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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9 400회 특집 100분 토론을 보고 나니......
Current Affairs2008. 12. 19. 16:33
어젯밤 토론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하나 지적하고 싶어졌다. 그 부분은 다름 아닌 유시민 전 장관이 인사 문제에 대해 지적을 하자, 한나라당과 수구 패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며, 너희는 안 그랬냐고 질타하던 부분이었다. 거기서 유 전장관은 당당하게 얘기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왜 여기가 인상적이었냐면 이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구세력과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 무엇이냐면 '잃어버린 10년'과 '전 정부의 실각'이다. 그러면서 양비론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너희도 그랬잖냐와 같은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생과 같은 태도로 우리 둘 다 잘못했다로 몰고 간다. 한 마디로 진흙탕 싸움을 하자는 거다. 양비론이자 정치에 염증을 느끼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국민이 염증을 느끼게 만들어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되면 가장 유리한건 프레임에 잡아놓은 노년층의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구 세력이 사용하는 정쟁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양비론을 지양하고 권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모두를 자신의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토론과 합의를 이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훌륭한 예가 '검사와의 대화' 였다.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생중계된 검사들과의 토론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뭐였을까? 솔직히 말해서 없다. 실질적 이득은 없다. 하지만 그가 노린 것은 검사 길들이기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토론과 합의를 이용한 민주주의적 의사소통 방식의 데모였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도가 지난 정권에서만 잠깐 있었던 1회성이 되어버렸다는 거다. 지금까지의 정치세력과는 다른 방식으로 민주적 정권을 수립하고 도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1회에 그치고, 다시 한나라당 정권으로 회귀한 지금, 도덕성과 투명성은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우선 이명박 당선부터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수 없다. 그 당시 회자되던 말중의 하나가 '무능보단 부패가 낫다.' 였다. (유능하지만 부패한 사람인 줄 알고 뽑아 놨더니 유능하지도 않다는 게 지금의 문제이긴 하다.) 이런 말이 횡횡하게 유행하고 먹히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도덕성에 대한 의식 수준이다. 투명성도 마찬가지다. 안가도 없어지고 요정정치도 많이 줄어든 것이 지난 10년동안의 성과였다면, 지금은 다시 과거로 회기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접대비 50만원 이상 사용시 기록을 남기게 만들었던 의무조항마저 폐지하려고 한다. 접대비를 이용해 회사들이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이걸 폐지하는 이유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란다. 룸살롱에서 접대비를 많이 쓰면 경제가 살아나는 건지? 난 그 인과관계를 잘 모르겠지만, 그렇단다.
또,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서 그 법대로 다 기록해둔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것도 그렇다. 법 잘 만들었고, 그에 따라 기록 잘 남겨서 넘겨줬겄만, 받은게 없다고 난리를 치고, 공개하라고 난리쳐서 공개한다고 했더니 또 그러지 말라고 하고. (쌀 직불금건에 대한 국무회의 기록 공개 얘기다.) 법을 준수해서 만든 기록물을 이런 식으로 정쟁에 이용하면 누가 제대로 기록을 남길 것인가?

이렇게 이 정부는 도덕성 바닥에서 시작해서 올라올 생각은 않고 그나마 약간 상승했던 투명성을 바닥으로 낮춰 균형을 이루게 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무현 정부가 그나마 틀을 잡아보려고 했던 모든 것을 뒤집어 엎으려고 노력하는 수구세력들을 보면, 지난 10년간이 얼마나 좋은 시절이었는지 떠오른다. ( 어제 백분토론에서 진중권, 신해철이 한말처럼 대통령 씹기가 국민 스포츠 였어도 그때는 걱정 안했다. 지금은 걱정하지만. 잡혀갈까봐.)

어제 정부가 내년엔 잘 할 것으로 믿는다는 결과가 40% 정도 나왔던데, 그 사람들이 정말 잘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희망사항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해 먹겠다고 잡은 자리라고 너무 대놓고 하지 말고, 염치라는 것을 좀 알면서 적절히 해 먹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품어본다. 4년이나 남았는데, 총선도 대선도 4년이나 남았는데, 그 동안에 국민들은 좀 더 깨닫길 바란다.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는 말이 얼마나 잘못된 말이었는지. 부패해도 유능한줄 알았더니 머리속에 삽 한자루 들어있더라는 걸.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몸소 겪고 있지 않나.

늘 말하듯 주어는 없다. 그냥 원칙이 그렇다는 거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