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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6 염쟁이 유씨 : 죽음의 무게 5

몇개월전 페이퍼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곤 유해진이랑 많이 닮은 아저씨구나하며 그의 기사를 읽기시작 했다. 단순하게만 설명하기 힘든 그의 인생 얘기를 들으며 언젠가 저 연극을 봐야지 라고 다짐했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햇살이 쨍쨍한 거리에 사람은 북적였고 공연장에선 약간 좁은 자리에 늦게서야 입장하는 사람들로 분위기도 약간은 좋지 않았다. 계단의 보조석까지 꽉꽉 들어찬후에야 슬그머니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낸 유씨. 그는 조용히 무대와 객석을 자기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염쟁이 유씨'는 1인극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는 염쟁이 유씨외에는 아무도 없다. 많은 배우들을 좁은 무대에 올려 북적거리게 하는 것 대신 염쟁이 유씨는 관객과의 대화로 극을 끌어간다. 때로는 그들을 웃기고 때로는 놀리며 울리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유씨는 모든 관객들을 자신의 마지막 염을 보러온 사람들로 만들고 자신의 얘기들을 풀어낸다. 이런 설정이야 더 새로울 것 없는 것이지만 죽음을 다루는 염쟁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에 대한 극으로는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 극은 매우 영리하게 그런 어설픈 편견을 깨트린다.

정확히 말하면 염쟁이 유씨는 염이라는 하나의 의식을 소재로 한 인생사에 대한 얘기다. 염의 과정을 마치 전통문화 체험행사인냥 포장해 보여주면서 사실 하고 싶은 얘기는 죽음을 평생 직업으로 다룬 염쟁이의 삶에 대한 얘기인 것이다.

극은 염의 절차에 따라 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을 따라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죽음을 둘러싼 여러 얘기거리들, 자신과 그 가족에 대한 얘기들, 왜 염쟁이가 되었는지가 자연스레 펼쳐진다. 그와 더불어 최근의 장례와 그 절차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과, 사자를 앞에둔 유산싸움등을 희화화하여 표현한다. 그렇다고 결코 가벼울수만은 없다. 한바탕 웃고 즐기는 사이 극은 마지막의 묵직한 펀치를 준비하고 우리를 기다린다. 그 펀치의 위력은 엄청나다. 결국 모든 관객들은 유씨의 마지막 염을 보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애낼수 밗에......

이 연극은 쌍방향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노래를 시키고 술을 먹이고 멸치안주를 먹이고 때론 연기까지 시킨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지휘아래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다. 또 1인 다역을 소화하는 그의 연기 또한 매우 뛰어나다. 아버지 아들 재수없는 장례업자 등. 이 모든 캐릭터들로의 변신또한 극의 통일성을 흐트리지 않고 흥미를 유발하며 극을 적극적으로 즐기게 만든다. 관객들의 머리에 끈을 달고 그들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는 천상 광대같은 배우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으라고 한다면,극 자체에 대한 것보단 관람시설에 대한 것이어서 접으련다. 다만, 한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놓치지 마시란 거다. 단순히 재미면에서만 보면 주말 대학로의 웃찾사나 개콘 공연들의 말장난의 웃음보단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연극이 가지고 있는 무게는 절대 그렇치 않다.

이 연극을 보고난후, 내가 언제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는지 난 잘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내가 본 첫 죽음과 나의 지금. 이런 주제에 대한 가벼운듯하면서 심각하게 던지는 질문. 이것이야말로 오늘 내가 얻은 것 아닐까?

P.S. 이 연극에선 죽음에 대한 여러 명언들을 남긴다. 몇 가지 생각나는 것들.

'죽은 사람 냄새보다 산 사람 썩는 냄새가 더 지독하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잘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