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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4 불편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 똥파리 2

평단에서 이미 좋은 평을 듣고 있고, 여러 해외 영화제들에서도 상을 받고 있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영화 자체의 줄거리에 대한 얘기는 특별히 할 것이 없다. 폭력으로 살던 상훈이 연희라는 여고생을 만나 같은 상처를 지니고 있던 서로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 결국.... 뭐 이런 얘기다. 스토리 딱 보면 진부하지 않은가? 그런게 이 영화는 그 맹점을 독립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커버하며 동시에 힘으로 만든다.

< 똥파리 >

* 스포 있음 *

이 영화는 시작부터 욕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욕이다. 욕이 없으면 대화를 이어나갈수 없는 상훈의 캐릭터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정이지만, 많이 불편하게 느낄만한 관객들이 분명히 많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정공법을 택한다. 폭력 장면들에서의 상훈의 모습 자체도 하나의 캐릭터를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어설프게 넘어가거나 미화하려는 시도를 버리고, 정공법으로 맞선다. 이런 씬들을 보면 에너지가 넘치는 상훈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가족들에게, 심지어는 어린 아이에게도 제대로 된 애정 표현을 못하는 왜곡되고 뒤틀린 심리상태와 인간관계를 지니고 있는 이 상훈이라는 인물을 표현시키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다 싶다. 이 캐릭터가 영화의 처음부터 끝을 밀고 나가는 힘을 지닌다. 이 인물이 사물과 사람을 보고 대하는 방식은 우리가 상식선에서 알고 있는 모습을 비웃듯이 넘어버린다. 그래서 이 인물의 다음 행동 패턴을 전혀 알수가 없고, 그것이 폭발력을 지니고 영화를 끌고 나간다. 심지어 상훈이 화면에 없어도 뭔가 터질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캐릭터의 힘.

연출면에서도 클로즈업 샷과 핸드헬드로 마치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것과 같은 현장감으로 관객들을 먼거리에서 객관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중심으로의 적극적 개입을 유도한다. 음악도 극히 드물게 사용된다. 현실세계에서 정말 극적인 음악이 깔리면서 뭐 하는 경우가 없듯이, 이 영화는 현실을 옮겨놨음을 최대의 장점으로 취한다. 세세한 디테일은 이 영화가 지닌 또 하나의 장점. 구로, 관악구 일대에서 촬영된 것 같은데, 디테일이 너무 잘 살아 있어, 부담스러울 정도다. 또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독립영화들의 취약점 중 하나가 연기라는 걸 감안할때,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좋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극의 흐름에 부합되고, 오버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불편한다. 너무 현실적이거든. 불편함을 싫어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영화의 주제는 폭력은 끊기지 않고 계속된다는 것이다. 결국 폭력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다시 폭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결국은 아동 심리학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 유아기에 폭력에 대한 노출을 경험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어떻게 황폐해지는 지에 대한 얘기를 우회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 단순한 폭력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개인의 상황과 배경에 의해 이렇게 더 깊은 얘기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영화인 것.

이 영화는 추천하냐고 물어본다면, 조금은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영화다. 이 영화는 대놓고 불편한 영화다. 그것을 참을 수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욕설과 폭력에 대한 항체가 없고, 그런 행동양식들 뒤에 숨은 진실을 꿰뚫어볼 자신이 없다면, 보지 않기를 권한다. 만약, 자신이 가정 폭력의 피해를 경험했다면 더욱 보지 않기를 권한다. 자신도 보기 싫어하는 뒤틀린 감성을 제대로 후벼파는 영화기에. 역설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보면 자신에 대해 더 알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P.S. 치사하게 플스2 를 사주다니. 제작비가 모자라긴 모자랐나 보다. 플스3도 아니고.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