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이라는 용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몇년전에 나와서 인기를 끌었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라는 책에서 처음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걸로 기억이 나는데, 이 프레임이라는 것이 틀이라는 원래 뜻처럼, 생각의 틀안에 일반인들을 가둔다는 의미처럼 쓰이는 것이다. 코끼리하면 미국 공화당이 떠오르는 미국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이 왜 밀리는지에 대한 분석을 했던 책이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프레임안에 갇혀있는 형국이다. 진보 대 보수의 건강한 구도의 대결이 아닌 수구 대 좌빨 프레임에.
우선 프레임이 만들어질 수 있는 전제조건을 준다면 언론이다. 그리고 언론에서 만든 말을 시의 적절하게 사용하는 정치인이나 경제인등이 있다. 그리고 그 말을 옮기는 식자층이 있어야 한다. 거기다가 종교인까지 포함되면 금상첨화. 대한민국의 수구 보수 세력은 이 모두를 골고루 다 가지고 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에다 이제 YTN, KBS 까지 장악했으니 메이저 신문 3개에다가 케이블 방송사 하나, 공중파 방송 2채널까지 소유했으니 필요조건은 충족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지난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권좌에 앉은 MB님부터, 그 휘하의 졸개들, 딴나라당 의원들까지 모두 프레임의 열열한 추종자이고, 재벌들과 기업인들에게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용어를 써가며 프레임의 일원으로 끌어들였다. 또, 뉴라이트로 대변되는 허위 지식인들을 잔뜩 자기 밑으로 데리고 있고, 보수의 왕이신 조갑제옹도 계시지 않은가. 교육계에는 공정택 교육감이 계시고, 종교인이자 뉴라이트 상임위원장인 김홍도 목사도 있다. 가끔 자폭 하기는 하지만 이슈 메이커인 지만원도 있다. 이들이 다 모여서 좌빨 프레임을 10년만에 부활시켜, 대한민국을 가진자의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형국이다.
프레임에서 중요한 요소는 이슈다. 누가 옳고 그르냐, 사실이냐 거짓이냐는 중요치 않다. 단어와 그것이 주는 느낌을 퍼뜨리는 것이 프레임이 성공적으로 먹히느냐 아니냐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묻지마식 폭로와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는 신문들의 1면이나 자극적 제목들로 도색된 포털들의 뉴스 섹션을 보면 언론의 힘을 느낄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만을 사심없어 전달해야 할 언론들은 사주들의 입맛대로 사실을 가공하고 앞뒤 말을 잘라 사실을 왜곡하고 재포장한다. 그렇게 이슈를 터뜨린다. 그렇게 해서 이슈를 수면위로 부상시키고 나면 성공인거다. 그 이슈가 정말로 문제가 있는 사안이었는지, 정말 이슈의 당사자가 나쁜 짓을 한것인지에 대해서는 흐지부지하며 2-3면으로 끌어내리고, 간추린 뉴스에서 1줄로 보도해 버리고 만다. 그렇게되면 이슈는 자연스레 그 당사자와 단체들의 목에 걸리게 된다. 대중들은 세월이 지나도 왠지 모르게 그 당사자나 단체가 나오게 되면 프레임에 갇혀 그 이슈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이것이 프레임의 힘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무실에서 보는 신문이 중앙일보라 가끔 그 1면을 보는데, 1면 뉴스를 보면 타이틀에는 왠만하면 노무현 얘기가 들어간다. 가령 종부세 위헌 결정 다음날 타이틀이 이랬다. "노무현 정부 대못 뽑혔다" 이런식이다. 정확한 사실인 종부세 위헌 결정이란 타이틀을 뽑는게 아니라 "노무현", "대못" 같은 단어로 읽는 이에게 나쁜 느낌을 준다는 거다. 박연차 회장 비리로 최근에 시끄러운데, 여기도 꼭 붙는 말이 있다. "노무현 측근, 후원자". 이렇게 해서 또 비리를 저질렀을수도 있는 기업인과 노무현 전통을 꼭 붙이는 거지. 이런식의 타이틀 뽑기는 지난 1년간 계속되어 왔다. 또 하나는 대중들에게 사실을 숨기는 데도 프레임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계속 중앙일보의 예를 들어 그렇기는 하지만, 중앙일보의 최근 타이틀들은 경제위기 보다는 다른 쪽으로 얘기를 돌려서 풀어놓고 있다. 전국민이 지금 주가와 환율흐름에 목을 메고 있는데, 타이틀은 엉뚱한 문화 얘기에다 기획 시리즈라며 엉뚱한 얘기를 풀어놓기 바쁘다. 나만 해도 아침 출근길에 자세히 보지는 못하고 신문 타이틀만 쓰윽 보고 지나가는 수준이다. 전날밤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뉴스는 귀퉁이에 밀려있고 전혀 엉뚱한 것이 타이틀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 중앙일보의 편집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수 없다. 이것이 프레임의 전형적인 예다.
