로 나오는 소재들을 잘 섞어서 버무린 영화다. 간단히 예를 들면 복제인간의 아이디어에 기억을 지운다는 설정, 폐허가 된 지구등. 그런데 그것들을 적절히 섞어서 배치하고 테크노적인 음악과 카메라 워크로 볼만한 화면을 만들어 냈다. 독창성보다는 포장이 좋은 영화랄까. 그런데, 그리 심각하게 무리한 얘기도 없고, 앞에서 제시된 모든 것들에 대해 적절히 잘 설명하고 있어서 이야기에서 무리함도 느껴지진 않는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나 반전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본다면 적당히 눈과 귀가 즐거울 수 있는 영화다. 가능하면 IMAX 로 보길 추천한다.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3. 3. 10. 01:36

헐리웃에서 데뷔한다고 해서 올해초부터 떠들썩했었던 김지운, 박찬욱의 영화가 차례로 개봉했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는 기대에 못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상영이 종료되었지만, 박찬욱의 스토커는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작은 영화치고는 꽤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사실, 박찬욱의 이름은 이제 한국에 방한하는 모든 배우나 감독들이 언급하는 올드보이라는 작품으로 인해 너무 유명해져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만의 독특한 연출과 어두운 유머 같은 것들은 그만의 영화세계가 얼마나 확고한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 스토커 >



스토커 (2013)

Stoker 
7.3
감독
박찬욱
출연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더모트 멀로니, 재키 위버, 니콜 키드먼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99 분 | 2013-02-28
글쓴이 평점  


이 영화는 잘 알려진대로 프리즌 브레이크의 앤트워스 밀러가 각본을 썼다. 그래서 각본이 그리 치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아마, 어설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면, 엄청나게 심심한 스릴러가 되었을거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 스토커로 잡으면서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스토커 가문에 대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부터 그 생각을 확실히 드러낸다고 본다. 인디아의 첫 나레이션이 그 증명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벨트, 삼촌의 옷, 선글라스를 가지고 있고, 내가 어떻게 되는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은 이것은 스토커 가문의 피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 아닐까?


이 독백을 시작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 독백으로부터 영화는 독특한 형태를 띄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소리의 사용이다. 이 영화는 주위의 소음을 매우 적극적으로 들려준다. 주인공들의 대화를 잘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디아의 시점으로 관객들이 느낄수 있게 하는 것이다. 조그만 거미가 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소리, 과장된 메트로놈 소리, 그것이 제일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장례식 장면에서의 찰리의 첫 등장이다.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인디아는 멀리서 찰리가 하는 말을 듣는다.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찰리가 부르는 소리를 말이다. 그 부분에서 사실 이 영화는 후반부에 드러날 반전(?)을 미리 암시한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 소리는 영상과 편집에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영상과 편집의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박찬욱의 기존 스타일에 더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보는데, 스토커 집안에서의 장면들의 무늬들이라든가 벽지들 같은 것은 올드보이나 금자씨에서의 그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2층집이라는 구조를 이용한 수직적 카메라 이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긴장감을 살려내고 있다. 특히 계단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편집의 측면에서도 시간적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소스들을 적절한 타이밍에 짧은 편집으로 집어넣는다. 친절하지는 않지만, 캐릭터를 강화하고 그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특히 아버지와의 사냥장면들을 반복해서 집어넣으며 긴장감을 올리는 부분이 좋았다. 그 외에 잔인한 연출이나 블랙유머의 경우는 전작들에 비해 그리 심하지 않아서 거부감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박찬욱의 필모그래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전작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고, 새롭게 진화한 부분도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만족할만하지만, 니콜 키드만의 연기는 너무 평면적이고 수동적이어서 좀 실망스러웠다. 매튜 구드의 사이코스러운 뻔뻔한 표정연기나 미아 바시코브스카의 짜증섞인 미간 연기도 좋다. 결국 이 두 캐릭터의 충돌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인데,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은 역설적으로 피아노 장면이다. 둘은 나란히 앉아서 얼굴도 보지 않고, 얘기도 없이 음악으로 교감하는데, 그 연주 사이에 인디아는 찰리의 터치에 자신이 반응하는 것을 보여주며, 둘 사이에서 엄마와 다른 가족과는 하지 못했던 교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는 첫장면과 끝장면이 똑같이 이어진다. 과연 인디아 스토커는 어떻게 살기로 한 것일까? 인디아가 엄마와 찰리 사이에서 그녀의 선택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결국 스토커 집안의 피는 저렇게 이어지게 되는 것일까? 이 영화는 몇가지 질문들을 대답하지 않고 남겨둔다. 굳이 다 풀어놓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스토커는 이 영화자체만으로 봐도 매력적인 영화다. 굳이 박찬욱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이안, 오우삼에 뒤를 이은 또 한명의 아시아 출신 헐리웃 감독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가지지 않을순 없겠지? 김지운 감독이 폭망한게 너무 아쉽기도 하다. =_=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3. 2. 25. 23:59

