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ing you.../About Movies2012. 7. 25. 22:00

벌써 250만을 넘기고 순항하고 있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지난번 포스트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대한 간략한 감상을 다뤘다면, 이번 포스트에서는 2회차 관람후에 느낀 것과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조금 풀어볼까 한다.

 

 

< 배트맨 - 3부작 >

 

 

 

 

* 스포 있음 *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공포에 의해 탄생한 영웅의 시련과 극복, 전설로 마무리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시리즈가 유난히 악당히 강조되는 면이 있지만, 결국 이 영화들의 주제는 배트맨이자 브루스 웨인이다. 브루스 웨인에 방점을 찍고 보게 되면 더 확실해 진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전설의 탄생을 다뤘다면, 다크 나이트에서는 주인공의 몰락을 다룬다. 그리고 라이즈에서는 몰락과 시련을 극복하고 전설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신화의 모습이다. 

 

 

 

전설의 시작 - 배트맨 비긴즈

 

비긴즈를 먼저 살펴보면, 비긴즈는 거의 한시간 가까운 시간을 왜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기로 했고, 배트맨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영화는 배트맨의 탄생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현실성을 부여한다. 어린시절 동굴에 떨어져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브루스 웨인이 왜 범죄를 증오하게 되고, 어떻게 악과 싸울지 배우고, 어둠의 사도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들에게 배운 검술과 무술, 쇼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 배트맨이 앞으로 쓰게될 기술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풀어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웨인 집안이 어떻게 고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의 노력으로 도시는 불황을 이겨내고 살어 남을 수 있었지만, 웨인 부부가 살해당하고 브루스마저 사라지고 난 고담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린 브루스였지만, 고담은 부모님의 애정이 서린 도시다. 그가 목숨을 걸고 고담을 지키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고담은 성서의 소돔과 고모라의 글자를 섞어 만든 타락의 도시로 설정되어 있다.) 어둠의 사도들은 고담을 파멸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고, 그것이 이번 라이즈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논리적 탄생의 과정에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 박쥐와 추락에 대한 공포의 이미지다. 이 추락에 대한 이미지는 다크 나이트에서 이어진다.

 

 

영웅의 시련 -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는 마지막 장면을 먼저 언급해야 하는데, 바로 투페이스와 함께 추락하는 배트맨의 이미지다. 도시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하비 덴트를 투페이스로 죽게 만들고, 스스로 살인 혐의를 뒤집어 쓴 배트맨이 단순히 가면 쓴 무법자에서 살인자로 떨어지게 되는 추락의 이미지가 다크 나이트의 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 영화는 배트맨이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은 최초의 영화기도 하고, 히스 레저의 조커와 투페이스라는 걸출한 악당을 두 명이나 등장시켜 배트맨을 뒤로 밀어내버린 느낌마저 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배트맨의 몰락을 위해 철저히 짜여진 작품이다. 영화내내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수 없게 몰아치는 영화다. 스스로 가면쓴 영웅을 벗어내기 위해 찾아낸 백기사인 하비 덴트를 목표로 삼고, 배트맨의 기대와는 정 반대의 투페이스로 만들어 낸 조커. 조커의 심리 게임에 의해 레이첼을 잃어버린 배트맨의 멘붕. 인간이 과연 정말 선한가에 대한 의문까지. 히어로물에서 찾아보기 힘든 무거운 주제와 연출로 만들어진 걸작이다. 결국 영화는 투페이스를 영웅을 만들어낸 배트맨이 몰락하고 끝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에게 쫓기는 처령한 신세다. 그래도 마지막 제임스 고든의 대사와 한스 짐머의 음악은 영화의 끝장면과 너무 잘 어울린다.)

 

 

