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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9 음악만큼이나 따뜻한 그들 : 스웰시즌 / Live in Seoul 4
Telling you.../About Musics2009. 1. 19. 00:09
엮인글과 같은 일을 겪은후, 드디어 공연일이 되었다! 이미 어제 저녁부터 첫날 공연 후기를 읽었고, 공연이 너무 좋았단 얘기를 들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것이 혹시라도 표를 못 받으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있었다. 혹시라도 까먹었거나, 기획사에서 전달이 제대로 안 되면..... =_= 이런 걱정을 안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 걱정은 기우로 그쳤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기획사 예매쪽으로 가서 얘기를 했더니 이름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이름을 얘기했더니 표를 두 장을 찾아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얘네가 일행인줄 모르고 자리를 완전히 떨어뜨려 놓은 것. 내 자리는 3층의 메세나 석이고, 쑤의 자리는 1층 A 180번 자리였다. 이게 남은 자리를 초대석으로 돌린거라, 바꿔달랄수도 없고, 어쩔수 없이 떨어져서 앉았다. ㅠ_ㅠ 메세나석은 3층과 4층 사이쯤에 있는 귀빈석 비슷한 곳이다. 그래서 전망도 좋고, 탕비실도 있고, 대기실도 있는 그런 곳인데, 여기 앉은 사람들이 다 너무 조용해서 바깥과 격리된 느낌이 들 정도였다. =_=



공연은 6시 5분경에 글렌이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글렌은 예의 20년 되었다는 그 기타를 들고, 사람좋은 미소를 띄고 무대 가운데로 나왔다. 그리고는 Unplugged로 "Say it to me now" 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기전에 잘 들리냐고 관객들에게 물어보고, 음반에 나왔던 그 음색 그대로 열창을 해주며 분위기를 살렸다.

글렌의 목소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약간 탁한것 같기도 하면서, 시원하기도 하고, 여린것 같으면서도 힘이 넘친다. 뭐랄까 자신의 목소리의 매력을 완벽하게 알고 노래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20년이나 그와 함께했다는 그의 기타는 주인 만큼이나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스웰 시즌에 글렌만 있느냐, 그건 아니다. 마르게타는 어느 순간 무대로 나와서 피아노를 치면서 글렌의 목소리에 자신의 목소리를 살짝 얹어서 풍부함을 더해준다. 둘의 화음은 말그대로 화음이 된다. 불협화음이 아닌, 어느 한쪽이 자신이 튀어보이기 위해 빽빽거리는 것이 아닌 말그대로 어울리며 서로를 도와주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공연이 진행되며, 글렌의 밴드인 The Frames 의 멤버들이 기타, 드럼, 베이스, 바이올린을 맡아 무대를 함께 채워주었는데, 이들도 글렌과 오래 함께해온 만큼 조화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스웰시즌도 이 멤버들을 배려해주고 함께 무대를 이끌어 간다. 특히 첫번째 앵콜후에 바이올린 주자인 "Colm" 이 연주한 아일랜드의 정서가 듬뿍 담긴 곡들도 아주 좋았다. 이번 공연은 The Swell Season and The Frames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들의 노래도 많이 연주했는데, 원곡에다 마르게타의 피아노 연주가 더해지고 코러스가 더해져서 곡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Happiness" 라는 곡이 정말 아름다웠고, 연주를 정말 즐기고 공연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어 너무 좋았다. 그의 진심을 느낄수 있었달까?

공연이 진행되며, 중간에 글렌의 동생이 나와 노래를 하기도 했고, 그 중에도 밴드 멤버들이 나와서 그를 도와주고 노래를 마친후엔 둘이 포옹하는 장면도 아름다웠다. "Falling Swoly" 를 부르기전에는 최근 유튜브에 소개가 되어서 인기를 모았던 "정성하"군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자꾸 "숭하중" 그러는거다. ㅎㅎ 아마 동영상 제목을 그대로 외운것 같은데, 귀여웠다. (아래 링크해두니 감상해 보라.  It's awesome!)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지, 관객들에게 후렴구를 따라해 보라고 했었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내 자리는 너무 조용해서 따라 할수가 없었다. =_=

공연 중간에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를 불렀는데,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장난식으로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의 기타 리프를 카피하기도 했고, 폭발적인 기타연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공연을 정말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어제가 기자들도 들어온 공연이고 해서 조금 Formal 한 공연이었다면 오늘 공연은 레퍼토리도 바꿔가며 좀 더 자유롭게 즐긴 느낌이었다.

공연중간에 재미있었던 일은 어떤 남자가 크게 "I Love You!" 라고 외치고, Glen 도 익살스럽게 반응하고, 진지한 노래를 해야하니까 표정관리 해야한다고 하며, 관객들에게 잔재미도 주었다. 공연에 이런 잔재미가 빠지면 서운하기도 하겠지만, 이 공연이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음악이다.

요즘 콘서트를 가 보면 무대에서부터 화려하고 각종 무대장치를 이용해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 무대들과 비교해서 오늘 공연장은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화려한 조명도 없고, 특수효과도 없고, 폭죽도 없고, 하늘을 날지도 않는다. 단지 음악과 진심으로 가득찬 무대였다. 뮤지션의 기본인 음악, 그리고 연주자의 진심. 나는 멀리 앉아있어서 표정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글렌의 미소와 마르게타의 수줍은듯한 인사들. 이들은 그리 길게 말하지 않았고,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지 않았지만, 관객들에게 진심을 보여주었다. 어제 스타벅스에서 만난 그들에게서 느낀 진심을 그들은 그대로 무대위로 가져가 모두에게 더 많이 나눠주었다.

그들은 나에게 행복한 주말과 추억과 진심을 안겨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준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고 싶다. 아, 물론 음반은 다 살꺼다! 화르르~~

P.S. 근데 사진찍지 말라니까 왜 자꾸 플래쉬 터뜨려가며 찍는건지, 참. 하지말라면 안 하면 될꺼 아냐. 카메라 좋은거 아니면 플래쉬 터뜨려도 어차피 안 나온다구. 만약 문화부 장관이 거기 있었으면 성질부터 냈을꺼다. 조심하자. 응?

P.S. 2. 로비에서 노래하던 Mate 라는 밴드를 무대위로 불러올려 노래할 기회까지 만들어 줬다는 그들. 역시 멋진 이들이다!

P.S. 3. 정성하군의 연주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jXl4C76_1nA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