85회 오스카 시상식을 관통하는 키워드.


1. 뮤지컬, 뮤지컬, 뮤지컬.

2. 세스 멕팔레인의 섹드립은 생방송 시상식에도 유효함. (참고로 TED 감독이자 목소리 연기)

3. 전체적으로 몰아주기라기보단 적당한 배분인 듯.

4. 최연소 아카데미 수상자인 제니퍼 로렌스.

5. 남우주연상 3회 수상, 다니엘 데이 루이스.

6. 레 미제라블로 여우조연 싹쓸이(11개?) 앤 헤서웨이.

7. 아카데미 감독상 2회 수상 이안.

8. 벤 에플렉은 작품상 수상으로 감독상 후보에 못 오른 것을 만회.

9. 아델은 아무래도 나이를 속인 듯.

10. 엔딩 크레딧에서마저 노래로 수상 실패자들을 데리고 장난치는 센스.


뮤지컬 3연타, 시카고 + 드림 걸즈 + 레 미제라블.

레 미제라블은 6분 49초부터.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3. 2. 24. 11:00

박훈정 감독은 여자 얘기를 아예 못 쓰는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런 생각이 확실히 든다. 그만큼 남자만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랄까 그리고 싶은 세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영화감독으로서는 이번이 두번째 작품이지만 그 전의 각본가로서의 작품까지 치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 신세계 > 



신세계 (2013)

8.7
감독
박훈정
출연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박성웅, 송지효
정보
범죄, 드라마 | 한국 | 134 분 | 2013-02-21
글쓴이 평점  


한 마디로 말해서 신세계는 재미있다. 처음 들었을때는 무간도와 비슷한 설정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영화는 그와는 많이 다르다. 무간도의 긴장감은 서로 상대조직에 들어있는 누군가가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뤄진다면, 이 영화는 그보다는 오히려 조직과 남자들의 싸움에 대한 얘기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간다. 조직의 수장이 죽고 난 혼란 상황에서 대표적 두 계파가 권력을 잡기 위해 싸움을 버리는 과정에 경찰이 개입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이정재는 철저히 뒤로 배제된다. 그러다 보니 얘기의 흐름에서 이정재가 오히려 뒤로 빠져버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외의 얘기들은 꽤 설득력있게 흘러간다. 이야기의 흐름에도 크게 무리가 없고 비약도 없이 잘 짜여진 느낌이다.


문제는 리듬감이다. 이야기의 비장함을 위해 느린 흐름으로 끌어가는 장면들이 많다보니 흐름이 자꾸 느려진다. 조금더 리듬감을 살려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게다가 클로즈업 샷이 너무 많다보니 피곤해진다. 관객들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느낌이랄까. 좋았던 엘리베이터 액션신을 제외하면 다른 액션이나 다른 장면들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카메라워크들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뜬금없는 유머에 있다. 황정민과 연변 거지들이 보여주는 몸개그들이 영화의 흐름에 잔재미를 부여하며 오히려 흥미를 유발한다. 베를린의 경우 쉴새없이 미간을 찌푸리고 봐야했는데, 오히려 신세계는 유머가 영화의 잔재미를 더 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박훈정 감독에게도 긍정적 변화인데, 심각한 이야기에도 소소한 유머포인트가 있는 것이 이야기의 풍부함을 더할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이정재는 제일 입체적 인물로 영화의 후반부를 책임진다. 다른 배우들은 장기판의 말처럼 충분한 역할을 한다. 황정민은 정말 양아치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박성웅도 그에 못지 않은 위협감을 보여주며, 갈등의 중요한 축 역할을 수행한다. 최민식은 뒤에서 다른 배우들을 보조하는 역할로 제 역할을 한다. 


