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ing you.../About Movies2006. 10. 7. 00:09

대한민국 Official 2대 전 국민의 화투시즌, 설날, 추석. 추석 시즌을 노리고 개봉한 타짜.

< 타짜 >

타짜란 구라(사기)로 화투를 쳐서 남의 돈을 따먹는 화투 기술자를 칭하는 은어아닌 은어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타짜는 김세영 작가, 허영만 그림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스포츠 조선에 4년간 연재되었고, 1부 - 지리산 작두, 섯다. 2부 - 신의 손, 섯다, 고스톱. 3부 - 원 아이드 잭 - 포커, 4부 - 벨제붑의 노래 - 바카라, 블랙잭, 포커. 총 41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 애장판으로 다시 출시되면서 1부가 4권으로 다시 나왔다.) 김세영 작가의 치밀한 자료조사와 허영만의 그림체가 만나 만든 걸작 만화중의 하나다. 허영만의 경우 48+1 을 통해 이강토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타짜의 세계를 그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3권의 책으로 나왔었고, 역시 영화화 되었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번 영화 타짜는 이 중에서 1부, 지리산 작두를 영화화했다. 지리산 작두는 1960년대 지리산에서 태어난 청년 곤이 화투에 빠져들어 타짜가 되는 과정과 화투를 끊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만화가 원작이 되어 나왔던 최근의 영화 두편을 떠 올리며, 내심 조금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안병기의 '아파트', 이재용의 '다세포 소녀'. 이 두 작품의 실패요인은 서로 다르긴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타짜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만화가 원작이 되는 영화들의 실패요인들과 비교해 타짜가 더 성공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1. 원작의 핵심을 가져온 성공적인 각색
단순히 설정, 캐릭터, 대사의 차용이 아닌 원작의 핵심을 성공적으로 가져왔다. 설정부분에서 원작의 경우 1960년대가 배경이니 만큼 조금 생소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화폐단위로 인해 현실감이 좀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면 영화의 경우 배경을 1996년으로 변화시키고 고니를 지리산 산자락 청년이 아닌 남원의 공돌이로 바꿔 변화를 꾀했다. 설정이 바뀌면서 약해질수 있는 부분이 동기부여와 캐릭터의 성격인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 캐릭터의 성장 배경이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만드는 심리적 배경을 만드는 것이 성장 배경이므로. 원작의 경우 60년대, 지리산이라는 배경은 고니의 야수성을 만드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만화가 원작인 경우 캐릭터의 비현실성이 언제나 문제가 되곤 한다. 만화가 지면을 통한 캐릭터의 배경과 성격을 드러내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데 비해, 영화는 그럴만한 시간이 부족하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영화가 취한 방식은 캐릭터의 핵심을 가져와 상황을 다시 부여해 그 안에서 반응을 만들어낸다. 영화의 경우, 초반부의 짧은 편집과 시간적 순서를 바꿈으로 해서, 만화가 가지지 못한 연출 방식으로 캐릭터를 형성해 냈다.

아파트의 경우 설정과 일부의 대사만 가져와 자의적으로 변형시켰으나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지 못했다. 원작의 힘만을 믿은 것도 아니고, 너무 정공법으로 영화를 만들어 버린듯하여 아파트의 실패가 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2. 성장하는 주인공
100만원 날려먹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고니가 대한민국 최고의 고수인 아귀를 먹는 과정은 성장하는 입체적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어쩔수 없이 집을 나와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스승을 넘어서서 전국구로 나가 돈을 본격적으로 벌고, 결국 마지막엔 사부에 대한 복수까지 이루어내는 고니의 성장과정은 일종의 성공담이다. 무협지에서 많이 본듯한, 슬램덩크에서 보는 듯한.

3. 조연들의 연기
유해진이 연기한 고광렬이나, 백윤식이 연기한 평경장은 감초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특히 평경장은 영화의 초반부에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후반부까지의 영화의 흐름에도 큰 역할을 한다. 고광렬을 연기한 유해진은 떠벌이 고광열의 캐릭터를 수다스럽게 제대로 표현해 냈으나 가벼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고광렬이라는 캐릭터의 핵심보다는 겉모습을 표현하는데 그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김혜수가 연기한 정마담은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4. 완벽한 재미로서의 영화로의 집중
어설프게 감동을 주려하는 연출이 아닌 완벽한 재미를 위한 짧은 호흡, 맛깔나는 대사들. 최동훈 감독은 원작의 재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영화를 만들어 냈다. 또,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연출력은 그 재미를 배가시킨다.

아쉬운 점을 몇가지 짚어보자면......

1. 제대로 된 화투 기술들을 보여주지 못했다.
원작과의 비교를 안 할수가 없는 부분. 원작을 본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만화책에서 정적으로 보아오던 기술의 시연일 것이나 제대로 된 기술의 시연은 없었다.삼단기리, 밑식, 도쯔등 몇가지 기술이 나오기는 했으나...... 또ㅡ, 섯다 계급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것이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 왜 게임을 다시 하는지 알수가 없다. 물론 그런 것 없이도 영화를 보는 데는 지장이 없겠으나 약간의 계습순서에 관한 지식만 있다면 더 재미?x게 볼 수 있을듯.

2. 주연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조승우는 악만 남은 고니의 강한 눈을 연기하기에는 약하다. 산전수전 다 겪어가며 타짜가 된 고니의 잔인성과 야수성을 표현하기에는 조승우의 선한 눈은 카리스마가 좀 떨어지지 않나 싶다. 선해 보이는 고니가 악만 남은 것처럼 변하는 것이 더 극적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그 외에 설정이 바뀜으로 해서 사라진 캐릭터들이 있는 것이 아쉽다. 예를 들면, 은주의 경우는 화란과 함께 고니를 갈등하게 하는 매우 큰 갈등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완전히 생략되어 버려 아쉽다. 또, 짝귀의 존재감이 너무 약한 것도 흠.

타짜는 잘만든 오락 영화다. 다양한 오락적 요소와 짧고 빠른 편집, 도박이라는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잘 버무려낸 제대로 된 오락 영화다. 최동훈 감독은 두 편의 영화로 본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낸 기대주다. 앞으로 시리즈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 하겠다. 가문 시리즈 말고 추석 시리즈가 만들어 지게 되는건가?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