영웅의 부활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마지막 편인 라이즈는 배트맨이 돌아와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8년만에 몰락한 어둠의 기사에서 영웅으로 다시 올라서서 신화를 완성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다크 나이트가 철저하게 배트맨을 바닥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에, 그를 다시 불러내는 것도 충분한 노력과 개연성이 필요하다. 놀란 감독은 이 과정도 차근차근 준비한다. 8년이라는 시간동안 칩거하던 영웅을 다시 필드에 서게 하는 준비 과정이 약 1시간 정도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고담시도 지금까지와의 시련과 다른 큰 시련을 겪는데, 하비 덴트가 영웅이 아니었다는 심리적인 충격과 베인이 보여주는 폭력성이다. 베인은 심리적인 충격과 물리적 폭발, 죄수들의 해방이라는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장치들로 고담시를 장악한다. 거기에 배트맨이 없이 저항하는 블레이크와 고든도 고담을 지키는 중요한 축이 된다. 배트맨을 살펴보면 이 영화내에서의 그는 다시 한번 큰 시련을 겪는데, 이것으로 인해 브루스 웨인은 추락과 공포라는 두 가지의 장애를 완벽하게 극복하는 데 성공한다. 육체적인 것과 공포에 대한 두 가지 말이다. 그가 갖힌 감옥은 라자루스의 핏이라는 곳인데, 원작만화에서는 라즈 알 굴이 이용하는 악마의 동굴이지만, 영화에서는 단순한 감옥으로 사용한다. 이 동굴은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없는 탈출 불가능한 곳이지만, 브루스 웨인이 허리가 부러지는 시련을 당하고도 극복해 내고, 죽음의 공포를 인정하고 그 공포를 자신의 힘의 원천으로 사용하고, 추락한 곳에서 다시 올라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다. 결국 배트맨은 베인과 어둠의 사도들을 이끄는 탈리아 알 굴을 제압하고 고담을 살리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가장하며 배트맨을 영웅으로 퇴장시키고, 알프레드가 바라는대로 자연인으로의 삶을 살기 시작하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악당들이 더 튀는 배트맨 시리즈이긴 하지만, 이 시리즈는 분명히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의 삶을 시작하고, 좌절하고, 극복하고 배트맨으로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배트맨 전설의 얘기다. 전형적인 신화의 구조지만 놀란은 현대적인 시각과 현실과의 접목으로 매우 현실과 닿아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사실 시리즈중의 2편인 다크 나이트는 히어로물이라기 보단 너무 잘 만든 범죄물이어서 튀기도 하지만, 세편을 함께 엮어서 보면 확실하게 이 영화는 브루스 웨인의 얘기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고 있는 악당들의 면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편에서는 라스 알 굴과 허수아비가 중요한 악당이다. 허수아비는 라스 알 굴에게 이용당하기만 하는 역할이라 좀 낭비된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3편까지 꾸준히 등장하며 고담에 해악을 끼치는 중요한 악당이다. 그러나 라스 알 굴은 시리즈의 1편과 3편을 아우르며, 부모님처럼 지키고 싶은 고담시를 꾸준히 위협하는 인물이다. 상대적으로 배트맨의 캐릭터를 잡는데 긴 시간을 쓰는 영화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활동 시간은 길지 않지만 배트맨의 스승으로서의 역할로도 중요한 악당이다. 다크 나이트는 조커와 투페이스라는 걸출한 둘을 등장시켰기에 배트맨의 입지를 줄여버린 면도 있다. 조커는 투페이스를 타락시켜, 배트맨의 희망을 꺾어 그를 어둠의 기사로 만들어 몰락시켜버릴 정도로 강한 인물이다. 라이즈에서는 베인과 탈리아 알 굴이 등장하는데, 베인이 육체적으로 배트맨을 능가하는 강함을 지녔다면, 탈리아는 베인을 이용해 아버지의 뜻을 잇는 여자다. 베인은 배트맨의 허리를 꺾음으로해서 육체적 좌절과 고담의 파멸을 보여주며 정신적 고통을 함께 준다. 탈리아는 베인의 뒤에서 고담의 파멸만을 위해 노력하는 집념의 여인이다. 사실 탈리아의 등장으로 인해 베인이 마지막에 너무 급하게 소모되어 버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아쉽기는 하다.

 

 

이제, 라이즈 2회차 관람후에 느낀 것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1회차에 보던 것보다 더 논리적인 구석이 보인다는 거다. 먼저 베인이 왜 폭탄을 바로 터뜨리지 않는가 하는 것은 배트맨을 감옥으로 끌고간 후에 하는 대사에서 나타난다. 바로, 거짓 희망을 심는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시민들에게 혁명이라는 이름하에 무정부 상태의 삶을 즐기라고 권하지만, 사실 그가 바라는 것은 고담의 파괴다. 그러나, 브루스 웨인에게 감옥의 입구의 빛을 보며 거짓 희망을 가지듯, 고담 시민들에게도 살 수 있다는 거짓 희망을 주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죽을 운명이었던 그들을 살리기 위해 배트맨이 다시 돌아오기 위한 의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블레이크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권하고, 그에게 마지막으로 배트 케이브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악에 대항하는 상징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넘겨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영화의 중간중간의 대사에서도 그것들이 드러난다. 미란다 테이트가 탈리아 알 굴이라는 느낌의 대사는 이미 초반부에 무도회장 장면에서 그녀의 대사에서 나타나는데, 바로 세상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대사인데, 이것은 어둠의 사도단의 모토이며, 라스 알 굴의 입에서도 나오는 대사다. 처음 관람때는 그냥 넘어갔던 부분이지만, 두번째 관람에서 대사를 자세히 들으니 그 대사가 들렸다. 전체적으로 2회차 관람이 더 만족스러웠던 영화가 아닌가 한다.

 

 

결론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은 만화에서 탄생한 히어로를 현실로 불러와 현대적 신화를 완성해낸 것이다.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3부작은 지금까지의 히어로 영화의 격을 한차원 업그레이드시킨 작품들이다. 판타지 영화에서의 피터 잭슨, 3D영화의 제임스 카메론, SF영화의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처럼 슈퍼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연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다. 포스터 문구대로 배트맨의 전설은 아쉽지만 이제 끝났다. 이젠 내년에 나올 슈퍼맨 리부팅 작품인 'Man of steel' 의 각본과 제작자인 크리스토퍼 놀란,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지. "I believe in Christopher Nolan".

 

 

P.S. 워너와 DC는 슈퍼맨 리부트를 하고 나서 배트맨 리부트를 다시 한다고 한다. 과연 누가 할런지. 완전 독이 든 성배인데. 어떻게 해도 까일텐데. ㄷㄷㄷ

 

P.S. 2 워너와 DC는 리부팅이 끝나면 저스티스 리그를 한다고 한다. 그린 랜턴도 죽쒀서 과연 잘 될지. ㄷㄷㄷ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2. 7. 19. 23:28

"Because he's the hero Gotham deserves, but not the one it needs right now.So we'll hunt him, because he can take it. Because he's not the hero.He's a silent guardian, watchful protector.The Dark Knight." 

2008년 여름, 제임스 고든의 대사와 함께 사라졌던 어둠의 기사가 돌아왔다. 