신세계는 한마디로 말하면 장기판의 말인줄말 알았던 이정재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자신의 길을 찾아서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간다는 얘기다. 그 앞의 과정들은 결국 이정재의 선택을 위해 놓여진 장애물이다. 그 장애물은 최민식이 만들어 놓기도 하고, 황정민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들은 이정재의 선택을 확실히 해주기 위한 것이다. 그의 선택이 옳았나,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감독은 에필로그를 집어 넣었다. 최민식과의 과거, 그리고 황정민과의 과거. 당신은 그의 선택에 동의하는가? 이것이 감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다.






Posted by 파라미르

스파이 영화라는 장르는 냉전시대의 유물이라고 볼 수 있다.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국가가 자유세계의 적이었던 시기에 나왔던 007 시리즈는 전설적인 시리즈가 되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냉전 시대가 종식된 이후에 스파이 영화들은 가장 중요한 동력을 잃었고, 음모이론에 치중하게 된다. 그래서 소련의 유물이나 잔당따위가 미국의 정부와 결탁해 있는 기밀들 같은 것에 집중하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아랍을 메인 타켓으로 설정한 24같은 시리즈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북한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스파이 영화는 제대로 나온 적이 없던것 같다. 쉬리말고는 생각나는게 없다. 다른 영화들은 대부분 북한주민도 우리의 동족이라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이 분단상황의 직접적인 관계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화들은 북한을 스파이 영화의 소재로 삼는 것에는 인색해 온 게 사실이다. 




베를린 (2013)

The Berlin File 
8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3-01-29
글쓴이 평점  



베를린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몰고왔던 작품이다. 류승완이 명민한 데뷔작 이후, 침체에 빠졋다가 부당거래로 살아난 이후에 제대로 선보이는 영화라는 기대감과 캐스팅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기자 시사회와 입소문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어제 관람한 영화는 그 기대를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다.



우선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건 본 시리즈와의 비교다. 이런 장르의 액션 영화에서 본 시리즈가 세운 업적이 너무 쎄기 때문에 그 이후에 나오는 모든 영화는 그 시리즈와 비교를 하지 않을수 없다. 사실 이 영화도 본 시리즈의 장점을 많이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나쁘게 보는 것 같지만, 나는 오히려 자기것으로 잘 흡수했다면, 잘한 일이라고 본다. 억지스럽게 그 액션을 따라하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니라, 적절한 상황에 딱 필요한 수준으로 집어 넣을 수 있다면 그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이 영화는 액션의 측면에서 꽤 좋은 성과를 이뤄냈다. 류승완과 정두홍의 특기였던 맨손 액션이 지금까지의 화려함을 좀 줄이고, 좀 더 사물을 활용하고 상황을 이용하는 현실적인 액션신으로 변했다. 거기에 더해 총격신들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몇 장면에서는 '007 카지노 로열'이나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같은 영화를 떠 올리게 하는 장면들도 있었다. 특히 마지막 싸움장면에서는 총을 타격의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은 '이퀼리브리엄'을 떠올리게도 한다. 완전히 새로운 액션들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연출된 장면들이 설득력있는 액션들로 영화를 끌고간다.



