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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5 현실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영화 / 레이첼, 결혼하다.
Telling you.../About Movies2009. 3. 15. 23:04

영화와 현실은 참 미묘한 관계다. 왜냐하면 현실을 반영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고, 또 영화에서 만큼은 현실을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또, 현실을 다뤘다고 해도 어떻게 표현하는 지의 방식의 차이로도 영화의 호불호도 가를수 있다. 이렇게 보면 영화라는 것이 단순하게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레이첼, 결혼하다 >


잘 알고 있듯이, 이 영화로 앤 해서웨이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그만큼 앤 헤서웨이의 연기도 좋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영화의 형식과 표현방법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의 소재가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니다. 그리 특별한 소재도 아니고 이런 식의 가족들에 대한 드라마는 찾아보면 수없이 많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주목받아야 마땅한데, 그 이유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그 독특한 표현방법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핸드헬드된 카메라로 사람들을 따라다닌다. 흔히들 보게 되는 수려하고 멋있는 카메라 워킹 따위는 없다. 사람들을 뒤에서 따라다니든, 앞에서 기다리든, 그 갈등을 아주 가까이에서 담아낸다. 게다가 편집도 친절하지 않다. 세련되고 연결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미려한 편집 따위도 없다. 그것이 이 영화는 현실을 거칠게 담아낸 날 것의 영화다. 그래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싫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호불호가 나뉠수는 있지만 이 영화는 독특한 형식을 선보인다. 음악을 이용하는 방식과 현실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독특하다. 다른 영화들이 음악을 인위적으로 깔고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쓰인다면 이 영화는 결혼식이라는 배경을 제대로 활용하여 라이브 뮤직으로 음악을 깔아버린다. 불필요한 경우에는 음악을 멈춰버릴 수도 있고,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시간이나 공간의 변동에 대한 것도 자연스럽게 표현이 가능하다. 또, 현실을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 극단적인 핸드헬드를 이용하지만, 결코 감정의 과잉을 유도하지 않는다. 현실의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위한 카메라만 존재할 뿐이다. 심지어 과도한 연출도 없다. 예를 들면, 엄마가 새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에서 킴이 나와서 그걸 바라본다. 그때 보통의 영화라면, 실내등을 켜서 엄마의 얼굴을 보여주고 킴에게 그걸 보게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는 또 하나의 표현이다.

이런 형식의 특이점을 가지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 모두들 심리적으로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다. 킴은 대표적 문제아이고 마약에 빠져 동생마저 죽게만든 집안 대표 문제아 선수를 제외하면 괜찮아 보이는 집안이지만, 사실 다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원인을 만든 것이 킴이라고는 해도, 그 문제를 스스로 키우고 안에서 품고 살고 있는 이 가족들을 보면 현실에 가까운 가족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라는 굴레는 어느 시대에나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한다. 시대가 변화하면 문제도 변화하긴 하지만, 그 문제는 언제나 있는 것이 가족이라는 존재다. 현재 미국의 중산층 가족이 지니고 있는 대표적 문제들을 상징화해서 보여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형식적 특이점을 제외하고서라도 현실의 불편한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아야 할 영화다. 영화 보는 내내 불편하기 그지 없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피할수 없는 얘기다. 똑같은 상황이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당신의 가족을 슬쩍 대입해서 생각해 보자. 당신의 가족에게 카메라가 들어오고, 그것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이 영화보다 나을 자신이 있겠는가?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