< The Dark Knight Rises >



* 스포 있음 *


2005년 배트맨 비긴즈, 2008년 다크 나이트에 이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의 마지막 마침표.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했다. 영화 개봉 직전까지 리뷰도 공개되지 않고, 시사회도 개봉 3일전에 열릴 정도로 베일에 감춰져 있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 공개된 영화는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너무 좋은 전작에 의해 폄하된 훌륭한 마무리? 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을 다크 나이트와 비교하지 않고, 독립적인 블록 버스터 영화로 생각한다면, 좋은 작품이다. 특히 후반부의 몰아치는 액션들과 훌륭한 스코어, IMAX 로 촬영된 액션신들, 특히 경기장 폭파신이나, 베인과 배트맨의 1:1 대결 장면 같은 것들은 어지간한 블록 버스터 영화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크 나이트의 그림자다. 조커라는 희대의 악당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베인이 약하게 표현되는 면이 있고, 다크 나이트의 주제의식에 비한다면, 액션의 면에서는 훨씬 더 많고 재미있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접근도 적어서 좀 부족해 보이는 면도 있다. 다크 나이트가 너무 강한 영화기에, 라이즈는 그것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분명하고,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배트맨 3부작의 마무리라는 면에는 매우 충실하다. 비긴즈에서 풀어놨던 배트맨의 이야기들과 다크 나이트가 만들어낸 고담시의 상황들을 잘 이용해서 이야기의 배경을 만들고,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했고,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며 배트맨을 돕기도 하고, 반대로 맞서기도 하며 시리즈의 훌륭한 마무리를 돕는다. 무엇보다 풀어놨던 얘기들을 적절히 잘 마무리했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잘 알려진대로 이 영화는 베인이 고담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고, 사라졌던 배트맨이 다시 고담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베인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브루스 웨인을 파산시키고, 회사를 장악함으로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 과정에서 배트맨은 베인과의 대결을 통해, 큰 피해를 입고 감옥에 감금된다. 브루스 웨인은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고 배트맨으로 돌아와 베인을 처치하고 고담시를 구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영웅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찰과 두려움이다. 배트맨이 스스로를 범죄자로 만들면서까지 영웅으로 만들어 냈던 하비 덴트의 이름을 딴 법으로 수많은 범죄자들이 가석방없이 갇혀 있었지만, 결국은 하비 덴트가 살인자였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영웅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다. 거짓을 믿고 따른게 되어버린 사람들, 그들이 느낀 배신감과 베인이 만들어낸 무정부 상태의 고담을 구원해낸 것은 배트맨이다. 사람들이 욕하고, 경찰들이 잡으려 했었던 바로 그에 의해 사람들이 구원받게 된 것이다. 배트맨은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억만장자인 브루스 웨인만이 영웅이 아니라, 상처입은 소년을 위로해주는 이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지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영웅을 만든다는 것이다. 두려움에 대한 고찰도 중요한 포인트인데, 브루스 웨인이 처음 박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어린 시절부터 그것은 극복의 대상이었다. 배트맨이 된 것도 자신이 무서워했던 박쥐를 이용한 심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의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을 넘어서서 자신에게 힘을 주는 요소가 된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힘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영화적 재미로 보면, 작정한 듯 쏟아내는 스펙터클과 액션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최근에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보면, 거의 다 CG로 처리되어 현실감이 영 떨어졌는데,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현장감 가득한 액션들이 난무한다. 게다가 IMAX 로 촬영된 액션신들의 생동감은 다른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배트맨과 베인의 1:1 대결의 둔탁한 사운드와 화면은 압도적이다. 특히 베인이 배트맨의 허리를 꺾는 장면에서는 헉소리가 날 정도다. 경기장 폭파신의 압도적 비쥬얼도 빼놓을수 없다. 한스 짐머의 스코어는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의 테마를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도 변주해서 영화의 분위기와 딱 어울린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2시간 45분에 달하는 긴 길이의 영화지만, 그래도 압축된 느낌이 든다는 거다. 더 길어도 충분히 될 것 같은데, 이야기의 흐름이나 호흡에서 너무 급하게 달려온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 지나치게 설명적인 대사가 많다. 상황에 대해 간접적 제시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입으로 설명하는 게 너무 많다. 미란다 테이트의 대사가 이런 종류가 많았다. 후반부에서 편집의 문제인지, 흐름이 좀 끊기고, 호흡조절에 실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역시 가장 아쉬운 점은 다크 나이트의 그림자다. 그건 어쩔수 없을 것 같다. 다크 나이트가 너무 강했어. ㅠ_ㅠ 


그래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인 블록 버스터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영화다. 






Posted by 파라미르

리들리 스콧은 종잡을 수 없는 감독이다.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어떤 경우에는 매우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반대의 경우도 많다. 작정하고 잘 만들어진 경우도 있고, 작정했는데 실패한 경우도 있고, 기대 안 했는데 좋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떤 경우일까?


* 스포 있음 *


영화는 항공촬영된 지구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며 화면을 가득 채우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폭포위에서 멈춘 카메라는 지구인과 닮은 외계인을 보여준다. 그는 잠시후에 무엇인가를 마시고  몸이 산산조각나며 폭포아래로 떨어지고, DNA  분화되고 변형된다. 타이틀 롤이 흐른다.


< PROMETHEUS >



나중에 설명이 나오지만 바로 그가 엔지니어다. 얼마나 많은 엔지니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벽화들로보아 그들은 이후에도, 인간들이 벽화를 그릴  있는 수준일때도 방문을 했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별자리를 그려낼수는 없었을테니.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신이 아니라 엔지니어라고 부를까. 조물주나 신이 아닌 엔지니어란다.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것이 아닌, 창조된 존재라고 과학자들이 믿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믿음으로부터 이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의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누가 우리를,  창조했는가?" 찰리와 쇼는 엔지니어들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믿음을 확정할  있는 과학적 증거를 찾기 위해 여정에 오른 것이다. 쇼는 어린시절부터 믿음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데이빗이 엿보는 그녀의 꿈에서도 찾을  있다. 장례식을 지켜보는 어린 쇼가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에서 드러난다. 죽음과 사후세계와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배척같은 것을 간단히 보여줌으로써 믿음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어린시절부터 기인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꿈을 훔쳐보는 데이빗도 흥미로운 존재다. 데이빗은 2 넘는 항해기간동안 혼자서 영화를 보고 농구를 하고 언어를 익히면서 냉동되어 있는 진짜 인간들보다  인간다움을 유지해왔다. 그런 그가  찰리를 죽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문에대한 답은 간단하다. 그가 찰리와 나눈 대화에 답이 있는데,  데이빗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대답이 그것이다. 데이빗의질문에 찰리는   있으니 만들었다는 대답을 하고, 데이빗은 실망감을 표한다. 그리고 나중에 찰리에게 술을 주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위해 무엇이든   있다는 찰리의 대답을 듣고서는 액체를 마시게 만든다. 데이빗은 어찌보면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에게서는 올바른 답을 듣지 못하고, 그런 인간을 만든 창조주에게  대답을 찾으로  것일지도 모른다.그래서 마지막 남은 엔지니어는 데이빗의 말에 격분한 것일지도 모른다.