액션이 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캐릭터다. 이 영화애서의 캐릭터는 장기판위에 올려진 말들과 같다. 각자 주어진 상황과 역할에 따라 능동적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움직인다. 전지현의 련정희가 조금 수동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류승완 감독 영화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그나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도 제일 강한 캐릭터는 하정우가 연기한 표정성이다.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의 육체적 파워와 지능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단편으로 끝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잘 구축된 캐릭터다. 한석규가 연기한 정진수는 퇴물 취급을 받는 국정원 요원으로 나오는데, 육체적인 능력은 조금 약하지만, 머리로 사건을 추적해내는 데 머리가 좋은 인물이다. 특히 극의 스토리를 표정성이 끌어나가는 한 축과 정진수가 끌어나가는 한 축이 따로 만나서 극의 마지막 액션으로 끌고 간다. 정진수가 영화의 중요한 한 축이 되는 것이다. 류승범은 모든 캐릭터를 양아치로 만드는 능력이 있어서인지, 북한군의 간부 마저도 양아치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을 발휘한다. 



사실 이야기의 흐름이 그리 쉽게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 조금 얘기를 어렵게 풀어나가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림을 잡고 나면, 그리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약간은 남는 얘기랄까? 쉽게 말하면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캐릭터들을 싸움 붙이기 위해 만들어진 장기판이다. 목적은 이 캐릭터들을 싸움 붙이는 것이고, 시나리오는 그 판을 짜주는 것이라 조금은 부실한 면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설득력이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시나리오를 제외하고 아쉬운 점을 얘기하자면 대사 전달이 부정확한 부분이 좀 있었던 것 같고, (이건 개인차가 있을수도 있는 부분이라 정확히는 말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인 느낌이다.) 음악이 과한 느낌이다. 액션 장면들이 많아서 그런 음악이 많이 쓰인 것은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좀 더 액션의 흐름에 맍는 음악을 깔아주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액션이 많은건 이해하는데, 조금 짧게 가도 좋을만한 장면들이 많기도 했다. 흐름이 끊기는 액션이랄까. 



베를린은 이미 200만이 넘어서 충분히 흥행하고 있다. 과연 이 영화가 제대로 된 한국형 스파이 시리즈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3. 1. 22. 21:00

탐 크루즈가 1962년생이니까 50살이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액션영화를 많이 찍는 것 같기도 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피로감이 조금씩 더해지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인지, 탐 크루즈가 새로 제작하는 영화인 잭 리처는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과 다른 길을 걷고자하는 의지가 확실해 보인다. 결과는......

 

 


잭 리처 (2013)

Jack Reacher 
7.9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로자먼드 파이크, 로버트 듀발, 베르너 헤어조크, 리차드 젠킨스
정보
액션 | 미국 | 130 분 | 2013-01-17
글쓴이 평점  

 

잭 리처는 1997년부터 나온 동명의 소설중의 한 권인 "One Shot"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우리나라에서 원작이 그리 유명하지 않아서 원작과의 비교는 전혀 필요없어 보이고, 영화 자체만 가지고 간단히 얘기해 보려고 한다.


우선 잭 리처는 더 재미있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런데 재미가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눈은 세련된 액션영화들에 너무 익숙해져있다. 본 시리즈가 바꿔놓은 액션의 공식에 미션 임파서블에서 보여주던 스펙터클, 육탄 액션을 보여준 스카이폴, 이런 영화들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데, 잭 리처는 영화적 스타일을 조금 구식으로 가져가서 차별화는 가능했지만,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는 힘이 들어보인다.

 

그래서인지 사실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오프닝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5명의 사람이 죽고, 범인을 잡는 것까지 보여주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다. 흐름도 살아있고,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관객들을 사로 잡는다. 그런데 오히려 잭 리처가 나온 이후부터 오히려 흐름이 현저히 느려지며 재미를 떨어트린다.

 

잭 리처가 사건을 파헤치며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은 셜록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칠 정도로 천재적이지도 않고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압도적인 신체적 우위나 능력을 보이며 적들을 제압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영화는 계속 잭 리처는 대단한 사람처럼 기운을 불어넣으려고 애를 쓰는 느낌이다. 