이런 프레임을 활용해 대한민국을 이념 대립의 장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수구세력이다. 건강한 보수가 아닌 수구세력들 말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들이 왜곡한 대표적 사례는 종부세 폐지라고 본다. 이들은 종부세에 대해 대못이니 악법이니 하면서 나쁜 이미지로 계속 포장해 왔다. 그래서 서민들은 종부세가 나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은 낼 처지도 안 된다. 8억이상 되는 집을 소유하려면 30년은 더 걸릴 만한 사람들이 종부세가 나쁜 거라면서 욕을 한다. 사실관계를 분석한 기사를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틀만 보고 그렇게 느낀 사람들이다. 종부세의 세제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기 보다는 나쁘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만든 기사들을 보고서는 프레임안에 갇혀 버린 사람들이다. 그렇게 해서 직접세인 종부세가 폐지된 이후에 줄어든 세수는 자신들에게서 더 걷어갈 것임은 인지하지 못한채로 갇혀있는 것이다. 이렇게 프레임을 잘 이용하고 있는 수구세력들이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좌빨 프레임이다.
좌빨은 좌익, 빨갱이의 줄임말이다. 이 말은 예전부터 많이 쓰여왔던 말인데, 이 말이 새삼스레 요즘 더 많이 쓰이는 이유는 현 정부가 보이고 있는 '우리 편 아니면 좌빨'식 편 가르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시끄러웠던 지만원이가 문근영양에게 할아버지 어쩌면서 떠든것이나, 최근에 삐라 살포한다면서 충돌일으키고 있는 것, 전 정부 붙잡고 계속 왼쪽으로 갔네, 잃어버린 10년하면서 떠들고 있는 것이 모두 좌익과 빨갱이를 묶어서 사회의 적으로 규정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좌익이라는 말의 느낌을 빨갱이라는 말과 묶어서 거부감을 극대화 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어딜봐서 노무현 정부가 좌파였는가? 우리나라에는 좌파정부가 단 한번도 들어선 적이 없다. 그런데 수구세력들은 이 정부를 좌파로 몰고 빨갱이 정부와 동일시하여 빨갱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동일시 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빨갱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거부감이란 대단한 것이어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낸다. 특히 노년층에게 대단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수구세력의 정치생명에 있어서 이 노년층의 힘이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빨갱이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투표를 하라고 하면 무조건 투표장으로 달려온다. 이 힘을 알고 있는 수구세력들이기에 좌빨 프레임은 이들의 가장 큰 무기의 하나가 되는 것.
기존에 부를 소유하고 있는 기득권층에게는 그들의 재산을 유지시켜줄 방법으로 종부세를 폐지해주고, 양도세를 완화해주고, 상속세를 폐지해 주면서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으로 좌빨 프레임을 이용해 혹세무민하며 서민들에게서 더 걷은 세금으로 건설사들이 방만경영하며 지어놓은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고, 부실경영한 은행들을 살려주고 있는 것. 게다가 서민들은 언론에 속고 프레임에 당해서 사실관계도 모르면서도 딴나라당을 지지한다. 노년층 최저임금 깍고 생활비 지방이 싸니까 지방임금 깎겠다고 해도 한나라당 지지도는 아직 30%가 넘는다. 대통령이 시장에 왔다고 가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에게 대통령은 한나라의 왕이다. 내가 내 손으로 뽑은 나라의 일꾼이 아니라 말그대로 왕이다. 왕이 배추 몇포기 사갔다고 좋아지겠지 라고 말하는 서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현실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까?
사실 대한민국 건국이후 60년간 단 한번도 이런 프레임에 대해 제대로 된 반대를 할 수 있는 체계가 선적은 없다. 군부독재 시절 한겨레가 나왔고, 지금은 경향신문이 그 편에 있고, MBC가 그나마 좀 반항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마저도 오래 가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정부는 인터넷에도 족쇄를 채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들끓는 다음의 아고라를 막고 인터넷 여론 형성을 막자는 것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온라인상의 여론 형성이 그만큼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때, 한번 실망한 네티즌들이
국개론까지 들먹여가며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차피 희망은 국민들에게 있다. 온라인 상의 힘이 현실정치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고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프레임에 대항하고 있는 경향과 한겨레같은 신문들에도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프레임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같은 방법의 여론 형성이 가장 좋은 반격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좌빨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떨치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 사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힘을 모으는 일 밖에 없다. 정부의 발표와 언론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실을 찾고 공부하며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가고 좌빨 프레임에서 빠져나와 스스로의 생각을 말 할 수있는 소양을 갖추고 주위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수구세력의 손에서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을 기르고, 똑똑해지는 수 밖에 없다.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업적이라면 국민들에게 똑똑해지라고 강요하는 것이 유일한 것 이랄까?)
'사람만이 희망이다' 라는 박노해 시인의 말처럼, 아무리 욕하고 나누려고 해도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우리가 희망인 것이다. 4년만 더 기다려 보자. 4년만 더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