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방비도시
소매치기 액션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만든 초반부의 액션신과 빠른 편집으로 구축된 영화의 전반부는 꽤나 흥미를 끈다. 손예진의 팜므파탈 이미지와 연기는 전반부에 꽤 힘을 발휘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모성으로 비중이 옮겨가며 힘을 잃는다.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다. 김해숙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김명민의 캐릭터도 너무 무겁지 않게 잘 만들어져 있다.
한줄 평 : 흥미진진한 좋은 전반부, 루즈한 나쁜 후반부.
2.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필름 포럼 2관에서 상영중인 루마니아 영화. 89년 12월 22일에 일어난 루마니아 공산 혁명이 한 조그만 마을에 미친 영향에 대해 벌이는 TV 토론중 벌어지는 얘기에 대한 영화다. 역사선생은 마을광장에 그날 있었다고 얘기하지만 거짓말이라는 제보가 이어지고 할아버지는 4차원적인 행동으로 일관한다.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16년전의 혁명따위는 별로 의미 없다. 그날은 단지 크리스마스 3일전이었으며 뉴스에서 나온 차우세스크가 축출당하는 12시 8분의 TV를 보고 마을 광장으로 뛰어나왔을 뿐. 마을 사람들에게 혁명, 영웅따위는 없다. 의미없이 자신이 영웅이고 혁명의 주역이라는 주장을 하던 이들에게 마지막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가장 중요한 대사를 날린다. "내일이면 진창이 되어 즐기지 못한다는 것." 영화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가로등의 의미도 곱씹어 볼만 하다.
한줄평 : 명민한 블랙 코미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