주인공의 매력이 떨어진다면 이야기 자체의 재미나 다른 소소한 재미라도 가미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또 좀 미적지근한 수준에서 끝난다. 그나마 로버트 듀발이 연기한 사격장 주인이 능동적인 인물이고, 나머지는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한 평면적 캐릭터이다. 이야기 자체는 좋다. 그런데 너무 느린게 문제였지.

 

탐 크루즈가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기는 한데, 첫 영화 흥행이 이 모양인인걸로 봐서는 과연 속편이 제대로 나올수 있을지 의심이 된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Jack_Reacher




Posted by 파라미르

오랫만의 포스팅 - 2013년 새해에는 좀 밀리지 말아야지라는 부질없는 다짐(......)을 해 본다.

2013년 새해의 첫번째 영화는 라이프 오브 파이였다. 잘 알려진대로 이 영화는 이안 감독이 '파이 이야기'라는 원작 소설을 가지고 만들어 낸 3D 영화다. 3D 효과가 좋다는 것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아서 그런지 가벼운 이야기처럼 처음엔 생각하고 들어갔다. 원작 소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이안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조금은 알겠다. 

 

바로 믿음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 (2013)

Life of Pi 
8
감독
이안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아딜 후세인, 타부
정보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 126 분 | 2013-01-01
글쓴이 평점  



사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은 호랑이와 소년의 구명보트에서의 동거생활이다. 얼마나 진짜같은 호랑이가 나오고 스펙터클한 3D 효과가 나와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가다. 마케팅 포인트도 그렇고, 워낙 3D 효과가 좋다는 말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것만 기대했다면 이 영화의 초반부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전반부는 영화의 주인공인 파이에 대해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액자 구조를 차용한 이 영화는 파이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찾아온 작가에게 파이가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며 시작된다. 교차편집을 통해 과거 파이의 어린시절을 보여주는 동시에 파이의 현재를 보여주며, 파이가 결국 살아남았음을 알려주며 안심을 시켜준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결국 파이의 생사여부는 목적이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과정에서 무엇인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데, 이안 감독은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믿음으로 골랐다.


파이는 어린 시절에 여러 종교를 거부감없이 믿으며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파이의 아버지는 어린시절 소아마비의 경험으로 다리를 절고, 신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종교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강력하게 드러낸다. 그에 반해 어머니는 자신의 과거와의 연결 고리로 종교, 믿음에 의지한다. 파이는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에는 다양한 종교를 접하며 여러 종교의 교리를 받아들이며 서로 다른 종교사이에서 조화로운 믿음을 유지하지만, 리차드 파커와의 첫 만남 이후로 이성적인 아버지의 충격적 교훈으로 인해 삶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아난디라는 여자로 다시 흥미를 가지게 된 파이는 캐나다로 떠나기로 결정한 아버지로 인해 침춤호에 오르게 된다. 여기까지 펼쳐지는 전반부는 파이의 삶의 가치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조금은 루즈하게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 전반부는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다.

 

침춤호의 침몰로 인해 표류하게 된 파이는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영화에서 우리가 보게되는 기막힌 사연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호랑이와 동거하며 277일을 버텨낸 파이의 인생은 정말 드라마 그 자체로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멕시코 병원에서 나온다. 친절하게도 이안 감독은 미스터리로 남겨두지 않고, 친절하게 메타포들을 다 설명해준다. 선택권을 관객들에게 주는 거다. 쉽게 말해, 영화에 나오는 그 작가의 시점에 우리 스스로를, 관객들을 대입해서 보면 된다는 얘기다.

 

파이는 호랑이와의 동거라는 환상적인 얘기를 들려주었지만, 다른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추악하기 그지 없지만 현실적인 절망적인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진 구명보트에서의 사건 얘기를 들려준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파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냐'고. 간단히 어떤 것을 믿을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무엇을 믿을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끝이난다. "당신이라면 둘 중의 어떤 얘기를 믿고 싶은가?" 이게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다.

