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ing you.../About Movies2008. 10. 28. 23:06

지난주 개봉했던 두 개의 작품.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작품은 흥행면에서 보면 미쓰 홍당무가 선방을 하고 있다.

사과는 이미 창고에서 오래 묵은 작품이라 신선함이 떨어지긴 하지만 리얼리티로 승부를 건다면, 미쓰 홍당무는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캐릭터로 승부를 건다.



사과의 장점이라면 현실적 캐릭터에 바탕을 둔 연기력의 승리다. 시나리오의 자연스러운 디테일들과 그를 자연스럽게 스크린으로 옮겨낸 배우들의 힘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힘이다. 특히 김태우가 눈물흘리며  '너 나 싫어 하잖아.' 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한번쯤 들어봤음 직한 엄마의 한탄, 첫 만남의 어색함, 전화통화중에도 끊임없이 들리는 주위의 소음등. 이런 사실적 디테일은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이 실제 연인들에게 한 설문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시나리오기에 생동감이 있다.



미쓰 홍당무의 경우도 캐릭터의 힘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 다만, 현실적 캐릭터가 아닌 판타지적 시나리오에 기반해 만들어진 캐릭터를 현실로 가져오는데에 주력한다. 디테일은 분명히 살아있지만, 그 디테일이 현실적 디테일이라기보단 판타지를 현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디테일이라는 것. 사과에서의 디테일은 캐릭터들 옆에서 캐릭터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홍당무에서의 디테일은 캐릭터들을 현실쪽으로 밀어낸다. 캐릭터의 비현실성에 힘을 실어주면서 동시에 현실성까지 부여하는 역할이랄까?

서로 다른듯 보이지만 미묘하게 두 영화는 서로 닮아있다.

그 외의 면들을 보면, 줄거리 면에서는 각자의 특징을 드러낸다. 사과는 현실성이 중요한 요소이니만큼 확실한 결론을 피한다. 현실을 닮아있는 결론이랄까. 미쓰 홍당무는 그와는 반대로 확실한 결론을 낸다. 그 결론의 현실성이나 개연성 여부는 조금은 떨어지지만 확실한 결론을 만들어내 준다. 다만 동기부여의 요소는 미쓰 홍당무가 조금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가 집착하는 모습의 이유라든가, 갈등의 요소들에 대한 응집성은 좀 부족한 편. 사과는 현실에 가까이 있기때문에 오히려 갈등요소에 대한 자연스러운 표출이 가능한 것이 최대 강점.

이 두 작품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것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닮아있다. 그리고 각각의 매력을 각자의 방식으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