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ing you.../About Movies2013. 10. 20. 21:12

중력. 뉴튼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발견했다고 알려진 개념. 지구에 우리가 붙어있고, 모든 현재의 문명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느끼지도 못하고 너무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무게이기도 하다. 


< 그래비티 > 



그래비티 (2013)

Gravity 
7.8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폴 샤마
정보
SF, 드라마 | 미국 | 2013-10-17
글쓴이 평점  



개봉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으며 현재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그래비티. 2주전 예매를 해두고 오늘 관람을 하게 되었다. 사실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는 해리포터 말고는 본 적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평가가 워낙 좋았기에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 스포 있음 *


그래비티의 스토리와 플롯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등장인물도 단 2명. 얼굴이 보이는 사람은 단 2명이다. 이 두 명의 등장인물들이 우주 왕복선 explorer 를 타고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위해 나가있는 중에 폭파된 러시아 위성의 파편에 의해 우주에서 표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라이언 스톤은 러시아 ISS 를 거쳐 중국의 천궁에서 소유즈 탈출선을 타고 결국 지구로 돌아오는 얘기다. 


단순한 이야기에 단순한 플롯을 지니고 있다. 흔한 플래시백이나 주인공의 과거를 보여주기 위한 회상같은 것도 없다. 알폰소 쿠아론은 정공법으로 돌파한다. 그 뚝심이 돋보이는 장면은 역시나 오프닝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20분간 펼쳐지는 롱테이크는 이 영화의 힘을 보여준다.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한  과도한 3D 효과없이 자유스러운 카메라 워크와 그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제시되는 대화들로 모든 영화의 배경들을 설명해낸다. 라이언 스톤과 맷 코왈스키의 관계와 그들이 어떻게 이 과정을 벼텨나갈지를 그려낸다. 그리고 이 오픈닝 시퀀스의 마지막 부분에서 파편들이 날아오며 익스플로러가 돌기 시작하는 부분에서부터 관객들은 압도당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는 매우 뛰어나다. 3D 효과를 기본으로 시작해서 자유로운 카메라 워크로 제한없는 영상미를 이끌어낸다. 1인칭 카메라 시점을 이용한 장면들도 뛰어나고, 헬멧의 유리에 비친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배우의 표정까지 잡아낸다. CG의 완성도에 더해 사운드와 음악에 대한 면도 뛰어나다. 음악은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며 사운드도 극장의 사운드 시스템을 이용해 여러 스피커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우주에 있는 듯한 느낌을 심어준다. 거기에 더해 영화는 우주에서의 사운드를 전달하지 않는다. 소리가 들리는 것은 공기가 있을때와 1인칭 시점의 카메라 워크로 표현될때만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던 우주를 다룬 영화들과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사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술적인 완성도에 더해 깊이있는 각본이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이 영화에서 라이언 스톤은 4살난 딸을 잃고나서 기계적으로 일만하며 살아왔다. 하루 종일 일하고 8시에 퇴근하며 차에타면 아무것도 안하고 음악만 나오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마냥 운전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나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리고 우주가 주는 고요를 즐기는 수준이 된 것이다. 그녀에게 중력은 일상과 같은 말이다. 중력에서 벗어난 우주는 그녀에게는 일상과 고통스러운 삶, 그 자체다. 그렇게 평화롭고 고요한 우주에서 유유자적하던 그녀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그녀는 중력의 힘을 다시 느끼게 된다. 중력과 마찰이 없는 우주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무력함을 깨닫고, 지구와의 통신채널에서 개소리와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살을 하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결국 지구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중력의 중요성과 내려놓는 것의 중요성, 이 두가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맷 코왈스키가 스스로 줄을 끊어서 라이언 스톤을 구하는 것을 보며 반대로 자신은 내려놓지 못하던 아이의 죽음과 그로부터 도망갔던 자신의 무력함.  그리고 그녀는 다시 태어난다. 


소유즈안에서 유영하는 라이언 스톤은 마치 태아와 같은 모습으로 평화롭게 쉰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 탈출해서 빠진 호수는 마치 양수와 같다. 좁은 소유즈로 차오르는 물을 헤치고 나와 호수가로 나와 흙을 손에 쥐고(grab 하고) 두 다리로 힘겹게 일어서는 모습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연상시킨다. Mother earth 로 돌아온 라이언 스톤은 새로운 탄생을 경험한 것이다. 그녀는 우주에서 단순한 재난을 경험한 것이 아니라 내려놓음과 삶의 무게를 짊어지는 것을 깨닫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 것이다.


이 영화는 재미있다. 단순하게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 짧게까지 느껴지는 러닝 타임안에 긴장감과 해방감, 카타르시스에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찰까지 들어있는 보기드문 작품이다. 절대 놓치지 말고 되도록 큰화면에서 3D 로 보도록 하자.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