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ing you.../About Movies2013. 6. 16. 23:13

슈퍼맨은 역사이자 신화적인 존재다. 코믹스에서 출발해서 만화화된 수많은 영웅들중에서도 가장 신과 가까운 존재라 할 수 있다. (토르 제외 =_=;a) 심지어, 그의 출생에서부터 성장과정과 각성은 예수의 그것과 같다. 그 슈퍼맨이라는 이름의 힘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지금까지 슈퍼맨 영화는 총 5편이 만들어졌고, 모두 슈퍼맨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과 고이어는 다크 나이트의 성공에 힘입어 생긴 자신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맨 오브 스틸이라는 코믹스의 제목을 시작으로 리부트를 결정했다.

 

< Man of Steel >
 
 


맨 오브 스틸 (2013)

Man of Steel 
7.6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에이미 아담스, 마이클 섀넌, 케빈 코스트너, 다이안 레인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43 분 | 2013-06-13
글쓴이 평점  



* 스포 있음? 스포랄께 별로 없....... *
 
크리스토퍼 놀란과 데이빗 고이어가 원안과 각본을 맡고, 놀란이 제작을 한다고 했을때 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맡았다는 얘기가 들리고, 그 기대치는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지난 13일, 뚜껑이 열리자, 그 낮아진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조드와 슈퍼맨의 마지막 대결처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영화를 어떤 면으로 보느냐에 달린 것이긴 하겠지만, 일단 내 평가는 중간에서 100점 만점에 49점이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우선 제일 먼저, 이야기의 무게감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슈퍼맨은 파란망토에 빨간팬티 입고, 온 지구인들에게 환호를 받던 영웅에서 시작한다. 외계인이지만 지구에서 성장했고 자신의 힘을 깨닫고, 천천히 적응해 나가다 큰 사고를 막으며 자신을 드러내고, 추앙받는 존재로 출발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크립톤 행성의 파괴를 담은 프롤로그를 지나고 나면, 클라크 켄트의 성장 과정을 플래시백으로 빼고 그가 각성을 시작하는 여정으로부터 영화를 출발시킨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스몰빌이나 다른 슈퍼맨 영화에서 봤던 약간의 재미있을법한 어린 시절의 슈퍼맨 얘기는 굉장히 줄어든다. 오히려, 어린 시절 왕따가 되고 음울한 클라크의 모습이 주가 된다. 그래서 무게감 자체가 달라져 버린다. 이것은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동시에 작용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익숙한 어린시절부터 출발한다면 관객들의 감정이입이 더 쉬웠을 것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거부했다.
 
슈퍼맨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는 이유도 지금까지의 영화와는 차별화한다. 지금까지 영웅으로 출발했던 슈퍼맨은 인간들에게 모습을 처음 보이고는 수갑을 찬다. 영웅으로 출발이 아니라 위험한 존재로 출발해서 인간 세계의 수호자가 되는 반대의 접근 방향을 취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와 영화 전체가 대단히 무겁다. 붉은 색감으로 채워진 크립톤부터 출발해서 Terraforming 이 진행되는 회색빛 메트로폴리스나 이런 것으로부터 시종일관 깔리는 배경음악까지 모든 것이 지금까지의 슈퍼맨과는 차별화된다. 영화 내내 웃을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는 것도 그렇다.
 

플롯은 괜찮은 편이다. 유년 시절에서 핵심이 되는 사건들만 정리해서 보여주며, 현재의 클라크가 느끼는 감정의 배경을 잘 설명한다. 슈퍼맨이 모습을 드러내는 선택을 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오히려 좋은 접근이다. 무조건 예수처럼 33년을 기다려야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동안에 큰 사고가 있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그를 강제로 끌어낼만한 강한 동기가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각성과정에서 로이스 레인을 먼저 등장시켜, 말도 안되는 안경 변신에 대한 설명을 먼저 만든 것도 좋은 부분이다. 차라리 로이스 레인이 알고 있는게 속 편하지 않겠나.
 
