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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1 [주말 영화 감상]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Telling you.../About Movies2008. 7. 21. 15:02

전국 220만 관객(배급사 추산)을 4일만에 끌어모은 괴력의 영화 놈놈놈을 보고 왔다. 개봉 이전부터 워낙 말이 많고 기대도 많이 하게 했던 영화였지만 막상 개봉을 하고 나니 좋지 않은 평들이 여기저기서 들리기에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봤다. 그랬더니 그 결과는.......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이병헌,정우성

개봉 2008.07.17 한국, 1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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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은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의 웨스턴 영화는 아니다. 6-70년대 한국에서 만들어진 B급 웨스턴 영화의 피를 이어받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맞게 그 규모와 기술을 대폭 업그레이드해서 더 볼만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빼 먹었다.

기술의 발전에 걸맞는 이야기의 발전은 놓치고 말았다. 간단히 말하면 액션과 카메라 움직임은 좋지만 그것은 이야기를 위해 있는 것이란 걸 간과한 것. 영화가 개봉하자 마자 쏟아지던 빈약한 스토리에 대한 언급에 대해 약간 걱정은 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아쉬움은 더해 갔다.

영화는 시작부터 모든 것을 오픈하고 시작한다. 지도의 존재부터 어디로 가는지 누굴 이용해서 막으려는지에 대한 모든 것이 오픈되며 시작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극의 축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임에 분명하고 또, 캐릭터들의 등장 비중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였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이후의 진행까지 완전히 열려있다는 것이 문제. 복잡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촘촘함이 문제인 것이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데에 필요한 것은 시나리오와 캐릭터의 조화이다. 놈놈놈의 문제는 개성있는 캐릭터는 있으나 시나리오가 캐릭터에 밀린다는 것. 정우성은 극중 이름보다 정우성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고, 송강호는 언제나처럼 재미있고 개성있는 윤태구의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했지만 역시 송강호의 이름이 더 불려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병헌은 그나마 변신을 좀 소화했다. 스모키 분장의 어색함은 있었으나 악역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듯 보인다. 문제는 이 캐릭터들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시나리오의 힘이 부족한 것.

이야기를 조금 더 복잡하게 끌고가려고 나온 마적들은 왜 나왔는지가 분명하지 않을만큼 애매한 위치에서 극의 끝까지 이래저래 헤매다 끝난다. 일본군은 후반부에 대규모 폭발신을 위한 조연에 불과하며, 정우성의 장총 돌리기 액션신을 위한 보조 연기자들이다. 엄지원, 이청아, 오달수는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류승수가 그나마 조연급중에서 제 역할을 해 줬다.

게다가 액션신들의 존재의 이유는 스토리의 발전을 위함인데 그 소기의 목적을 망각한 채 액션의 향연에만 빠져 있다. 정반합의 원리에 의해 스토리가 발전하는게 아니라 단순한 나열에 불과한 것이 가장 큰 문제. 사막에서의 추격신을 지루하다고 보신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런 액션 영화의 바이블 격으로 보는 '레이더스' 같은 영화를 보면 모든 액션은 하나의 결과를 위해 합이 딱딱 맞아 이어진다. 놈놈놈의 그것도 완전히 이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얘기를 이끌어 나가는 수준은 된다. 그렇지만 그 과정의 치밀함이 떨어진다는 것. 유기적으로 결합된 액션신이 나왔으면 그 대규모 추적신이 조금 더 살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그 외의 부분들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운드는 저음도 풍부하고 박력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음악도 기존의 웨스턴 무비 같은 전형적인 음악이 아니라 달파란과 장영규가 합작한 음악은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를 뽑아냈다. 타이틀 곡인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는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정우성 띄우기에 제대로 사용된다. 사운드와 대사전달의 문제는 정우성만 빼면 양호하다. 여전히 웅얼거리는 그 놈의 대사능력만 좀 고치면 좋겠다.

종합적으로 볼때, 이 영화는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와 시나리오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해 준다. 액션신은 시나리오 없이 놀다가 너무 많아져서 극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흐름을 저해한다. 그래서 더 아쉽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편집 좀 다시해서 좀 많이 덜어내면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김지운 감독이 이번에 욕을 좀 먹을테니 좀 기운내서 다음 영화에선 좋은 결과 냈으면 좋겠다.

P.S. 이 글을 쓰다보니 예전에 '무사'를 보고 적었던 감상평이 자꾸 떠 오른다. 접어두니 읽어보시든지. 그 영화야 말로 과유불급 영화의 원조였으니......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