 

당신이 믿는 것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자는게 아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 당신에게는 진실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의 진실은 자신만이 주장하는 진실일 뿐이다. 세상의 여러 현상을 가지고 각자 다른 해석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믿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단지 다른 것일 뿐. 옳고 그름은 나의 과거에 의해 내가 선택한 진실일 뿐. 파이 이야기는 이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2. 9. 16. 01:45

김기덕 감독은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보기드문 독자적인 브랜드다. 박찬욱과 봉준호가 충무로로 대변되는 메이저 영화계의 스타라면, 김기덕 감독은 주류와는 벗어난 본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오해를 빚기도 하고, 자신의 조연출로 키웠던 장훈 감독과의 문제도 있었고, 구설수에 많이 올랐다. 바로 지난 작품인 아리랑에서 그런 본인의 인생을 다루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흔히 말하는 문제적 감독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 피에타 >

 

 

 

* 스포 있음 *

 

 

그러나 피에타는 지금까지 알려진 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영화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영화적인 무게로 봤을때도, 충분히 강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잘 알려진대로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를 조각한 피에타 상을 모티브로 한다. 그런만큼 종교적 색체가 강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강도가 사는 곳은 청계천 공구상가에 한 건물. 그의 집 창문에서는 건너편 교회간판이 또렷이 보인다. 또, 주인공의 이름은 강도다. 이강도. 예수와 함께 양옆에 매달렸던 강도에서 따온 걸까? 강도의 시체도 강도의 어머니가 그렇게 안고 있었을까? 포스터의 장미선은 강도의 엄마로서 강도를 안고 있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모성을 가져왔지만, 그 모성은 강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영화는 초반부에 강도의 악행을 보여주며 치를 떨게한다. 먹고 살기 위해 사채를 쓴 사람들의 신체를 훼손하도 보험금을 타내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의문을 갖게 한다. 정말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래서 감정적 몰입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편에서 영화를 보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의 중반에 장미선이 등장하면서부터 흐름이 변한다. 장미선에 의해 흔들리는 강도를 보며, 그에게 조금씩 동화되기 시작한다. 결국은 모성이 결핍된 불쌍한 인간인 뿐인거라고 조금씩 마음을 열고 몇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강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이 장미선의 계획임이 드러난 이후부터 영화는 흐름이 완전히 바뀐다.

 

김기덕 감독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복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복수극을 만들어냈다. 모성결핍인 사내를 어떻게 끌어내어 변화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지, 그리고 나서는 강도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자신의 목적을 향해 끌고나가는지, 모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표현될수 있는지, 인간이 자신의 복수를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30년간 엄마없이 살던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심지어는 가짜 모성도 인정하지 못할정도로 무너진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절벽까지 밀어붙여 결국 바닥까지 끌어내버린다.

 

 

영화의 주제는 궁극적으로는 돈이 인간을 어떻게 만드는가다. 새로 태어날 자신의 아이를 위해 스스로 손을 자르는 사람도 있고, 돈 갚을 시간을 벌려고 자기 아내가 사채업자에게 몸을 주겠다는 데도 말리지 않고,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끌려나가 얻어맞기도 하고, 어차피 갚지도 못할 돈이라며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이런 주제는 장미선의 입에서 직접 들을 수 있기도 하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라는 그 말 안에는 김기덕 감독이 이 사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들어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채업자 사장을 죽이는 것으로 암시된 그 장면에 방점을 찍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자비, 복수와 참회라는 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복수를 위해 발현된 모성의 끝을 보여주고, 결국 그것을 계기로 참회하는 강도의 모습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십자가를 끌고 올라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비라는 것은 결국 강한자에게 약자가 구걸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이 아닌 강도에게 자비를 구할수 밖에 없는 약한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고 사람들을 상해하던 강도가 결국, 자신을 저주하던 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어주는 강도의 모습은 용서없는 참회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도 한다.

