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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3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UP 2
  2. 2009.01.06 진화한 디즈니 : 볼트 2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재미있다. 순수하게 재미만 위한 것도 있었고, (인크레더블) 감동에 방점이 찍힌 것도 있었고, 하지만 언제나 재미있었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러던 이들이 이번엔 어른과 아이들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묘한 눈높이를 가진 영화를 탄생시켰다.

< UP >

* 스포 있음 *


잘 알려진대로 UP은 집을 풍선을 띄워서 남미로 날아간다는 황당무계한 얘기로 시작한다. 우선 소재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이 영화가 아예 황당무계한 만화영화처럼 흘러갈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영화는 어른들의 얘기로 시작한다. 초반 15분까지에서 이 영화는 후반부에 반전에 대한 암시와 어린 시절의 칼과 엘리의 모습들을 묘사하며, 두 등장인물들의 첫 만남과 그들의 삶에 대해 효과적으로 드러내준다. 칼과 엘리의 결혼이후로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묘사되는 그들의 삶에 대한 묘사는 어떤 극영화보다 극적이고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엘리의 죽음이후에서야 이 영화는 제대로 된 얘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 영화의 첫번째 중요한 주제가 나온다. 바로 동심을 잃은 어른들에 대한 reminder 라고나 할까? 엘리와 칼이 반복적으로 동전을 열심히 모으다가 모았던 병들을 깨서 집을 수리하고, 자동차 타이어를 바꾸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꿈을 계속 미루고 있는 어른들에 대한 painful reminder 라고 볼 수 있다. 나중에 엘리가 병원에 입원하고 난 후에야 여행책을 꺼내며 다시 꿈을 찾은 이들을 보며, 지금 우리 모습을 다시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린시절의 내가 가지고 있었던 꿈이 무엇인지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엘리의 죽음 이후, 칼이 잠에서 깨어나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칼의 집 주변은 이제 모두 다 공사중이고 재개발이 진행중이다. 칼은 자신의 어린시절, 엘리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팔지않고, 자신의 꿈을 간직하고 싶어한다. 그런 그를 괴롭히는 개발업자들은 끊임없이 집을 구입하려고 노력하고 돈으로 그의 꿈을 뺏으려 하지만, 칼은 꿈적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충돌이 있었고, 양로원으로 끌려가기로 남들에 의해 결정된 그는 결국 마지막으로 엘리와 자신의 꿈을 이루기로 한다. 엄청난 수의 풍선을 띄워서 집을 하늘로 날려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가기로 한 것. 이 여행에 '러셀'이라는 천진난만한 꼬마가 합류하며, 얘기가 더 풍부해지기 시작한다.

두 번째 중요한 주제인 붕괴된 가족의 재구성이 여기서 시작된다. 러셀은 배지를 위해 '칼'을 도우러 왔지만, 사실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달아주는 배지를 원하던 것이고, 단순하게 그 배지와 상급 대원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해주는 아버지를 원하던 것이었다. '칼'도 마음을 닫고 있었지만, '러셀'과 '케빈'과 함께 여행을 하며 마음을 열고 집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런 가족의 재구성에 대한 것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두번째 주제다.

이제 이들이 남미에 간 이후에 펼쳐지는 좌충우돌 모험기를 보며, 아이들도 웃을 수 있고, 어른들도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CG 로 만든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멋진 장면들과 기술적으로도 빼어난 카메라 이동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들, 그리고 위트있는 대사와 포인트를 짚어주는 개그들. 이 모든 것이 맞물려 영화는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간다. 그리고 후반부에 결국 케빈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데 성공한 '칼'과 '러셀'이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러셀'의 가족은 결국 아무도 나오지 않고, '칼'이 배지를 달아주는 배지 수여식에서 '칼'은 자신의 '엘리'에게서 받은 소다 배지를 달아주며, 자신의 꿈을 '러셀'과 공유하며, 세대를 넘어가는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며 끝을 장식한다.

