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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2 Isn't he wonderful - Stevie Wonder / Live In Seoul
Telling you.../About Musics2010. 8. 12. 23:58

15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스티비 원더를 만나러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비도 왔다갔다하고 차도 막히고 주차장에 내려 공연장에 가는 길도 멀었다. 도착시간까지 늦어서 8시전에 도착하지도 못했고.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도착해 자리를 찾자마자 공연이 바로 시작되었다.


리모트 키보드를 몸에 매고 나오며 'My Eyes Don't Cry' 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누워서 연주하기도 하고, 키보드를 뒤로 돌려서 연주하기도 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무대의 분위기를 살려나갔다. 일본에서 서머소닉 공연을 마치고 온 후라 좀 피곤해 보이기는 했지만 객석이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자 몸이 풀리는 듯 파워풀한 보컬과 키보드, 피아노 연주로 무대를 장악해 나갔다. 예고된 셋리스트와는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우리가 기대하던 그의 명곡들을 차례차례 연주해 나갔다.

공연 중간에는 불을 다 끄게하고 나지막한 나레이션으로 우리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하고, 심지어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김정일을 만날 수는 없지만 내가 그를 만난다면 얘기할 것이라고, 대화와 소통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그리고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고 증오하지 말자고 역설했다. 스티비 원더쯤 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세 아들들도 무대에서 노래하고 드럼을 치고 탬버린을 치며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무대를 즐겼다.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를 부를때는 큰 아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노래를 짧게 처리해 버린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마지막으로 'Superstition'을 부른 그는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들에게 '사랑합니다'로 즉석 멜로디를 만들어 객석에서 외치게 만들고는 무대 뒤로 코러스의 손을 잡고 사라졌다. 마지막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도 무대에 올라와서 마지막 퍼커션 잼 세션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 공연을 보고 나서 느낀 것은 스티비 원더 그는 정말 원더풀한 사람이다라는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시력을 잃은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그는 악보를 그릴 수도 없다. 작곡을 하려해도 멜로디를 흥얼거리면 누군가가 옮겨줘야 할 것이고, 가사를 붙이려 해도 말로 풀어내면 누군가가 글로 옮겨줘야 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가 세상에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소리와 감각이다. 시각을 잃은 그는 부단한 노력으로 청각과 감각, 그리고 그의 음성으로 세상과 소통해 나갔다. 만약 그가 어릴때 좌절했다면 우리는 그를 만날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공연만 봐도 그렇다. 그가 어떻게 객석의 반응을 알겠는가. 소리 밖에 없다. 그에게 소리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라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공연을 마치며 스티비 원더는 우리가 함께한 이 밤이 있어 행복하다며, blind date 를 한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냥 립서비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우리에게도 정말 행복한 그와의 blind date 를 가진 잊지 못할 밤이니까.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