 

 

연기적 측면에서 조민수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다. 무표정에서 약간씩 묻어나는 감정 표현이 뛰어났다.이정진도 그리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정진은 능동적인 변화를 가져가야 하는데, 그런면에서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편집이나 음악같은 것들은 김기덕식의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불편한 영화다. 불편하지만 뇌리에서 쉽게 지울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고 싶지 않았던 사회의 어두운 면과 희망없는 사람들을 대놓고 수면위로 끌어냈기 때문이다. 허구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현대 사회의 알파와 오메가인 돈이 어떻게 사람들을 나락으로 밀어내는지 알아야 한다.

 

 

마지막 한 가지, 오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전세계 iTunes 음악 차트에서 1위를 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김기덕은 이 영화로 베니스에서 상을 타서 문화를 널리 알렸고, 싸이는 강남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부유한 곳으로 알려진 강남이 알려지는 한편, 사채 300만원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그려낸 피에타. 어찌보면, 양쪽 극단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드러낸 영화와 음악이 동시에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Posted by 파라미르

미국이란 나라는 총기 소지가 자유로워서인지 다양한 총기사고가 일어나곤 한다. 바로 7월달에도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상영하던 극장에서도 총기 난사로 사람들이 죽었다. 게다가 그런 사고가 주로 학교에서 벌어지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구스 반 산트는 엘리펀트라는 영화를 만들어서 비슷한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의 심리를 따라가보자는 의도였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그들의 엄마는 어땠을까?


< We need to talk about Kevin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64410


* 스포 있음 *


우리나라에 케빈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영문 제목이 더 와닿는 영화다. 영화의 제목은 마치 관객들에게 너희가 케빈에 대하여 뭘 알고 있는지 아느냐, 나랑 얘기해 보자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 질문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미리 말하지만 이 영화는 정신적으로 매우 피곤한 영화다. 그래도 영화적으로 가치는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



이 영화의 줄거리는 위의 링크를 참조하시고, 스포가 있다고 미리 알린 관계로 그 엄청난 사건에 대하여 까발리고 시작하련다. 케빈은 자신의 아버지와 여동생을 죽이고, 학교의 문을 봉쇄한 뒤 친구들과 학교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화살을 날려 다치게 만든다. 그리고 케빈은 16살이 되지 않은 관계로 소년원에 들어가고, 세월이 지나 성인이 된 케빈은 교도소로 옮겨지게 되고, 에바는 케빈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보지만 케빈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뭐 줄거리 자체는 직선적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강렬한 이미지와 표현과 음악들, 그리고 시간의 순서를 뒤집어 놓은 편집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제대로 무슨 일이 일어나려면 한참 걸린다. 그 사이에서 영화는 철저히 에바의 감정을 따라간다. 에바가 왜 이리 와인을 입에 달고 사는지, 왜 저런 조그만 집에서 약에 의지하고, 사람들에게 수모를 당하는지 한참을 따라가게 놔둔다. 그래서 관객들은 방관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된다. 왜냐하면 이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 사건이 순서대로 감정을 쌓아가며 일어나는게 아니라 이미 벌어진 일에 의해 파괴된 일상의 에바의 단상들을 따라가고, 그녀의 망가진 일상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길을 지나가다 싸대기를 맞고, 직장 생활도 만만치 않다. 쉬는 시간 마다 집에 씌워진 페인트를 지우기 위해 애쓰는 그녀는 할로윈 캔디를 달라는 아이들마저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은 무서움에 사로 잡히고, 사람들이 무섭다. 집에 찾아온 전도자들에게는 나는 죽으면 지옥에 갈꺼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여자다. 도대체 왜 그녀가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지 영화는 단편적으로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한 방을 터뜨리는 영화다.



이 영화는 절대 친절하지 않다. 시간적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대사가 많아서 짐작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와닿기도 한다. 이 영화는 에바가 우리에게 털어놓는 속 이야기다. 대중들은 사건을 먼저 본다. 케빈이 저지른 사건으로 케빈을 판단한다. 케빈은 분명히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다. 친구들을 활로 쏴죽였고, 스스로 인정했으며, 우발적이지도 않다. 심지어는 아버지와 여동생마저 살해했다. 대중들이 보면 싸이코 패스에 살인자다. 에바는 그런 그 아이를 그 나이까지 길러온 엄마다. 과연 그녀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변명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반항만 하던 케빈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걸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것 말고, 이 영화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히려 제일 마지막 장면에 있다. 소년원에서 교도소로 넘어간 케빈이 에바와 포옹하는 장면말이다. 그 장면이 바로 에바가 우리에게 케빈에 대하여 들려주고 싶어했던 말일 것이다. 