이 영화는 초반부의 진지함과 후반부의 약간은 가벼우며 재밌는 장면들이 많은 특징을 가진다. 전반부의 방점이 현실에 찌든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면, 후반부는 어른이고 어린이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들로 이뤄진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본 사람들도 호불호가 나뉘는 것 같다. 전반부의 묵직함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후반부가 너무 약하게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있고, 전반부가 지루했다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린 시절 무슨 꿈을 꾸고 살았는지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해지는 시점에서, 아내가 어릴때 달아준 소다 배지를 항상 가슴에 달고 다니는 순수한 아저씨 '칼', 그 배지를 또 손자같은 '러셀'에게 달아주는 이 아저씨의 마음 씀씀이를 보며, 자문해 보자. 나는 언제 순수함을 잃었는지. 내 어린시절 꿈은 뭐였는지. (이젠 기억도 안 난다.)

P.S. 단편인 '구름 조금'과 '토이 스토리 3' 예고편도 짱이다!! 역시 픽사.
P.S. 2. 엔딩 크레딧 장면은 스탭들의 역할에 따라 스틸컷을 따로 만들어 연출했다.



Posted by 파라미르
요즘 디즈니사 로고가 나오고 나서 픽사 로고가 안 나오면 왠지 어색한 것은 최근 디즈니가 만든 애니들이 그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릴로와 스티치'이후에 제대로 기억나는 작품이 없다는 것만 봐도 애니메이션 명가의 명성을 다 까먹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 로고에 등장하는 그 예전 미키 마우스의 모습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디즈니의 결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볼트 >


알려진 것처럼 '볼트'는 자신이 초능력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는 TV쇼에 출현하는 개가 현실세계로 나오며 겪는 일에 대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성장영화의 틀을 가지고 시작한다. 처음에의 TV 쇼 촬영장면은 꽤 박진감이 있고 액션영화같은 느낌을 낸다. 또, 거기에 세 동물이 같이 돌아다니면서 LA 까지가는 과정은 또 로드무비같은 성격을 가지기도 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심플하고, 후반부는 예측 가능하고 뻔한 마무리로 가져간다. 스토리의 단순함을 잔재미들과 디테일로 채운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초반부의 액션과 후반부의 에피들 사이에 연결이 비교적 양호하다. 동물을 의인화해서 하는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 약간의 과장과 비논리적 에피들도 물론 존재하지만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속도조절도 비교적 훌륭 후반부에 볼트가 현실적인 개가 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 배치가 좋다.

특히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Super Bark 다. 볼트에게 Super Bark는 존재와도 같은 것이다. TV 쇼 내 자신의 능력인 Super Bark 를 정말 자신의 힘으로 믿던 그가 미튼스를 만나서 하는 Super Bark 는 정체성의 혼란과 상실을 의미한다. 그것을 계기로 볼트는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것으로 페니를 구하면서 정체성을 찾게 되는 것. 이 과정에서 동일하게 연출된 장면들이 지니는 서로 다른 의미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캐릭터들의 조화도 잘 이뤄진다. 현실감 없다가 점점 성장하는 강아지와 현실적이며 비판적인 고양이, 정신없는 햄스터까지. 성장드라마로서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를 동물을 소재로 잘 엮어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의 총평을 한다면, 디즈니의 전통적 가치관에 픽사의 신선한 아이디어들과 디테일들이 들어가서 얘기가 많이 풍부해졌다. 동물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디테일은 빛을 발한다. 비둘기 머리를 자세히 보면 그 움직임에 얼마나 공을 들여 관찰했을지 알 것 같다. 특히 '존 라세터'가 기획을 맡음으로 해서 얘기를 풍부하게 만들어냈다.

아직 픽사의 독창성을 따라 가기는 모자라지만 심기일전한 디즈니가 간만에 재미있는 작품을 내놓은 것 같다.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