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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5 틀을 벗어난 음악영화 : 고고 70 2
Telling you.../About Movies2008. 10. 5. 12:23


한국에서의 음악영화는, 그룹 사운드를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는 거의 없다. 생각나는 영화 해 봐야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정도? 그나마 그 영화는 시대적 배경이 현대였지만, 고고70은 배경마저 70년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영화의 시작점인 70년대는 이 영화에게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부여한다.

통상적인 음악 영화하면, 주인공이 무명에서부터 정상에 올라갔다가 다시 추락했다가 다시 부활하는 것으로 보통 마무리된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에서의 가장 주된 갈등은 매우 개인적이다. 마약문제나 집안 문제, 가족문제등의 개인적 문제에 시대적 상황이 더해져서 그 개인의 극복과정의 드라마틱함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고고 70은 좀 다르다. 이 영화는 시대상황이 주인공이다. 개인들이, 한 그룹이 어쩔수 없는 시대상황이 극의 주인공이다.

다른 음악영화의 주인공들이 시대 상황을 이기고 자신을 위한 강렬한 저항으로 존재감을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피해다닌다. 병역을 기피하고 도망다니는 밴드 리더와 밤무대를 전전하며 현실적 저항보다는 돈벌이에 치중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현실에의 저항의식은 찾을수 없다. 그들이 변하는 계기는 육체적 압박을 당하고 난 고문이후다. 자신들의 처지를 깨닫고 나름대로 반항을 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반항이 그리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한다. 이미 앞에서 보여줬던 이들의 현실회피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으며, 발전하는 자아에 대한 표현으로 보기에도 적절하지는 않다.

발전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니라 시대 상황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음악을 매개로 한 시대 상황의 제시라는 큰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낸다. 그렇기에 드라마 자체의 힘은 약하다.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은 부족하고,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한 음악과 무대의 표현은 역동적이어서 드라마의 빈 자리를 잘 채우고는 있지만, 부족함이 완전히 채워지지는 못한다.

고고70은 컵에 물이 반이 들어있는 영화다. 물이 반이나 차 있다고 말하고 싶은가, 아니면 물이 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은가는 보는 이들에게 달려있다. 시대상황에 대한 묘사와 음악에 만족한다면 반이나 있을 것이고, 주인공의 성장과 드라마의 부족에 더 눈이 간다면 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 난 반이나 있다고 말하고 싶다. 70년대 후반, 80년대에 태어난 이들에게 70년대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조금이라고 보여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