데이빗이 과연 웨이랜드의 목적을 똑바로 전달했는지도 의문이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려진바가 없다. 과연  마지막 남은 엔지니어가 화를 낸건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지구에 생명을 전파한 엔지니어와 같은 종족인지도 의문이다. 프로메테우스 설화에도 인간에게 불을 전달해준 프로메테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신들은 인간들을 경멸했다. 우주선의 마지막 좌표가 지구였던 이유는 그들이 인간을 멸종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점은 프로메테우스의 설화와 맞아 떨어진다.


다시 쇼에게 돌아가 보자. 쇼는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여정에 올랐다고 아까 전제한 바가 있다. 이것은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십자가 목걸이로도 확인할  있다. 그녀가 쓰러지고 데이빗이 그녀의 목걸이를 수거한다. 그녀의 임신이 확인되기 전이다. 그녀의 믿음이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흔들린다는 상징으로 이해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시련을 겪는다.시련을 겪은 그녀는 나중에 데이빗을 다시 만났을 , 가장 먼저 십자가 목걸이를 돌려받기를 원한다. 다시 믿음을 되찾고 조물주에게 새로 생긴 의문을 위해 나가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남은 엔지니어도 자신이 창조한 무기에 의해 살해당하고, 전혀 새로운 외계인이 등장한다. 그 외계인은 우리가 잘 아는 에일리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영화의 많은 설정들은 에일리언의 그것과 닮아있다. 웨이랜드 컴패니와 소행성 이름들도 그렇다. 에일리언 프리퀄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같다.  


이 영화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난다. 결국은 믿음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지니게 만드는 영화다. 단순한 여름용 SF 블럭버스터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원대한 꿈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 할지라도, 흥행을 하지 못하면 얘기를 이어나가지 못한다. 인기가 없는 영화는 후속편이 나온다던가 얘기를 화장시킬수가 없는거지. 스타워즈가 1편이 흥행 못했으면 나중에 더 나올수 있었을까? 흥행에 성공하면서 후속편과 더불어 수많은 소설들과 게임등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거다. 그런 면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철학적 질문과 SF적 요소를 적절히 섞어 잘 만들어 냈다. 그런데 재미는 사실 덜하다. 너무 진지한 서사시이다 보니, 사소한 재미도 부족하고, 전반부는 졸리기까지 하다. 


나는 전반적으로 만족했지만, 영화적 재미로만 따지자면 좀 부족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에일리언 시리즈를 좋아하고, SF 공포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다. 특히 초반부 지구를 보여주는 장면은 대단하다. IMAX 로 본다면 눈이 꽉차는 경험을 할 수 있기도 하다. 


P.S. 영화에 나온 웨이랜드 회사의 홈페이지다. http://www.weylandindustries.com/ 

P.S. 2. 가이 피어스가 나왔다는데, 제대로 못봐서 나중에 보니, 웨이랜드 회장이었단다. =_=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2. 3. 28. 16:00

90년대를 한국 가요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서태지, 신해철, 015B, 김건모, 신승훈, 이승환, 이런 수많은 가수와 그룹들이 가요계를 주름잡고 있었고, 앨범 판매량도 그렇고, 그 당시의 음반시장은 다양성과 대중성, 상업성까지 갖춘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이들도 많았는데, 88년도의 신해철을 제외하고 지금까지의 가수들중에 가요제 출신의 대표적 가수라면 김동률을 빼놓을 수 없다. 전람회라는 이름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거머쥐며 데뷔한 이들은 1994년 신해철이 제작한 1집 음반을 발표했다. 바로 그 타이틀 곡이 기억의 습작이다.

 

< 건축학개론 >


건축학개론 (2012)

8.6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3-22

 

영화 포스팅에 가요얘기가 좀 길긴했지만, 난 이 노래가 이 영화의 영감을 준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기억의 습작의 가사는 정확히 승민과 서연의 얘기와 맞아 떨어진다. (가사는 제일 아래에 붙여둔다.) 가사는 감정의 흐름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흐름에 살을 붙여 이 영화가 만들어진 느낌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미 잘 알려진대로 20살때의 첫사랑이 15년후에 다시 만나는 얘기다. 뭐 다른 뻔한 멜로들과 크게 다를바 없어보이는 평범한 얘기다. 사실 극장에서 예고편 볼때까지만 해도 이거 망하겠구나 싶었는데,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먼저 이 영화는 좋은 멜로 영화다. 감정의 큰 흐름과 동시에 디테일을 잡는데 성공한 영화다. 20살 서툰 감정과 15년이 지난 커플의 대화의 디테일과 변화를 잘 표현해낸다. 디테일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를 하면 그 시대의 상황을 충실히 재현하며 추억을 불러들이면서, 동시에 그 시절의 사물과 상황을 적절히 조합해 감정을 극대화하는데 잘 이용한다. Sony D777 CDP 와 전람회 CD, GEUSS 티셔츠와 같은 대표적 아이템 외에도 1G 하드가 달린 펜티엄 PC, 무스등 추억이 돋는 아이템들로 살짝 웃음 짓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아이템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극의 진행을 돕고, 감정이입을 쉽게 만든다.