P.S. 틸다 스윈튼도 좋지만, 에즈라 밀러라는 배우도 만만치 않은 힘을 보여준다. 






Posted by 파라미르

무서운 기세로 흥행하고 있는 도둑들. 최동훈 감독도 이제는 엄연한 자신만의 브랜드를 개척한 성공한 감독이라 할 수 있다. 도둑들은 그의 이전 필모그래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영화다. 규모를 키우고 볼거리를 위해 해외 촬영도 하고, 액션도 늘리고 볼거리는 확실히 늘어난 영화다.

 

< 도둑들 >

 

 

* 스포 있음 *

그런데 내 느낌은 그리 영리하지 않은 케이퍼 영화라는 거다. 케이퍼의 탈을 쓴 액션 영화랄까? 제대로 범죄를 기획해서 한 탕에 털고 나가는 게 아니라, 계획이 실패하면서 꼬이고 나서 그 이후에 푸는 건 액션영화다. 사실 관객들이 이런 영화에서 기대하는 건 엄청난 총격전이 아니라 오밀조밀하고 타이밍이 딱딱 맞게 흘러가서 범죄자들이 목적을 달성할 때의 카타르시스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틀어지며 일이 꼬이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액션들이 부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앞에 반은 케이퍼고 뒤에 반은 액션이다. 양식 코스 요리를 기대하고 들어갔더니 전체는 제대로 나왔는데, 메인이 조금 이상하더니, 후식은 수정과가 나온 격이랄까? 아니면 케이퍼 반, 개그 반, 액션 많이?

 

그리고 케이퍼 필름이라고 말하기에는 전반부에서 호텔의 카지노를 장악하는 장면도 그리 영리하지 않다. 오션스 일레븐이나 이탈리안 잡 같은 대표적 케이퍼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기발하고 새로운 것들보다 익숙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끌고 나간다. 신선하거나 합이 딱딱 맞는 범죄의 구성보다 오달수의 몸개그와 재미있는 대사들로 재미를 살리는 방법을 택해서인지 재미는 있지만 신선함은 덜하다.

 

이 영화는 지나치게 많은 총격과 액션신이 색깔을 흐려놓는다. 특히 후반부는 거의 30분정도를 부산에서의 총격으로 끌고 나간다.  케이블을 이용한 와이어 액션으로 색깔을 잡기로 작정을 한것처럼 보인다. 또, 수많은 총알이 난무하는데, 김윤석은 맞지도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여러번의 반전을 설정하는데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반전이라 큰 충격도 없고 평이한 수준으로 흘러간다.

 

캐릭터 측면에서 볼때는, 다른 캐릭터들은 마카오 박을 위해 사용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능동적으로 나서는 예니콜을 제외하면 나머지들은 모두 장기판에 올려진 말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인상적인 캐릭터라면 임달화와 김해숙 정도? 조금은 뜬금없는 멜로라인이기는 하지만, 예전 홍콩 느와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 장면이기도 하다. 잠파노와 뽀빠이, 앤드류 같은 캐릭터들은 겉만 핥고 버린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뽀빠이에게는 2인자 컴플렉스 같은 것이 더 강하게 느껴지게 하면 좋았을 것이고, 잠파노는 너무 일찍 소모시켜 버렸다. 앤드류는 그냥 오달수다. 이 한마디로 설명이 된다.

 

사실 이 영화는 재미있다. 근데, 케이퍼를 기대하고 간 관객이라면 실망이 클 것이고, 그런 거 필요없고 어떤 재미든 그냥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간 사람이면, 그냥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죽기 살기의 후반부 액션이 어떻게 와닿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