프롤로그에서도 크립톤 행성의 파괴과정을 자세히 그려내면서 조엘의 비중을 크게 확대했고, 크립톤에 대한 설정들을 자세히 표현하며 논리적 배경을 부여해 이야기에 힘을 더했다.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현실적 영웅을 좋아하는 놀란과 고이어의 힘이 컸겠지.
 

지금까지는 전반부의 이야기와 무게, 플롯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여기까지는 사실 그래도 괜찮다. 그런데, 후반부의 액션들이 나오면서 이게 좀 나빠진다. 우선, 액션이 큰건 좋은데, 너무 많다. 신과 같은 존재들이니 액션이 큰건 이해하겠는데, 좀 줄이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시간을 조금 더 할애했으면 어떨까 싶다.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보여주며 감정을 끌어올리면 더 풍부해질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슈퍼맨 등장이후에 인간 세계에 대한 얘기가 거의 없다. 그의 등장으로 혼란해진 인간 세상에 대한 묘사는 일부밖에 없다. 슈퍼맨의 선택대로 모든 일이 흘러간다. 주인공의 선택에 대한 반작용이 거의 없다. 극복해야 될 대상이 조드뿐이다. 이건 무슨 RPG 게임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RPG 게임을 해도 최종보스 잡기전에 중간보스도 잡고 퀘스트도 좀 하고 해야되는데, 이건 최종보스만을 위해 달려가면 된다. 그나마 딱 한번 캡슐투하 할 때는 좀 낫다. 자잘한 갈등요소를 만들고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쾌감을 좀 올려갔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어떤 느낌이냐면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가 경찰총장과 판사와 웨인이 연 파티장, 이 세군데를 동시에 치면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그런 시퀀스 같은?
 
또, 주위의 캐릭터들은 마치 RPG 게임에 등장하는 NPC 처럼 개성없이 주어진 역할만을 수행한다. 그나마 그 와중에 로이스 레인, 마사 켄트만이 차별성을 가지는 수준이다. 아, 조엘과 조나단 켄트역할을 한 러셀 크로와 케빈 코스트너도 좋았다. 기독교식 삼위 일체설로 말하자면, 조엘은 성부의 느낌, 조나단 켄트는 성령의 느낌이랄까? 한쪽은 힘을 부여해주고, 한쪽은 힘을 어떻게 쓸지 깨닫게 해주는 서로 다른 느낌의 아버지를 잘 표현해냈다.마이클 셰넌은 절망에 빠진 마지막 크립톤인의 느낌을 잘 살렸다. 최종보스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설명하는 대사가 너무 많다. 간접적 제시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많기도 한 영화라 그럴 수밖에 없는 거는 이해하려면 할 수 있겠는데, 너무 많다. 그리고 희망, 구원, 자유 이런 것에 대한 추상적 표현이 너무 많이 등장하니 쉬 피곤해 진달까?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다. 액션의 쾌감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연출등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게 감독때문인지 각본때문인지 말이 많기도 한데, 내가 볼때는 둘 다 잘못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역설적으로 에필로그 부분인데, 클라크가 데일리 플래닛에 입사하는 바로 그 장면이다. 이제 우리가 알던 슈퍼맨의 얘기가 시작되는구나 싶은 그런 느낌을 준다고 할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자면 볼까말까 하고 있다면 그래도 보고 후회하는 편을 택해도 될 거 같다. (굳이 IMAX 3D 로 안 봐도 될것 같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MAN OF STEEL 이라는 타이틀롤과 함께 테마 음악 나올때는 좋더라. =_= 그리고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에서도 2편인 다크 나이트가 가장 좋았던 것처럼 본격적인 재미는 2편에서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P.S. LEXCORP 의 로고가 몇 군데 등장한다. 스몰빌이라는 로고도 꽤나 잘 보이고, 특히 인공위성을 잘 살펴보면, 웨인 기업의 로고도 나온다. 저스티스 리그를 위한 떡밥일지도?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