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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8 재해석된 고전들 : 전우치 & 셜록 홈즈
Telling you.../About Movies2009. 12. 28. 11:22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두 개의 영화. 두 영화 모두 오래된 고전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영웅적 캐릭터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다. 마침 본 시기도 크게 다르지 않고, 이제 볼 사람들도 많을 것 같기도 하여, 이 두 영화를 묶어서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 스포 있음 *

< 전우치 & 셜록 홈즈 >



두 영화 모두 유명한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고, 캐스팅도 화려하고, 이미 개봉하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최동훈 감독이야 전작들인 <범죄의 재구성> 과 <타짜>에 의해 한국 영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이야기꾼으로서의 명성을 가지고 있고, 가이 리치 감독도 <락 스탁 앤 스모킹 배럴>, <스내치>에서 선보인 감각적인 영상에 힘입어 대니 보일과 함께 영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 오른바 있다. 마돈나와의 결혼과 이혼으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지만 말이다. 약간 다른 스타일의 두 감독이기는 하지만, 전우치와 홈즈라는 캐릭터들을 소재로 한 신작들에 사람들이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가장 먼저 이 두 작품의 제목만을 놓고 살펴봤을 때 가장 특징적인 것은 영화의 제목이 그냥 캐릭터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해리포터와 머시기같은 긴 제목으로 부제를 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슈퍼맨, 배트맨처럼, 단 하나의 캐릭터가 이 영화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정석적 접근이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하나의 메인 캐릭터의 매력에서 출발하겠다는 신호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두 영화는 일부에서 공통점을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첫번째,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오래된 캐릭터의 재해석은 맞지만, 얼마나 많이 사용되었는가는 차이가 크다. 전우치의 경우 영화화는 처음이고, 캐릭터화된 적도 별로 없지만, 홈즈는 숱하게 많은 버젼이 존재한다. 그런면에서 볼때, 가이 리치의 홈즈가 차별화의 측면에 더 신경을 많이 쓴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전우치가 상대적으로 기존의 틀이 적고, 좀 더 자유로울수 있었다. 그래서 전우치는 무대를 과거에서 현재까지 끌어오며 더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한 면은 보인다. 그러나 결과가 그리 좋지는 않아 보인다.

두번째, 버디 무비의 성격을 지닌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메인 캐릭터의 매력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그에게 강력하고 개성 넘치는 버디를 만들어 줘서 콤비 플레이를 유도한다. 다른 조력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영화 모두 메인 캐릭터 2명에게 힘을 실어준다. 이 캐릭터의 유기적 상승 작용은 두 영화 모두 좋다. 전우치에서의 유해진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홈즈의 주드 로는 새로운 타입의 왓슨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보다 더 강해지면서 극에서의 비중도 더 확대시켜 홈즈와 대등한 위치에서의 동료의 위치로 올라선다. 각각 영화 내에서의 두 캐릭터들의 충돌의 시너지도 괜찮다. 두 캐릭터들은 한쪽을 완전히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각자의 판단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며 주인공을 돕기도 하고,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며 극의 진행 방향에 풍부함을 더 한다. 단순한 캐릭터 영화로 끝날수도 있는 작품의 풍부함을 더하는 중요한 조연 캐릭터들인 것이다.

셋째, 감독의 스타일 측면에서 최동훈은 스타일보다 이야기에 강한 감독이다. 이야기에 방점을 찍은 작품들로 성공한 그가 이번에는 스타일과 볼거리에 더 신경을 쓴게 아닐까 싶다. 가이 리치는 스타일에 강한 감독이지만, 이번에는 홈즈의 얘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방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 스타일리시한 것들은 다 이야기를 위해 존재한다. 액션장면의 머리 속에서의 선행이나 후반부의 복기등을 위해 스타일을 아껴두고 약간은 보편적인 연출로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그래서 홈즈는 안정적이다. 그런데 전우치는 좀 아쉽다. 어설픈 CG 가 후반부에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물론 CG 가 많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영화다. 당연하다. 그런데 말이다, 아바타 IMAX 3D 에서 보고 온 사람들이 전우치의 CG 를 보고 뭐라고 하겠나? CG 를 이용한 격투신들을 좀 줄이고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잘하는 것에서 장점을 최대한 뽑아내 보는 것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점에서 전우치는 불합격, 홈즈는 합격이다.

넷째, 배경과 이야기의 신선함 면에서는 두 영화 모두 그리 새롭지는 못하다. 전우치의 경우는 영리하게 시작한다. 도사가 살던 시절의 얘기로 과거상에서 도술을 쓰던 도사들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과 그들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다라는 설정은 잘 활용하면 더 풍부힌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설정들은 좋다, 현세에 사는 신선들이 신부, 점쟁이, 중이 된다는 설정 같은 것은 재미있지 않나, 유해진의 캐릭터도 그렇고) 그런데 그 설정에서 조금 더 자라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홈즈의 경우도 그리 새롭지는 못한데, 이것은 홈즈라는 캐릭터가 가진 정형성의 탈피를 위해 전반부를 거의 다 쓰다보니, 후반부의 얘기들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약간 오버스럽게 빨리 가는 면도 있고, 이번 홈즈는 약간은 액션 영웅적 캐릭터를 구축하려다 보니 치밀한 추리와 수사보다는 그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는 식의 설정을 취했는데, 이것이 홈즈의 남성적 측면을 강조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탐정이라는 그의 본래의 이미지까지 지켜주지는 못했다고 본다.

대충 이렇게 살펴보고 나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전우치는 부족한 이야기의 힘을 메우기 위한 시도는 좋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여러가지 설정과 더 풍부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포기하고 어설픈 CG 로 채워진 화면은 실망을 안겨준다. 캐릭터 자체들은 좋았지만 발전하지 못하는 조연 캐릭터와 최소한의 성격적 성장을 보이는 주인공 캐릭터로 인해 이야기의 입체적 성장은 불가능해져 버렸다.

셜록 홈즈의 경우는 전우치보다는 낫다고 보는데, 홈즈의 경우는 기존 원작의 캐릭터들을 깨기 위해 과감하게 바꿔버린 주인공과 조연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이야기보다는 캐릭터에 방점을 찍었다고 본다. 그리하여 캐릭터는 살아났지만, 원작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불가능했으며, 그를 위해 포기한 감독의 스타일이 좀 아쉽다. 하지만 만약에 시리즈로 탄생한다면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매긴 평점 /
전우치 : 이야기의 전형성과 미숙함을 극복하지 못한 불운한 히어로 / 3.5 (5점 만점)
셜록 홈즈 : 새로움으로 밀고 나가기에는 너무 큰 원작 캐릭터 / 3.7 (5점 만점)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