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라는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다. 박찬욱, 김지운처럼. 그래서  3인의 감독들이 해외 진출을 한다고 했을때, 다들 기대를 많이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긴 하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는 독립영화처럼 작은 영화였고, 다들 폭망했다고 말하는 김지운도, 사실은 슈워제네거의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봉준호 하나였다. Snowpiercer 라는 제목처럼 눈처럼 쌓여있는 기대를 제대로 뚫고 흥행에 성공할지 아닐지 궁금하지 않을  없다.


< 설국열차 >


* 스포 있음 *




설국열차 (2013)

Snowpiercer 
7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정보
SF, 액션, 드라마 | 한국, 미국, 프랑스 | 126 분 | 2013-08-01
글쓴이 평점  



설국열차는 올해 한국 영화중에서 가장 기대가  작품이었다. 지난 7 31 개봉한  작품은 6일만에 400만을 돌파하며 흥행면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보이지만, 작품을 보고  후에 엇갈리는 반응들로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기도 하다.


이런 논란들의 가장  중심에는 봉준호가 지금까지 보여준 개연성이 있다. 현실이나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관객들은 쉽게 동화된다.왜냐면  아는 것이니까. 그런데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가  모르는 것들은 거부하고 본다. 그리고 설득이 되면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거부감만 쌓인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그의 영화들은 한국 사회를 기반으로  사건과 이야기들에 안주했다면, 이번 영화는 한국의 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프랑스 만화 원작에 다국적배우들이 뭉쳤다. 이야기의 시대나 배경, 국적따위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봉준호에게서 디테일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그가우리에게 보여준  디테일은 우리가 딛고 있는 바로  땅에서 나온 것이다.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수많은 떡밥을 던진다. 감독은 가능한 많은 것을 설명하고알려주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에게 먹혀드는 것은 아니다. 봉테일에 익숙한 관객들은 세세한 설정들의 개연성을 요구하고 말이  된다며 재단한다설국열차는 그렇지 않은 세계로 나간 봉준호가 우리에게 던진  시지다. 봉준호는 스스로를 틀에 가두는 것을 거부하고 변화를 꾀한 것이다.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 영화에만 집중한다면 조금은  재미있게 즐길  있을 것이다.  영화는  알려진대로 새로운 빙하기가  지구를 1년에 한번씩 도는 마지막인류를 태운 설국열차에 올라탄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열차안에서 계급으로 나눠진 수많은 사람들중 꼬리칸에서 억압받던 이들이 열차의 엔진으로 향하기로 하며 얘기가 시작된다.


초반의 액션 장면들은 명민하다. 횡스크롤 액션의 교과서가 되어버린 올드보이의 장도리를 넘어서기 위해 감독은 여러가지 연출을 시도한다. 통을 이용해 다음칸으로달려나가는 장면의 에너지도 좋고, 예카테리나 다리의 터널을 이은 액션장면에서의 1인칭으로 보이는 장면들이나, 횃불을 이용한 반격등의 장면들은 명민하다. 그래서인지 초반의 액션장면들에 비하면 후반부가 약간 힘이 모자라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격렬한 전투 이후에 총리를 포로로 잡은 이들이 앞으로 나가는 장면들은  대신 상상할  없었던 열차의 비쥬얼로 상쇄한다. 우리가 책이나 영화들을 통해 접해오던 유럽이나 미국의 상류층들의 모습같은 것들부터 해서, 현대적인 나이트 클럽같은 모습과 마약에 쩔어있는 모습 같은 것들도 보여준다. 상상력에 기인해 만들어진 엔진룸의 모습이나 얼어붙은 지구의 모습들에 대한 연출도 괜찮은 편이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세심한 연출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 영화의 단점중 하나는 지나치게 많은 설명이다. 중간에 앨리슨 필이 유치원 선생님처럼 나와서 비디오를 보고 설명을 하는 장면이나, 남궁민수가 얼어죽은 7인이나 마지막 부분에서 문을 여는 장면, 커티스가 과거를 설명하는 장면등도 대사로만 설명이 되다 보니, 흐름이 끊어지고 템포가 죽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인물들이 지나치게 소모되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RPG 게임에서 중간에 동료를 희생시키며 마지막 보스를 죽이기 위해 앞으로 진행하는 플레이어 같달까? 일정 시점에서 그 인물을 제거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은 강박이 있어 보인다. 마치 체스판의 말같은 느낌이 든다. 


연기의 측면에서 보자면 거의 모든 인물들이 평면적이라 그리 특이한 인물들은 없다.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방향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전진하는 인물들이다. 커티스만이 마지막에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며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틸다 스윈튼과 


얼핏보면  영화는 계급 투쟁에 대한 얘기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보고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있다. 이것은 계급에 대한 얘기라기보단 닫혀있는 생태계에 대한 얘기다. 세계화가 진행된 세계에서 넓게 살던 이들이 이제 하나의 조그만 세계에서 국적따위 상관없이 모여있는 인간들 사이에서 계급으로 나뉘어진 생태계의 관찰기 같은 것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자기 자리와 균형을 얘기한다. 이것을 보면  얘기가 마치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갭과 사다리 걷어차기에 대한 얘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 CW-7 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빙하기를 불러온 것도 선진국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영화는 현실을 기차로 축소하여 반영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포털 다음에서 윤태호가 그리는 설국열차 프리퀄이 연재중이다.  만화를 보면 꼬리칸이 어떻게 붙었는지를 보여준다.  만화와 영화를 엮어서 생각해보니,  열차의 생태계는 꼬리칸이 붙으면서 완성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 3 정도 꼬리칸이 인간을 먹으며 연명해 왔다. 그동안의 꼬리칸은 열차에서 완전히 불필요한존재라고 봐도 된다. 그러나 3  지나고 열차의 엔진 부품들이 닳아 없어지고, 그것을 수리할 꼬마가 필요해졌을때, 꼬리칸의 아이들이 필요해  것이다. 그에더해 열차내에 무임승차한  하나의 존재, 바퀴벌레의 처리를 위해서도 꼬리칸의 인간들이 사용되는 것이다. 바퀴벌레를 잡고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하나의 자원.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언제든 조절할  있는 자원인 것이다. 열차의 설계자인 윌포드도 예측못한 상황에서 덤처럼 실려오던 꼬리칸은 결국 필수 불가결한 하나의 자원이다.윌포드와 길리엄이 실제로 친구였고, 그들이 폭동을 계획해서 개체수를 조절해 왔는지는   없다. 영화의 마지막에 관객들은 윌포드의 얘기만을 듣게 된다. 과연 그들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어찌보면 하나의 맥거핀이기도 한것 같다.


또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마지막 부분에서 윌포드는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설계자와 같은 인물이다. 열차라는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그의 디자인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돌파구는 남궁민수와 요나다. 성경에서 요나는 고래뱃속 갇혀있다가 3일만에 뭍으로 돌아오는 인물이다. 노아의 방주와 같은 설국열차에서 남궁민수에 의해 탈출하는 그녀는 새로운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새로운 세상의 이브와 같은 존재다. 북극곰이 살기 시작함으로 어렵지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봉준호가 만든 새로운 세계라는 광고 카피가 딱 맞는 영화다. 지금까지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둔 디테일로 이야기를 살리고, 영화를 완성해 왔던 봉준호 감독이라면, 이번엔 마음 놓고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놓은 느낌이다. 그의 이런 시도를 좋아할 사람이 많은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될 일이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