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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31 오리지널은 변하지 않는다. : 알레그리아 2
지난 봄에 네비아를 보고 썼던 포스트가 있는데, 그 제목이 '서커스는 진화한다' 였다. 그런데 어제 본 알레그리아는 무슨 김치 냉장고 광고마냥 오리지널의 힘을 외친다. 그만큼 강하고 자신있는 서커스였다.

< 태양의 서커스 : 알레그리아 >



한 마디로 평하지면 알레그리아는 기본에 충실한 서커스다. 스토리의 전달과 강요보단, 순간순간의 즐거움과 무대를 위해 모든 것이 움직이는 시계와 같은, 톱니바퀴와 같은 유기체적인 서커스다.

솔직히 말해서 퍼포먼스의 레벨이나 곡예나 기예 자체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냉정하게 말해서, 하지만 이 서커스는 영리하게도 현장에서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음악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용한다. 무대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과 노래들은 단 한번의 어긋남도 없이 무대의 퍼포먼스를 위해 쓰여진다. 음악과 노래는 철저한 조연의 역할을 수행하다 마지막 엔딩에 가서야 무대의 중앙으로 올라선다.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고, 적절한 높낮이를 조절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조종한다.

무대장치와 조명의 사용도 아주 효과적이어서 퍼포먼스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1부 마지막 부분에서 광대가 사다리에 모자와 코트를 걸고 혼자서 하는 퍼포먼스 부분이었다. 소품의 적절한 사용과 마지막 강렬한 1막 마지막 부분의 효과까지 무대효과를 제대로 사용헀다고 본다.

또,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광대들의 퍼포먼스는 단편적인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이어지며,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 조롱하기도 하고, 기예를 펼치는 단원들을 희화화하기도 하며 서커스의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광대외에도 무대장치를 설치하고 도와주는 단원들도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서커스의 한 축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이 시계를 계속 가게 만든다. 2시간동안의 공연시간동안 우리의 시계는 멈추고 알레그리아의 시계는 계속 흘러간다.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네비아와 같은 서커스도 좋다. 네비아는 다른 시도를 한 것이고, 그 시도도 인정받을만 하다. 하지만 알레그리아는 오리지널 서커스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왜 태양의 서커스가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지, 왜 수많은 공연들이 전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는지를 잘 알려준달까? 퀴담을 놓친것이 정말 한이 되는 밤이었다.

P.S. 공연장이 좀 작기 때문에 뒷자리라고 해도 충분하다. 다만, 가운데로 앉자. 정면에서 봤을때의 구도가 가장 좋다.

P.S. 2 : 하나 더 추가한다면, LG 전자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것인데, 퀴담에 이어 태양의 서커스를 연달아 한국에 소개하면서 태양의 서커스 하면 LG 를 생각나게 만드는 전략이 아주 좋다. 말로만 문화 마케팅을 떠드는 다른 기업들보다 이렇게 확실하게 브랜드를 인지시킬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야말로 1석 2조 아닐까 싶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