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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4 존재의 다름을 극복한 아이들 : 렛 미 인
블로그와 영화 사이트들에서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언젠가 봐야지하고 벼르고 있었던 영화. 새해 첫날을 맞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관람을 하게 되었다.

< Let The Right One In >



우리 말로 '렛미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이 스웨덴 영화는 특이한 성장 영화다. 잘 알려진대로 이 영화는 

흡혈귀라는 소재를 퇴치해야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또 어른 흡혈귀가 아닌 어린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삼은 독특한 성장 드라마다. 

* 스포 있음 * 

이 영화가 성장 영화인 이유는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위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교감한다는 것이다. 두 어린이는 서로 다른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 오스칼은 학교에서 왕따라는 것. 이엘리는 흡혈귀라는 것. 오스칼의 문제는 저항을 해서 해결할 수 있는 후천적인 것이라면 이엘리는 태생적인 문제기에 극복자체가 불가능하며 존재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둘이 만나기 전에 오스칼은 소극적으로 갈등을 해소한다. 누군가에게 푸는 것이 아닌 나무를 상대로 칼을 찌르며 자신이 들은 말을 똑같이 나무에게 하면서 소극적으로 갈등을 풀려고 노력한다. 문제 자체와의 대면은 피한 체로. 이엘리는 이를 발견하고, 오스칼에게 직접적으로 대면하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이엘리는 오스칼에게 간접적인 도움도 주지만, 마지막엔 직접적으로 그를 구해주기도 한다.

이엘리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피를 먹고 살아야 하는 흡혈귀이다. 그를 도와주고 있는 아버지라고 불리는 노인의 도움으로 직접적으로 나서는 일은 드물지만 결국 중간에 아버지가 죽음으로 해서 이엘리가 직접 나서야 할 수 밖에 없다. 이엘리는 이웃들을 해치게 되고 이웃사람들을 피해 도망쳐야 하게 되었다.
오스칼은 이엘리를 도와 도망치게 해주고 이엘리는 자신의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지 않고 오스칼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 오스칼과 이엘리는 서로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은 구원자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표현 양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흡혈귀 영화와는 다르다. 흡혈귀라는 대상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그렇기에 역동적인 카메라 이동보다는
정적인 샷들로 영화가 구성된다. 스웨덴의 눈으로 가득찬 숲과 동네와 학교. 너무 하얗기만 하기에 이질적이기까지 한 이 공간을 감독은 여백을 충분히 활용하며 여유있게 잡아낸다.

그리고 배우들의 절제된 감정 표현이 극의 긴장을 더 높여준다.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기 힘든 오스칼과 눈으로 감정을 표현해 내는 데 뛰어난 이엘리. 두 캐릭터의 교감이 제일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 수영장씬에서의 이엘리와 오스칼의 눈으로 얘기하는 부분이다. 또, 오스칼의 집에서 이엘리가 들어오라는 말을 듣지 못하고 피를 흘리는 장면. 섬뜩하기도 한 장면이지만 둘의 교감에 대해 느낄수 있었다. 또, 둘 사이에서 모르스 부호를 이용한 통신으로 교감하는 설정도 좋았다.

또, 하나의 포인트로는
소재에 의한 상황구축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 흡혈귀 영화와는 다른 주제를 가진 영화지만 흡혈귀 영화의 장점을 아주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상황적으로 이엘리가 떠날수 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구축을 적절하게 해낸다. 이런 상황과 위에서 말한 감정 표현방식, 그리고 성장이라는 주제가 맞물려 이 영화는 독특한 흡혈귀 영화로 탄생했다.

좀 아쉬운 부분은 설명되지 않는 몇가지 부분인데, 이엘리에게 피를 제공하는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건지, 왜 이엘리는 초대를 받지 않으면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조금 아쉽다. 원작이 있다고 하는데 거기서는 충분히 설명이 나올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특이한 상황과 성장하는 캐릭터의 맞물림, 정적이면서도 따뜻한 연출.
헐리웃에서 리메이크를 하기 전에 놓치지 말고 봐야 할 영화다.
수영장에서 오스칼을 끌어올린 이엘리의 눈이 생각나는 밤이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