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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9 어른을 위한 동화 - 토이 스토리 3
토이 스토리는 픽사의 오늘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1995년에 개봉된 토이 스토리는 처음으로 제작된 풀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된 최초의 애니메이션으로 2D에서 힘을 잃어가던 디즈니에 날개를 달아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신선함으로 승부했던 픽사는 그 패기에 더해 아이디어와 이야기의 힘을 더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되었고 수많은 컴퓨터 애니메이션들이 그 뒤를 이었다. 그만큼 그들로서는 경쟁자들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한 지금, 2010년에 그들이 뽑아든 카드는, 1999년의 2편에 뒤이어 무려 11년만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토이 스토리였다.

< 토이 스토리 3 >

* 스포 있음 *


토이 스토리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중에서 유일한 시리즈물이다. 그들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오리지널 스토리와 새로운 캐릭터들로 채워졌지만 유일하게 토이 스토리만은 시리즈물로 그 명맥을 이어왔다. 한편으로는 시리즈물이 되면서 오는 스트레스를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당장 슈렉시리즈만 봐도......) 이렇게 보면 그만큼 픽사로서도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토이 스토리 3가 제작된다고 했을때 기대도 컸지만 걱정도 컸다. 과연 전편의 그 재미와 감동을 11년이나 지난 지금에서 다시 잡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그런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영화는 매우 영리하게 시작한다. 앤디가 어린 시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픽사 스스로 기술력이 발전했음을 드러내기도 하며, 캐릭터들의 매력을 다시 살린다. 또 과거의 모습을 비춰주며 세월의 흐름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관객들로 하여금 그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한다. 기술적인 발전을 뒤로 하고 픽사는 약간은 투박한 예전의 모습으로 캐릭터들을 그려낸다. 메인 캐릭터들이 아닌 배경과 다른 곳에서 그들의 기술력을 집중시키는 대신 메인 캐릭터들은 익숙한 예전의 모습으로 세월의 간극을 느끼지 않게 한다.

잠시 추억에 젖은 관객들은 우리는 받아들인 세월의 흐름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는 장난감들을 보여주며, 여전히 주인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장난감들의 시각에서 얘기를 풀어간다. 장난감들은 대학으로 떠나는 앤디에게서 일말의 희망을 걸지만 탁아소로 기부되고 만다. 거기서 만난 다른 장난감들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새로운 주인을 만난 장난감들은 행복한 엔딩을 맞는다.

재미가 없다면 픽사의 애니가 아니지 않은가. 곳곳에서 보여주는 감자 부부의 몸개그와 피그돈과 렉스의 깨방정, 변함없는 제시와 우디, 버즈의 호흡은 영화를 끌어가는 가장 강한 캐릭터의 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스패니쉬 버젼의 버즈는 색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그 외에 조연 캐릭터로 등장한 랏소와 빅베이비, 켄도 상대편에서 균형을 잘 잡아준다. 보니도 중요한 인간 캐릭터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영화가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아니겠는가. 영화는 미국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중산층 가정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것을 넘어선 보편적인 정서를 그리며, 관객들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한다. 토이 스토리 3 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는 표현하는 사랑이다. 어린시절의 우리는 자연스레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조금 더 자라면서 소위말해 머리가 커지면서 우리는 감정을 숨기는 연습을 한다.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멀리한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스타들을 멀리한다. 나중에 누가 너 어릴때 이거 가지고 놀지 않았냐, 이런 아이돌 좋아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쑥스러워하며 부정한다. 왜 그래야 하는 걸까?

장난감들이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영화의 마지막에 앤디와 보니가 함께 앉아서 앤디가 장난감을 하나하나씩 꺼내며 이름을 알려주고 보니에게 하나씩 밀어주는 그 순간이다. 조금씩 커가며 장난감들을 헌 상자에 집어넣고서는 고물이라고 칭하던 앤디였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그 장난감들에 대한 애정은 없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장난감들은 앤디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함께 남아있는 그들에 대한 앤디의 애정도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토이 스토리는 전편을 접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봐도 좋겠지만, 사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한 어른들에게 눈물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자극제같은.

P.S.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말고 꼭 앉아서 버즈의 스패니쉬 버젼의 뒷얘기를 꼭 감상하시라. 그 부분에 쓰인 스페인 음악은 주제가인 'You've got a friend in me' 의 스페인어 버젼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Yu8GQQctTi4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