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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7 새로울 것 없는 오락물 / 천사와 악마
Telling you.../About Movies2009. 5. 17. 22:59

댄 브라운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다빈치 코드의 세계적 유행은 결국 그의 전작인 '천사와 악마'까지 영화화 하기에 이르렀다. 전작을 연출했던 론 하워드와 톰 행크스가 다시 뭉친 이 영화는 뭐랄까, 논란에서는 적절히 비켜가면서 오락성을 강조한 블록버스터로의 노선을 잡았다.


전작인 다빈치 코드가 좀 발칙한 소설이었고, 소설자체로서의 논란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다루기 예민한 소재였고, 그렇기에 영화는 그 논란으로 인한 흥행적 어드밴티지를 많이 누렸다. 그런데 본 작은 그러기엔 소설이 다루기 있는 소재도 일루미나티라는 존재에 대한 것을 제외하면 논란이 적을 수 있는 소설. 그래서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다. 바티칸이 행해왔던 과학자들에 대한 핍박 같은 요소들에 촛점을 맞추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영리하게 그것들을 조금 비켜서며, 로마와 바티칸의 장엄한 풍광으로 그 논란에서 한발 벗어난다.

스토리는 다 알고 있는대로, 교황이 서거한 시점에서 바티칸을 협박하는 일루미나티의 음모에 대항하는 랭던교수의 행적을 그린다. 그런데 랭던 교수가 하는 것이 그닥 그리 특이할 것이 없다. 비상한 머리와 지식으로 뭘 찾는 다기보단 계속 한발 늦게 범인들을 따라다니는 역할에 그치고, 범인을 미리 예상해서 잡지도 못하고, 결국 모든 사태가 다 정리될 즈음에야 한 역할 크게 하고 마는 수준이다. 이런 존재감없는 주인공들말고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로마와 바티칸의 수많은 성당과 조각상, 거기에 깃들인 역사다.

전작에서의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약했던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대단히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를 구사한다. 론 하워드는 잘 알려진대로 역동적 카메라 사용의 달인이다. 분노의 역류나 파 앤드 어웨이 같은 영화들에서 그의 힘은 빛을 발한다. 상대적으로 조금 정적이었던 뷰티풀 마인드, 프로스트/닉슨 에서도 그는 카메라를 움직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 그 카메라 워크는 로마와 바티칸의 웅장함을 담는데 최고의 앵글과 이동을 잡기 위해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 결과물은 뛰어나다. 영화의 전반을 아우르는 역사적 건물들과 예술품들은 화면안에 훌륭하게 자리잡고 빛을 발한다. 상대적으로 주인공과 인물들이 조금 죽는 것은 어쩔수 없어 보인다.

스토리 라인은 뭐 예상했던 대로의 반전과 평이한 수준이다. 중간에 긴장감 조성은 효과적이었지만, 시종일관 쿵쾅거리던 한스 짐머의 음악은 좀 부담스러운 수준. 한스 짐머는 다크 나이트 음악이 역시 짱이다. 이건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가는 거겠지만 음악은 조금 오버다 싶다.

이 영화는 오락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다. 논란을 넘어선 그 무엇은 없지만, 심각한 고민도 없고, 웃음도 부족하지만, 약간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오락물로서의 역할은 충분하게 한다. 그리고 바티칸과 로마의 성당을 멀리서나마 구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달까? 그래도 아쉬움은 좀 남는다. 종교와 과학의 영원한 갈등은 결국은 뒷전에 밀려나 있기 때문에.

P.S. 기술적으로 좀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을 생각한다면, 중간에 문서보관소 정전 상황인데, 일반적은 저런 잠금 장치들은 정전 상황이나 비상 상황이 되면 열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상황에서 안에 있는 사람이 문을 못 열어서 거기 있는 사람들이 갇힌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겠는가? 그리고 그런 건물에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UPS]) 하나 없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그런 오래된 문서들을 보관하는 보관소라면 항온항습기와 UPS 쯤은 구비해 놓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좀 말이 안되는 부분처럼 보인다. 뭐 없다면 할말 없고. ㅋㅋ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