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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9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들 / District 9 and 9 2
Telling you.../About Movies2009. 10. 19. 22:11

Humanism / 인간다움.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과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정의하는 말이다. 그런데 세상이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는 더 퍽퍽해지고, 인정이나 양보심 따위는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경쟁은 심해져만 가고,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수직적 계급의 상승은 어려워져만 간다. 기회의 평등마저도 찾기 어려워지는 세상. 인간다움이라는 말 자체에 의문을 가질수도 있을만한, 극심한 경쟁과, 물질, 외모만능의 사회로의 진화가 선진국의 기준이 되는 세상.

이런 세상에,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임을 드러내는 외계인들과 인형들. 이들의 소재로 다룬, 9 이라는 공통의 제목을 지닌 두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 District 9 / 9 >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소재와 다른 형식을 지니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된 주제를 다룬다. 바로 인간다움이다.

District 9 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을 한 구역에 몰아넣고 관리하던 MNU 라는 국제기구가 외계인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위해 실수로 외계인 DNA 에 노출되어 버린 주인공을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삼기 위한 음모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얘기다.

우선 이 영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로 소재의 특이함이다. 지금까지의 외계인의 지구 방문기라면 항상 지구침공과 지구 정복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외계인들은 월등한 과학기술을 가졌지만, 지구에 불시착하고 나서 인간들의 통제를 받는 처지가 되고 만다. 언제나 우리보다 우등하다고 느꼈던 그들을 오히려 열등한 상황에 놓음으로 해서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이다.

두번째로, 표현 양식의 선택이다. 만약 이 영화가 일반적인 SF 영화처럼 주인공이 그런 상황을 다 그냥 헤쳐나가는 형식이라면 영화는 매우 늘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Fake Dcoumentary 형식을 이용해서 길어질 수 있는 설명을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연출방식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연결성을 유지하는 방법보다는 편집점을 짧고 간략하게 가져감으로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또, 효과적인 CG 를 이용해 외계인의 감정 표현을 잘 이뤄내서, 인간보다 더 감정 표현을 잘 하게 만들어 냈다.

'District 9' 은 위의 두 가지 요소, 소재와 형태의 특이함을 이용해서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인간다움이라는 것.



그와 비교해 '9'은 소재의 특이함과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의 힘을 빌려 주제를 표현해낸다. '9'은 'District 9'에 비한다면 적이되는 소재 자체는 그리 특이하지 않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멸망의 원천이 된다는 설정은 그리 특이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 원인을 만든 과학자가 자신의 영혼을 9개의 헝겊인형에 나눠서 담았고, 그 인형들이 결국 과학자를 대신해 기계를 없애 버린다는 얘기다. 인류의 구원자로 사람이 아닌, 헝겊 인형 9개가 된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이 인형들은 과학자의 영혼의 각 부분을 대변해 만들어졌고, 이들이 협력해서 결국 과학자가 저지른 잘못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다. 헝겊인형들은 각자 서로 다른 곳에서 깨어나 기계가 만들어낸 괴물들을 피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각 인형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나간다. 7은 강인하게 기계들과의 싸움을 택하고, 1은 조심성을 발휘해 다른 인형들을 보살피며 산다. 2는 은둔형 노인같은 모습으로 살고, 3과 4는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5는 중립적이고, 6은 원천, The Source 에 집착한다. 8은 강한 힘을 가지고 1을 보좌한다. 각자의 주어진 성격대로 살아나가던 이들 인형에게 결단력있는 9이 합류하면서 이 얘기가 시작된다.

9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동선을 실사영화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카메라 움직임을 이용해서 역동적인 화면을 연출한다. 중반부의 액션 시퀀스에 이은 'Over the rainbow' 를 LP 를 이용해 재생하는 장면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두 영화는 인간다움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공통점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과 형식은 많이 다르다. '디스트릭트 9'은 현실과의 접합을 시도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를 배경으로 하여 외계인들을 격리수용 한다는 설정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현실에 맞닿아서 더 현실감을 더 한다. 그리고 외계인의 무기를 갈망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의 탐욕을 묘사하고, 거기에 같은 종족을 위해 기어이 자기들의 행성을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외계인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그린다. 그리하여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외계인과 탐욕에 휩싸인 인간들을 비교하며 그 주제를 더 드러낸다.

그에 비해 '9'은 조금은 환상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한 가정으로 얘기를 풀어간다.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결국 그것을 풀어내는 인간의 영혼에 방점을 찍는다. 인형들이 해결하기는 하지만 그것들도 결국 인간의 영혼이 스며든 것이기 때문이다.

두 영화 모두, 마지막은 조금이나마 희망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는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두 영화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안심시키고, 또 속편을 기대하게도 만들며 끝을 낸다.

외계인과 헝겊인형에게서 인간다움을 배울수 있게 만드는 두 편의 9. 기회가 된다면 꼭 챙겨보길 바란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