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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8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 Shutter Island 2
Telling you.../About Movies2010. 3. 28. 23:17

어렸을 때 정신병자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이상한 사람일 것 같고 무서운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말에 대한 무서움같은 것은 사라졌다. 세상을 겪다보니 그만큼 세상이 더 복잡해지고, 무서워지고,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이 흔해졌다는 얘기와도 통하는 것 아닐까 싶다.

* 스포 있음 *

< Shutter Island >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 만든 4번째 영화인 셔터 아일랜드는 마틴 스콜세지의 특기인 어두움이 깔린 스릴러 영화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라고 얘기를 들었다. 과연 원작과 비교했을때 얼마나 잘 만든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릴러 영화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영화라고 본다.

영화는 1954년 미국에서 정신이 온전치 않은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감옥이 있는 셔터섬에서 실종된 여성의 사건을 수사하게 된 FBI 보안관들이 섬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폭풍우까지 다가오는 섬에서 테디 윌리엄스는 동료인 척과 함께 실종된 레이첼을 찾기 위해 단서를 찾던 중, 이상한 쪽지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영화는 클래식하게 시작한다. 초반부에 주로 쓰이는 와이드 앵글로 섬의 위용을 드러내고, 항공 촬영과 부감샷의 적극적 활용으로 섬이 가진 묘한 압박감을 표현한다. 후반부에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하는 클로즈 업 샷의 적절한 활용으로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한다. 여기서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아무래도 이 영화는 디카프리오가 원 톱인 영화다. 그러다 보니 그의 클로즈업샷이 많고 그 장면들에서의 감정 흐름에 대한 표현도 좋다. 마크 러팔로와 벤 킹슬리, 막스 폰 시도우의 연기도 좋다. 막스 폰 시도우의 포스는 여전하고, 벤 킹슬리와 마크 러팔로는 이중 연기를 잘 소화한다.

배우들 뿐 아니라, 섬과 건물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남북전쟁때 지어진 것이라고 설정된 이 건물들은 음침함과 밝은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섬 자체의 험난한 지형과 궂은 날씨까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쓰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 영화는 이젠 좀 알려졌겠지만, 후반부의 반전이 생명인 영화다. 그런데 이런 영화들이 보통 앞에 뒤를 의심하게 할만한 단서를 좀 심어놓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대 놓고 드러내는 회상신을 제외하고는 척이 총을 이상하게 꽂고 있다 어색하게 내어주는 장면이 그 것들 중 하나가 아닌가 할 뿐이다.

영화의 흐름에 있어 회상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장면들은 테디 윌리엄스의 자기 방어 기재가 스스로에 의해 무너지고 있음을 표현한다. 초반부의 2차대전 참전시의 장면들은 실제로 그가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가상으로 만들어 스스로를 변호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여주고, 아내가 있는 집을 불지른 범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과거 자신의 과거를 제3의 인물에게 투영해 면죄부를 주고자 하는 것. 레이첼이라는 여자가 자신의 아이 3명을 죽인 여성으로 설정하는 것도 자신의 아내를 무고한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나, 수용소의 시체들 틈에 누워있는 레이첼과 여자아이로, 결국 한 사람인 자신의 아이인 것으로 밝혀지지만, 인해 경계가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그가 복용하던 약을 끊음으로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테디는, 래디스는 자신의 아내를 죽인 것은 자신이며 자신의 아내가 조울증으로 집에 불을 지르고 아이 셋을 죽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 테디의 선택은 결국 무엇일까? 마지막 대사인 '사람으로 죽겠는가, 짐승처럼 살겠는가' 에서, 그가 무엇을 선택했을까? 영화는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등대를 비춰주며 그의 선택이 무엇인지, 정말 그의 말대로 생체실험을 하는 수술실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으며 끝낸다. 정말, 테디는 테디인지, 테니가 래디스인지, 래디스가 테디인지, 정말 뇌로 실험하는 곳이 있는 것인지, 끌려가서 대뇌백질이 잘린 건지 아닌건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 영화가 또 하나 생각하게 만들어 준 점이 있다.. 이 영화에서 종반부에서 중요한 대사가 등장한다. 사람이 한번 정신병자라고 찍히면 어떤 행동을 해도 정신병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보이는 것이다.

정신병이란 무엇인가? 평균적인 인간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분석하고 연구해서 의사들이 내린 경험적, 후천적으로 정해지는 하나의 구분이다. 바꿔말하면 상식선을 벗어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정신병자일수 있는 확률이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이 바뀌게 되면, 지금 정신병자인 사람도 정신병자가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미지의 것에 대해 무서워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정의하고 알고 있는 것으로 바꾸려고 한다. 인간의 정신의 영역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오면 정신병이라고 낙인을 찍고 연구해서 새로운 병을 개발하고 치료법도 개발한다. 그 치료법중의 하나가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뇌백질 절단수술 같은 것이겠지. 결국 사람의 뇌를 멋대로 난도질해서 통제가능한 존재로 바꾸는 것이다.

세상은 발전하고, 환경이 바뀌면서 점점 더 인간이 모르던 질병들이 나타나고, 새로운 정신적인 질병도 생겨날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인건지, 아니면 정말 뇌에 흔히들 말하는 이상이 생겨, 비정상적인 것인지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얼마전에 본 에쿠우스가 다시 떠 오른다. 다이사트는 알란을 치료했을까? 그러면 알란은 행복할까? 대뇌백질이 잘려 온순해진 테디는, 혹은 래디스는 행복할까? 공공의 안전을 위해 이들은 희생당해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 모르겠어.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