 

이 영화의 힘은 단순하게 추억을 불러들이는 데 있지 않다. 현재와 15년전의 과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감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이 영화의 과거의 주인공은 승민이지만, 현재의 주인공은 서연이다. 어린 시절 승민의 소극적이고 순수한 첫사랑이 짓밣히고, (사실 누가 짓밟은건 아니고 스스로 접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멀어진 그들 사이를 15년만에 다시 나타난 서연은 능동적으로 승민을 과거의 기억들로 돌려놓는다. 뒤늦게 밝혀지는 그녀의 마음, 승민은 혼란스럽다. 15년만에 나타나 과거의 승민이 자신의 첫사랑이고, 첫키스였다고 밝힌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랑과 전쟁 마냥, 무슨 아이 러브 스쿨의 동창생 불륜마냥 막장으로 가는 건 아니다. 단지, 기억의 습작 가사처럼 많은 날이 지나고 너무 커버린 나의 마음에 기억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다시 돌아와 승민을 만나보고 싶었던 것뿐. 서툰 20살의 첫사랑에 대한 애잔함. 오래된 CDP,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도 힘든 추억의 물건이 되돌려주는 너의 기억. 엇갈리고 서툴었던 그 시기에 대한 기억을 쌓아올린 서귀포의 집. 5살때 잘못 밟았던 수돗가의 아스팔트는 이제 어항이 되었고, 키를 재던 벽도 남겨둔채, 완전한 재건축이 아닌, 개축으로 만든 집은 과거를 지우려는 목적이 아닌,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추억이 된다. 서연은 승민과의 이별을 집을 지음으로 준비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둘 사이의 추억을 추억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각자의 길을 준비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꼭 짚어봐야 될 것은 음악이다. 전체적으로 튀는 음악의 사용이 아니라 영상을 위한 보조적 전달의 수단으로 이용하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영화 전체를 규정짓는 주제같이 이용된다. 특히, 개포동 아파트 단지의 옥상에서 한쪽씩 이어폰을 나눠끼고 처음으로 흐르는 부분은 20대에 그들의 노래를 들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먹먹해지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한가인과 엄태웅 조합의 능글맞은 대화의 흐름속에 묻어있는 서로에 대한 서운함과 비난. 한가인의 대사처리가 좀 불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서툰 20살의 과거를 연기한 수지와 이제훈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납뜩이 역의 조정석은 나오기만 하면 웃겨서, 나중엔 조금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영화에서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결국 이 영화는 기억에 대한 영화다.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 썅년이라고 부르고 싶은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 제대로 표현도 못해보고 멀어진 첫사랑을 가지고 있는 이들. 과거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나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당신이 기억하는 당신의 과거를 다시 고쳐짓게 만드는 영화다.

 

다시 세워진 기억위에서 MP3가 아닌 CD를 걸고, 전람회의 1집을 다시 들어보자.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2. 3. 20. 18:30
저예산 B급 영화인 크로니클이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충의 설정이나 방식은 알고 있었기에 얼마나 신선한 영화일지 기대감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막상 본 영화는 캐리를 떠올리게 했다. 스티븐 킹 원작의 유명한 영화로 캐리라는 작품이 있다. (1976년 영화고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영화다. http://www.imdb.com/title/tt0074285/ )  크로니클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계속 캐리가 떠올랐다.

< 크로니클 > 

* 스포있음 *



캐리와 비교를 해보기 전에 간단히 이 영화만의 특징을 살펴보자.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고등학생들이 초능력을 가지게 되고 점점 나쁘게 사용하는 녀석이 생기고, 그 녀석이 사고를 치지만 결국 해결하는 단순한 스토리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토리를 캠코더를 이용한 훼이크 다큐 형태의 1인칭 시점과 그 외의 다른 카메라들, CCTV 나 경찰 카메라 같은 것들을 이용해 영화를 이어나간다. 그리하여 신선한기도 하지만, 그래서 단점이 될 수 밖에 없는 점이 나온다. 바로 연결성의 단절이다. 1인칭이거나 다른 3자의 카메라가 없으면 얘기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억지스러운 설정들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앤드류가 카메라를 초능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비교적 자유롭게 3인칭의 카메라 워크도 사용가능해진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하는 점이다. 비슷한 형태의 영화였던 클로버필드는 캠코더 하나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설정이기 때문에 어지러움은 더 하지만, 연결성은 유지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자유롭기도 하지만 조금은 부족한 부분이 아닐수 없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앤드류다. 영화의 시작이자 끝을 책임지며 변화하는 인물은 앤드류다. 앤드류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병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살며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카메라로 모든것을 촬영하고 포스팅하는 길을 택한다. 그가 힘을 가지게 되고 변화하는 과정과 어떻게 파멸에 이르게 되는지가 이 영화를 이끄는 힘인 것이다.

이 과정이 바로 캐리와 닮았다. 캐리는 광적인 기독교도인 엄마 밑에서 자라며 자기 혐오를 지니고 사는 여자아이다. 앤드류도 마찬가지다. 최후의 자기 방어수단인 카메라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캐리와 앤드류는 조금만 더 미는 힘(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말하는 a little push 처럼 말이다)만 있으면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아이들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진화한 앤드류에게는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초능력이 있고, 캐리는 본인도 모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능력의 인지 여부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둘 다 결국 그 힘이 스스로를 파멸로 이르게 한다는 면에서도 둘은 닮았다.

