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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7 주말 영화 감상 : 클로버필드 2
Telling you.../About Movies2008. 1. 27. 00:05

헐리웃 괴수 영화라고 하면 우리 머리에 딱 박히는 그것이 있다. 괴물이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을 무시하다가 괴물에게 당하고 괴물의 약점을 파악하고 나서 괴물을 퇴치한다는 것. 클로버필드는 그 전형성을 탈피한 신선한 괴수영화다.

클로버필드

감독 매튜 리브스

출연 마이클 스탈-데이빗,마이크 보겔,리지 캐플란,제시카 루카스,T.J. 밀러,오뎃 유스...

개봉 2008.01.24 미국, 8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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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대로 클로버필드는 1인칭 시점으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지는 영화다. 어떠한 설명도, 인과관계와 기승전결도 없다. 정말 마치 그 사건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다.

< 스포 포함 : 영화 보실분 뒤로. >

페이크 다큐멘터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역시 '블레어 윗치'다. 모방기록영화(mockumentary)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이 영화는 99년 신선한 충격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역시 우리나라에서의 흥행은 역시 바닥을 기었다. 이번 클로버필드도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전에도 몇번 얘기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은 기승전결이 있는 드라마 스타일이다. 뭔가 얘기가 이어지고 깔끔한 마무리가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고 마지막에 이제 끝이구나 싶은 만족감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클로버필드'는 극악의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시종일관 흔들리는 카메라에 괴물의 정체가 뭔지 밝혀지기는 커녕 주인공들 다 나가 떨어져 죽고 끝난건지 아닌건지 알려주길 하나, 음악이 있길 하나.

하지만 클로버필드는 재밌다. 그 이유는!

1.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최대 강점인 관람자를 사건의 가운데로 몰아넣는 몰입감이다. 한번이라도 캠코더로 촬영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화면이 흔들리는 이유를 잘 알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의 몰입감은 최대치에 달한다. 일반적 헐리웃 영화에서 보는 멀리서 괴물의 크기나 도시를 보여주는 따위의 항공촬영이 같이 쓰였다면 영화적으로의 스펙타클한 장면은 연출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이 사건에 실제로 같이 하고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은 떨어졌을 터. 그렇기에 이 영화의 흥행을 좌지우지할 양날의 검이 될수밖에 없는 것이다.

2. 노출의 기술, (벗는 노출 말고) 이 영화가 영리한 이유는 단 20분안에 주인공과 주변인물의 모든 관계를 설명해 내는 노출의 기술이다. 영화가시작되는 베스의 아파트는 롭이 다시 돌아오는 장소가 되며, 둘이 코니 아릴랜드로 놀러 갔다 돌아오는 장면들이 중간 중간에 나오면서 캠코더 위에 테잎이 겹쳐지는 설정으로 중간중간에 계속 둘 사이를 다시 상기시키며 절박함을 강조시킨다. 말레나를 향한 허드의 일방적 마음이나 릴리와 제이슨의 관계에 대한 짧지만 강한 노출 장면들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어설픈 한국 영화들에서 한시간이 다 되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을 단 20분에 해내는 명민함은 분명히 배워야 할 점이다.

3. 테러에 대한 공포심의 재발견. 911 테러가 벌어져 쌍둥이 빌딩을 잃어버린 맨하탄의 시민들에게 다시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가 날아간다는 설정조차 공포스러운 것이 아닐수 없다. 영화중간에도 정전이 있은후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중에도 테러가 아닌가 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2001년 911 테러는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전 세계인들에게 있어서 정말 큰트라우마다. 이 영화는 맨하탄 시내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통해 마치 CNN 뉴스에서나 볼 것 같던 화면을, 그 공포를 전달해 준다. 그러면서 그와 동시에 결국 정부에서 맨하탄 시내를 불바다를 만들어 버리며 영화를 마무리짓는 것이나 이 필름을 국방부 극비자료로 보관하는 설정을 통해 정부에대해서도신뢰에도물음표를 찍는다.

괴수 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한 신선한 형식은 이 영화의 최대의 강점이자 약점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소재와 형식, 드라마의 세가지 면에서 볼때, 형식에 방점을 찍은 영화다. 그 신선한 형식과 몰입감으로 볼때 이 영화는 최고다. 현실을 적절히 반영한 그 소재도 중간 정도의 평점은 줄 수 있을 정도지만 드라마에 있어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괴물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 따위가 없기에 기승전결이 없고 여기서 끝나는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렇지만 이 형식의 신선함과 노출의 명민함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P.S. 이 영화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은 분명 FPS 를 잘하는 젊은 층일꺼다. 마지막 헬기격추장면에서의 카메라는 마치 콜 오브 듀티 4에서 핵폭발장면을 떠올리게한다. 콜옵4 의 몰입감과 비견할 정도랄까?.

P.S. 2. D 열 8번과 12번에 할머니 두 분이 따로따로 앉으셨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오셔서 그냥 시간 맞는 것으로 무작정 표를 사신것 같은데, 어떻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_= 중간에 나가는 사람도 좀 있었는데 그 중에 계셨을지도. =_=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