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을 처음 들었을때,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인가 도대체 감이 오질 않았다. 극찬한 평론가도 있고 하기에 선택한 이 영화. 놓쳤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 I am Love >
* 스포 있음 *
이 영화는 2009년 영화로서 우리에게 좀 늦게 소개된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이기에 모든 대사가 이탈리아어로 진행된다. 그 와중에 우리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주연배우다. 틸다 스윈튼. 이름을 들으서 모른다면, 벤자민 버튼에 나오는 귀부인, 아니면 콘스탄틴의 가브리엘, 그래도 모르겠으면 나니아 연대기의 하얀 마녀. 이 정도면 알아챌 것이다. 1960년생으로 1986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베테랑 배우이다.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쓰는 그녀가 이번엔 이탈리아말을 하는 러시아 여인으로 나온다. 능청스럽게 영어를 못 알아듣는 척, 통역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여간, 그녀의 연기는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어 엠마로 기억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그리 특이할 것 없다. 우리가 TV에서 많이 보던 사랑과 전쟁의 막장 스토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까놓고 말해서 아들 친구랑 바람나고, 아들에게 걸리고 나서 사고이긴 하지만 자기 아들을 죽게만든 아줌마가 가출하는 스토리다. 이게 막장이지 뭐냐. 그렇다. 막장이다. 나도 영화를 볼때 앞뒤가 딱딱 맞는 스토리와 설득력있는 진행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 막장 스토리를 독창적인 연출로 시린 이미지로 만들어 낸다.
영화의 전반부 30분정도는 캐릭터의 소개와 가족간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의 기반 구축부분이다. 여기서의 카메라 워크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건물밖은 매우 고정된 밋밋한 회색으로 가득한 정적인 샷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그 반면, 집안에서의 카메라는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인물 위주의 카메라 앵글이 아니라 오히려 사물이나 배경에 포커스를 맞춰서 의도적으로 인물을 중앙에서 제거한다. 그렇다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집중해서 보게되어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 30분이 영화에서 대사가 제일 많은 부분이며, 진행되면서 대사는 계속 줄어든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발전되는 2막이라고 볼 수 있는 몇 달 후의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제대로 얘기를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죽고나서 그 이후의 얘기들에서 막내딸은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엠마는 안토니오에게 빠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계기는 그가 만든 음식이다. 그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감정을 깨우친 걸까. 그녀는 안토니오에게 빠지고, 그를 몰래 따라가기도 하며, 위험한 선을 넘나든다. 여기서의 연출 역시도 좋은데, 둘의 야외 러브신은 자극적인 섹스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몸의 일부를 클로즈업으로 잠시 잡고, 주위의 사물과 꽃 사이로 빠져들어가는 곤충, 그리고 음악과 사운드로 긴장감을 살리면서 동시에 둘의 사랑의 위험함을 표현한다.
영화의 종반부로 갈수록 대사는 더욱 줄어든다. 카메라는 점점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짧은 샷들로 화면을 채워간다. 그 리듬이 뛰어나고, 음악도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가 나오는데, 이것은 엠마의 몫이 아니다. "존재하지도 않았었다"는 대사와 함께 엠마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놔버린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서부터의 모든 과정은 감정을 극대화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시퀀스는 꼭 보면 좋겠다. 짧은 쇼트와 음악의 조화로 감정을 극대화하면서도 주변 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동시에 잡아내며 클라이막스로 끌어가는 힘이 아주 좋다.
그런데 도대체 왜 엠마가 그랬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좀 생각해보면, 막내딸은 동성애자임을 고백했고, 스스로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그녀도 안토니오의 요리를 먹고 정신줄까지 놓는 행복을 맛봤고, 안토니오를 보는 것이 좋으니까? 뭐 이렇게 변명해볼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모든것에 이유를 다 댈수는 없고, 그냥 그런 것도 있으니까.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이미지와 연출의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그보다는 연출로 승부를 건 영화다. 스토리가 좀 빈약하다고 느낄수도 있겠지만 다른 것들이 그것을 어느 정도 감쇄시킨다고 본다. 헐리웃의 전형적인 연출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은 한 번 보시라. 영화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 싶을 것이다.
P.S. 그 외에 1월중순부터 본 영화들 정리를 좀 해 보면.