바닥으로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던 그들을 바닥으로 몰아내는 면도 비슷하다. 다만 크라이막스로 올라가는 시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캐리는 졸업 파티에서 프롬퀸으로 선정되고 인사를 하는 무대위에서 돼지피를 뒤집어쓰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앤드류도 비슷하게 떨어진다. 앤드류도 교내 장기자랑에서 인기를 얻은 후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잠시의 우쭐함은 사라지고 다시 교내 찐따로 돌아온 그는 점점 능력을 폭력적으로 사용하며, 스스로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다 어머니의 약이 떨어진 상황이 그를 결국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힘을 남용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면에서 캐리와 앤드류는 닮았다. 영화적인 완성도면에서는 두 영화가 비교되기는 어렵겠지만, 캐릭터의 측면에서의 둘은 매우 닮았다. 자각없는 초자연적 힘을 몸에 지니고 있던 캐리와는 달리 앤드류는 인지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차이가 있지만, 벼랑 끝에선 10대 청소년이라는 둘의 공통점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CG 와 페이크 다큐라는 설정의 차이만 덜어낸다면, 본질적으로 이 영화는 불안한 10대들의 성장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초능력을 지워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뉴스와는 전혀 다를 것 없는 얘기다.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2. 3. 12. 21:16
요즘 주민번호는 공공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범죄도 많고, 그것 때문에 새로운 법도 시행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다. 화차는 그래서인지 현실적인 면에서 굉장히 와닿는 영화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면 말고도 영화적으로도 화차는 꽤 괜찮은 영화다.

< 화차 > 

* 스포 있음 * 


이 영화는 어느정도 알려진대로 신분을 속이고 다른 이의 삶을 사는 여자에 대한 얘기다. 원작이 어떤 분위기인지는 모르지만 변영주 감독이 직접 각색한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미스테리물로 만들기 보다는 그 여자의 삶에 대해 좀 더 들여다 본다. 

먼저 오프닝부터 살펴보면 산과 물, 자연을 보여준다. 맑은 날씨의 산과 강을 보여주다 이내 비오는 고속도로로 바뀐다. 나비가 되고 싶어했던 그녀의 삶. 나비가 날나다닐수 있는 좋은 날씨였지만 바로 비오는 고속도로, 차에 갇힌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유로움이 박탈된 비오는 고속도로, 정해진 출구로만 나갈수 있는 휴계소. 이 설정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한번에 바꿔버린다.

이때부터 영화는 나비를 꿈꾸는 그녀의 꿈이 어떻게 처절하게 부서져 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소위 말하는 범죄자가 되었는지를 추적해 나간다.  결국 선영이 꿈꾸는 나비로의 변신은 비오는 고속도로를 기점으로 해서 화차로 변해 파멸로 달려간다. 그 과정을 진행하는 조성하와 이선균은 작은 단서들로부터 시작해 그녀의 삶을 찾아나간다. 

이 영화의 장점을 찾아본다면, 무엇보다도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적인 명의도용에 대한 얘기가 기본이 되어있고, 흔히 만날 수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익숙함.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시골 풍경들. 현실과 동떨어져있지 않아 현실감을 더한다. 그리고 추적과정의 개연성이 좋다. 약간의 과장스런 설정도 있기는 하지만, CSI 도 용인하는 마당에 그 정도야. 흠. 
또, 김민희가 명의를 도용해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극단적인 상황의 설정이 좋아서 캐릭터의 변화에 대한 몰입을 강조한다.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가 정말 그것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김민희의 입체적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었다. 선영의 살해장면에서의 분위기는 그녀가 완전히 나비가 되기 위해 번데기의 껍질을 벗었다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다만, 나온 나비는 피에 젖은 날개 때문에 날지 못했다.

이제 단점을 좀 살펴보면, 이선균의 캐릭터가 좀 뜬 느낌이 든다. 조성하도 자리를 완전히 잡지 못했다. 이선균과 조성하는 주어진 상황에서만 움직이는 정적인 캐릭터다. 모든 상황은 김민희가 만들어 놨고, 그 안에서 체스말처럼 움직이기만 한다.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인 마지막 크라이막스에서야 겨우 제대로 움직인다. 특히 이선균은 제천에서의 오버장면이 제일 눈에 거슬렸다. 그가 그렇게 폭발하기 위한 충분한 비등점에 이르지 못한 느낌이랄까. 반대로 김민희의 극단적 상황에 대한 심리적 변화나 트라우마에 대한 표현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그녀가 나비가 되고 싶어했던 과정에서 그녀의 트라우마에 대한 묘사가 조금더 있었으면 싶기도 하다. 

약간의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화차는 간만에 보는 힘이 좋은 영화였다. 나비가 되지 못한 그녀의 아픔이 느껴지는 동시에 영화에 나오는 추적과정이 현행법 위반이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 영화였다. =_=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1. 5. 29. 01:30
5월하면 역시 여름을 겨냥한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극장가에 걸리는 달이다. 그런만큼 올해 5월도 그리 다르지 않게 토르를 시작으로 블록 버스터 영화가 연달아 개봉하고 있다.

< 토르 : 천둥의 신 >

마블의 히어로 시리즈의 차기작인 토르. 언제나처럼 단순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지만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에서 같이 진행되는 수평적인 진행과 그 선을 넘나드는 존재들과 인간의 만남으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냈다. 케네스 브래너의 영화라고 보기에는 조금은 평이하지 않나 싶지만 잔재미와 액션의 면에서 어느정도는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 내년에 나오게 될 어벤져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

< 캐리비언의 해적 : 낯선 조류 >

캐리비언의 해적은 3편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1편부터 3편까지의 얘기를 마무리하며 일부 캐릭터들을 자연스레 하차시키고 새로운 장을 연 이번 작품은 실망스럽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3편보다 더 리듬이 좋았다. 잭 스패로우의 매력만으로 영화를 끌어나가기는 힘들고 조연 캐릭터들과 환타지적인 요소들을 이용해 풍부함을 살리는데 이번에는 인어가 큰 역할을 한다. 항간에는 해적은 6점인데 인어가 10점이라고 하기도 하더라만. 음악도 한스 짐머가 맡아 여전히 힘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기대감을 낮추고 보면 즐기기 쉬운 영화.

