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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1 미인도 :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2
Telling you.../About Movies2008. 12. 1. 11:34
미인도가 2주간 흥행 1위를 하다가 내려왔다.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 주위에서 하나같이 들리는 말은 추천작이란다. 이유는 단 하나 '야해서' 란다.




< 당근 스포 있음>

그래, 야하긴 하다. 현대에나 있었을 것 같은 라이브 쇼도 있고, 베드신도 꽤 농도가 세다. 근데 말이다. 섹스신만 이렇게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거다.

이 영화에서 섹스신들이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려면 캐릭터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신윤복의 경우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남자인 것처럼 살아가다 처음으로 남자를 만나 자신의 성에 대한 정체성을 찾게 되고, 섹스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캐릭터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 대한 묘사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 너무 쉽게 넘어가 버리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장과정에서 강요받았던 행동양식과 아버지와 오빠에 대한 생각들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충돌로 인한 갈등과정에 대한 묘사를 조금 더 했으면 그 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에 대한 설명도 나아졌을 듯.
김홍도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신윤복을 보며 가졌을 감정들이 그 전까지는 전혀 티 안나게 잘 숨기고 있었는데, 둘이 섹스하는 것을 보자마자 갑자기 돌변해 버린다. 그 과정전에 커피 프린스에 공유처럼 얘기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는 것 같은 표현을 조금이라도 넣어주면, 김홍도가 왜 신윤복에게 집착하는지에 대해 설명이 더 쉬웠을 것이다. 설화는 그나마 설득력이 좀 있다. 김홍도에 대한 연정을 계속 품고 있는 기생 역할을 추자현이 잘 소화한 덕분이겠지. 

이 영화 스토리가 특이할 것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른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게, 감독은 포인트를 섹스신에 두었다. 문제는 섹스신만 볼꺼면 포르노를 보면 된다. 영화를 보는 목적이 섹스신 감상이 아닌바에야 다른 재미를 넣고 적당히 섹스신이 윤활유 역할을 해주면 좋으련만 캐릭터는 죽여버리고, 스토리는 진부하고, 그렇다고 신윤복이 그림으로 특출난 모습을 좀 더 보여주든지, 초반부처럼 조선시대 풍속화를 그리는 과정과 그 시대의 생활상을 좀 더 보여주든지...... 드라마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다 날려버리고 나니 남는거라곤 섹스신에 밖에 없다.

비슷한 정도로 야하다는 소문이 나서 흥행이 좀 되었던 이안 감독의 '색계'랑 비교를 해 보라. '색계'의 섹스신에서는 긴장감이 넘쳤다. 둘이 섹스를 하고 노출의 강도도 만만치 않게 높다. '색계'의 섹스신에 흐르는 긴장감은 영화의 앞부분에서 충분히 만들어진 탕웨이의 캐릭터와 카리스마로 뭉친 양조위가 강하게 부딪히며 대립하는 동시에 결합하는 시너지 효과를 잘 이용한다면, 미인도의 섹스신은 그냥 이쁘게만 포장하려 애쓴것 같은 느낌이다.

그외에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후반부의 너무 과한 음악 사용도 귀에 거슬렸다. 김영호는 감정전달은 좋았지만 발음을 좀 씹고 톤에 문제가 좀 있었다고 본다. 김민선은 대사가 그닥 많지 않아서 남성톤의 목소리 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그나마 좀 자유로웠다.
좋았던 부분은 신윤복이 새장에 갇힌 비둘기를 보고 자아를 투영하고, 그 비둘기가 나중에 계곡에 죽어있는 걸 본다든지 하는 상징 정도? 추자현의 연기도 괜찮았다.

미인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했고, 그 설정에서 출발했으면 더 심도깊은 캐릭터 창조로 깊이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을 터인데, 포인트를 잘못 잡다보니, 오로지 야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전윤수 감독이 식객으로 좀 주목을 받나 싶더니 다시 파랑주의보 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아쉬울 따름. 식객은 원작의 힘이었음을 다시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