< I am Love >
* 스포 있음 *
이 영화는 2009년 영화로서 우리에게 좀 늦게 소개된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이기에 모든 대사가 이탈리아어로 진행된다. 그 와중에 우리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주연배우다. 틸다 스윈튼. 이름을 들으서 모른다면, 벤자민 버튼에 나오는 귀부인, 아니면 콘스탄틴의 가브리엘, 그래도 모르겠으면 나니아 연대기의 하얀 마녀. 이 정도면 알아챌 것이다. 1960년생으로 1986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베테랑 배우이다.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쓰는 그녀가 이번엔 이탈리아말을 하는 러시아 여인으로 나온다. 능청스럽게 영어를 못 알아듣는 척, 통역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여간, 그녀의 연기는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어 엠마로 기억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그리 특이할 것 없다. 우리가 TV에서 많이 보던 사랑과 전쟁의 막장 스토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까놓고 말해서 아들 친구랑 바람나고, 아들에게 걸리고 나서 사고이긴 하지만 자기 아들을 죽게만든 아줌마가 가출하는 스토리다. 이게 막장이지 뭐냐. 그렇다. 막장이다. 나도 영화를 볼때 앞뒤가 딱딱 맞는 스토리와 설득력있는 진행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 막장 스토리를 독창적인 연출로 시린 이미지로 만들어 낸다.
영화의 전반부 30분정도는 캐릭터의 소개와 가족간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의 기반 구축부분이다. 여기서의 카메라 워크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건물밖은 매우 고정된 밋밋한 회색으로 가득한 정적인 샷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그 반면, 집안에서의 카메라는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인물 위주의 카메라 앵글이 아니라 오히려 사물이나 배경에 포커스를 맞춰서 의도적으로 인물을 중앙에서 제거한다. 그렇다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집중해서 보게되어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 30분이 영화에서 대사가 제일 많은 부분이며, 진행되면서 대사는 계속 줄어든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발전되는 2막이라고 볼 수 있는 몇 달 후의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제대로 얘기를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죽고나서 그 이후의 얘기들에서 막내딸은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엠마는 안토니오에게 빠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계기는 그가 만든 음식이다. 그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감정을 깨우친 걸까. 그녀는 안토니오에게 빠지고, 그를 몰래 따라가기도 하며, 위험한 선을 넘나든다. 여기서의 연출 역시도 좋은데, 둘의 야외 러브신은 자극적인 섹스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몸의 일부를 클로즈업으로 잠시 잡고, 주위의 사물과 꽃 사이로 빠져들어가는 곤충, 그리고 음악과 사운드로 긴장감을 살리면서 동시에 둘의 사랑의 위험함을 표현한다.
영화의 종반부로 갈수록 대사는 더욱 줄어든다. 카메라는 점점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짧은 샷들로 화면을 채워간다. 그 리듬이 뛰어나고, 음악도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가 나오는데, 이것은 엠마의 몫이 아니다. "존재하지도 않았었다"는 대사와 함께 엠마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놔버린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서부터의 모든 과정은 감정을 극대화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시퀀스는 꼭 보면 좋겠다. 짧은 쇼트와 음악의 조화로 감정을 극대화하면서도 주변 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동시에 잡아내며 클라이막스로 끌어가는 힘이 아주 좋다.
그런데 도대체 왜 엠마가 그랬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좀 생각해보면, 막내딸은 동성애자임을 고백했고, 스스로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그녀도 안토니오의 요리를 먹고 정신줄까지 놓는 행복을 맛봤고, 안토니오를 보는 것이 좋으니까? 뭐 이렇게 변명해볼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모든것에 이유를 다 댈수는 없고, 그냥 그런 것도 있으니까.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이미지와 연출의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그보다는 연출로 승부를 건 영화다. 스토리가 좀 빈약하다고 느낄수도 있겠지만 다른 것들이 그것을 어느 정도 감쇄시킨다고 본다. 헐리웃의 전형적인 연출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은 한 번 보시라. 영화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 싶을 것이다.
P.S. 그 외에 1월중순부터 본 영화들 정리를 좀 해 보면.
메가마인드 - 적당한 비틀기로 슈퍼 히어로들을 바꿔서 보는 재미가 있다. 패러디들도 많아서 원작을 안다면 쏠쏠한 재미가 있을숟 있다. 다만, 그 재미가 그리 크진 않다.
걸리버 여행기 - 잭 블랙의 원맨쇼. 현대판 동화처럼 해피엔딩과 희망적 메시지를 준다. 비틀어진 재미보단 착한 동화같다. 그냥 착하기만 해서 밋밋하기도 하다.
조선명탐정 - 잔재미는 좋으나 전체적 스토리가 너무 쉽게 간파당하고, 전반부의 리듬을 후반부에 전혀 살리지 못하며 흐름이 자주 끊긴다. 오달수의 개인기와 김명민의 허접한 캐릭터가 살리긴 했으나 어딘가 좀 부족해 보인다.
밀리기 시작하니 또 문제구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