< 쿵푸 팬더 2 >

1편이 포의 개인기와 뚱뚱하기만 한 팬더의 쿵푸 팬더로서의 변화 과정에 방점을 찍었다면 2편은 캐릭터들에게 깊이를 더하고자 한다. 포의 과거도 밝혀지고 그 과거를 극복하며 성장하는 포, 그리고 포와 교감하는 타이그리스, 다른 5인방 캐릭터들도 제몫을 충분히 한다. 포의 개인기는 여전히 좋고, 대놓고 슬로우 모션을 뻔뻔하게 연출하기도 한다. 화려한 성우진의 목소리 연기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1편보다 2편이 더 재미있었다.

6월달에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먼저 개봉한다. 잘 빠졌다니 기대를 해보고, 슈퍼8, 그린랜턴, 트랜스포머3 도 금방 개봉하겠지. 한국영화 기대작이 별로 땡기는 게 없다. 7월에 고지전말고는. 올해 한국영화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을 듯.

이제 챔스리그 결승 볼 준비하러 가야겠다.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1. 4. 17. 01:00
매년 4월이 되면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극장체인 돌아다니며 포인트 사용하기다. =_=
극장 체인 3군데에서 1년간 쌓인 포인트를 정기적으로 소진해줘야 하기 때문에 CGV 는 골드 클래스, 롯데시네마는 샤롯데를 한번씩 가준다. 메가박스는 포인트 별로 쓸데가 없어서 평일 관람권으로 교환해서 누군가에게 주곤 한다.

근 한달 정도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 쉬다가, 지난 주말부터 해서 어제까지 3 편의 영화를 몰아서 봤다. 간단한 평을 해 보면.

< 황당한 외계인 폴 > : 황당한 시리즈를 만든 영국인들이 미국으로 넘어가서 비슷한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영화다. 수많은 SF 영화들에 대한 패러디와 조롱, 유머들이 잘 뒤섞인 코미디 영화다. 발상의 전환으로 영국인 쪼다들보다 더 미국인같은 외계인을 만들어내서 재미를 준다. 근데 이건 사실 미국이나 영국의 Nerd 들에게 잘 먹힐 영화기는 하다. 빅뱅이론 좋아하는 사람들은 박장대소할수 있다. 스타워즈 팬들은 더. ㅋㅋㅋ

< 수상한 고객들 > : 이건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포스터만 보면 류승범 원 톱의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류승범은 영화안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데 류승범이 안 나오는 장면들은 무겁기 그지 없다. 게다가 영화 시작후 초반 5분간의 시퀀스에서 영화는 이거 코미디 아니다라고 티를 낸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좀 놀란다. 류승범이 나오면서 또 재밌는 영화인가 싶다가 조금 지나니까 또 아니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이 영화의 정체성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무거운 현실과 생명경시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하다가 만다. 대단히 무겁게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삶의 무게와 생명에 대해 얘기하다가 어느 순간 현실적 해결책은 놓고 판타지로 얘기를 마무리한다. 몇가지 설정들은 없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섞이지 못하고, 박철민의 진지한 연기는 너무 평이해서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마케팅이다. 박장대소 할 정도로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래도 무거운 현실을 잘 표현해 냈다는 면에서는 좋다.

< 한나 > : 모든걸 글로 배운 소녀의 성장드라마. 살인 병기로 키워져 세상과 격리되어 살던 한나가 세상으로 나와서 겪는 사건들에 대한 얘기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나 이런 것들에서는 본 시리즈가 겹쳐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여러 장면들이 유럽에서 진행되는 것도 그렇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리 매력적이지는 못한 영화다. 그래도 중간중간의 액션신들에서의 카메라 워크는 꽤 유려하다. 독일에서 에릭 바나가 4명의 요원들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단 한번의 컷도 없이 약 4분간 핸드헬드로 따라간다. 이런 시퀀스들은 좋지만 전체적으로 리듬이 좋지는 못하다. 조 라이트 감독은 전작인 어톤먼트나 오만과 편견에서도 알 수 있듯 롱 시퀀스들에서 장기를 보이는 감독인데 이 영화에서는 제대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듯하다. 이 영화의 발견이라면 주연인 시얼사 로넌이다. 살인 병기인 그녀와 세상을 처음 대하는 그녀의 이중적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오늘 극장에 갔더니 올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들 예고편이 잔뜩 나왔다. 토르, 트랜스포머 3, X-MEN 퍼스트 클래스. 일단 4월말에는 CGV 골드 클래스를 꼭 가야하니. 토르가 28일날 개봉하면 그날 바로 볼 수 있길. ㅋㅋ




Posted by 파라미르
코엔 형제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그가 만든 영화들은 이제 아카데미에서도 그렇고 여러 영화제들에서 단골 손님이 되었으며, 대중적인 인지도도 많이 올라갔다. 그들은 여러가지 장르의 영화들을 다양하게 소화해 낸다. 그들이 이번에는 서부극에 도전한단다. 게다가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제프 브리지스도 함께 한다고 한다.

< 더 브레이브 - True Grit >


* 스포 있음 *

코엔 형제가 만드는 서부극이라면 도대체 어떨까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미 물을 먹은 뒤라 좀 김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 본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알던 서부극에 대한 클리셰를 가차없이 부수는 영화였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만들었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 이후에 서부극은 쇠퇴하는 장르였고 가끔 나오는 작품들은 미국내에서는 인기를 끌었을지 모르지만 국제적인 흥행에는 그리 재미를 못본 것이 사실이다. 서부극은 표현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항상 비슷한 느낌의 고독한 총잡이가 나타나서 사건을 정리하고 홀연히 떠난다는 예전부터 이어진 전형성이 이미 머리속에 선입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영화는 이 패턴을 부수기 위해 화자 자체를 여성으로 설정한다. 게다가 14살 소녀란다.

영화는 오프닝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39살이 된 주인공이 25년전의 자기 얘기를 풀어놓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된다. 과거 그녀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는 출발한다. 그녀의 모험의 시작은 아버지의 장례비를 네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코엔 형제는 영리하게 이 장면을 설계함으로 해서 주인공의 성격을 관객들이 효과적으로 파악하게 한다. 이어지는 전반부에서 소녀의 강인하면서 당돌한 성격을 보여주고, 다른 축인 연방 보안관, 텍사스 레인저를 차례로 등장시킨다. 여기의 모든 캐릭터들이 전형적이지 않다.

연방보안관은 은행을 턴 전적이 있는 인물이고 정의감에 목숨을 걸고 있지도 않다. 술에 쩔어서 중국인 식료품 가게에서 잠을 잔다. 법정에서 자신이 죽인 사람들에 대한 증언을 번복하기도 한다. 정의감에 넘치는 고독한 건맨과는 거리가 멀다. 레인저는 어떤가? 진중치 못하고 말로만 뭐든 자신있는 사람이다. 보안관과는 계속 말싸움을 하며, 소녀보다 더 유치하게 싸우기도 한다. 캐릭터의 전형성을 벗어난 이들이 풀어나가는 얘기는 그래서 더 풍성해진다. 이 세 독특한 캐릭터가 모여서 하나의 목표물을 향해 달려나가지만 세 명은 모두 바라는 것이 다르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서로 택하는 길도 다르지만 결국 원하는 바를 이뤄낸다.

문제는 그 목표가 이뤄진 다음에 벌어진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소녀가 맞이하는 가장 큰 위기인 만큼 영화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진다. 이 모험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지만, 코엔은 조금 다른 마무리를 택한다. 14세 소녀의 복수극으로 영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39세의 외팔이 노처녀가 무덤을 등지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그들이 택하는 엔딩이다. 진정한 true grit 은 바로 그녀다.

이 영화는 멋있는 건맨의 영화가 아니다. 멋있게 총싸움을 하는 것보다 말싸움이 더 재밌는 서부극이랄까? 아카데미에서 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형태의 서부극으로 본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다.



Posted by 파라미르
Telling you.../About Movies2011. 2. 27. 23:01
'백조의 호수'는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발레 작품이자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은 숱하게 들어봤지만 오리지널 발레 작품으로는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백조의 호수가 아닌 흑조를 제목으로 내세운 영화라니.

< Black Swan >



* 스포 있음 *

우선 이 영화는 대단한 영화다. 긴장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기술부터 시작해서 영상과 음악, 그리고 연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모여 완벽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어 낸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중 자아라는 소재는 그야말로 흔하디 흔한 소재이고 특이할 것 없는 낡은 것이다. 그런데, 그게 발레라는 소재와 붙어서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 백조의 호수라는 오래된 고전 발레와 붙어서 더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백조와 흑조라는 완벽한 대비를 이용해서.
 
가장 먼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녀의 연기는 최고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는 거긴 하지만 발레 연기는 단시간에 배웠다고 말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발레 동작들을 잘 소화한다. 그로부터 시작해서 영화의 전체내에서 망상과 환영, 강박에 가까운 집착에 사로잡힌 발레리나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그녀는 릴리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며 불안에 떠는 이중 자아의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메인 롤을 맡지 못한 그녀에게 우연히 나타난 거친 본성이 그녀에게 메인 롤을 가져다 주고, 그녀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백조의 연약함만이 본인의 모습인 줄 알았던 그녀는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흑조의 욕망을 알게 되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자신이 투영시킬 무엇을 찾는다. 릴리는 완벽한 투영의 대상이 된다. 그녀가 스스로 지니고 있는 불안을 외부적인 것으로 돌림으로 해서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하는 것. 그녀의 불안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녀의 엄마를 탓할 것도 아니고, 상황을 탓할 것도 아니다. 그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불안이 환영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집착은 완벽한 흑조로 태어난 그녀의 모습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완벽한 흑조의 모습을 보여주며 스스로의 팔에 날개가 돋아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의 니나의 모습의 카리스마와 연출은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카메라는 니나의 뒤에서 따라다니며 그녀의 불안한 감정을 드러낸다. 니나가 환영을 보는 상황에서의 카메라는 오히려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관객들을 니나와 같은 혼란의 상황으로 뜰고간다. 연출은 관조적으로 흘러가지만 필요한 경우는 매우 역동적이기도 하며, 동시에 관객들을 적당히 놀라게도 하는 전형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발레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도 특이한데, 지금까지 본 무대 미술에 대한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는 무대에서 배우의 바로 옆에 붙어서 그들의 거친 숨과 토슈즈를 움직이며 생기는 작은 발소리까지 듣게 만든다. 우리에게 그녀에게 가까이 붙어서 느껴보라는 듯이 말이다. 현장감을 살리면서 동시에 관조적으로 니나의 뒤를 따라다니고, 환상에서는 역동적이다. 음악과의 조화로 리듬감을 살리는 편집과 연출은 영화로의 몰입감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이제 몇시간 후면 아카데미 영화제가 시작되는데, 이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및 2개 부문에 더 후보로 올라있다. 나탈리 포트만이 여우주연상을 거머쥘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주절주절 얘기가 길었는데, 일단 보라. 보고 얘기하자. 후회는 없을 꺼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