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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rent Affairs2009. 12. 14. 23:53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된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이젠 길거리에서도 전철에서도 아이폰은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수 있다. 이미 1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지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의 휴대전화기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 휴대전화기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여러가지 새로운 기능들과 개념들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아이폰은 새로운 바람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논란을 소재로 아이폰을 통해 바라본 한국과 신자유주의 이론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아이폰이 가지고 온 긍정적 효과는 지금까지의 스펙다운 국내출시의 경향 탈피와 다양한 플랫폼의 경쟁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다. 한국에서는 1등이고, 전세계적으로 2등을 지키고 있는 삼성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들로부터 비난받는 이유중의 하나가 같은 휴대전화의 모델의 스펙다운 관행이었다. 해외 단말기에는 무선 LAN, Bluetooth 등의 고급 기능을 다 넣어 출시하지만 한국에서는 DMB 를 넣고 대산 무선 LAN 기능을 뺀다든지 하는 식으로 스펙을 다운시켜서 출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당장 출시된 T 옴니아 모델과 후속 모델까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심지어는 지금까지 고수해 오던 감압식 터치방식 마서 바꾸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또, 지금까지의 한국 휴대전화기 시장은 외국의 전화기들의 무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레이저 단말기와 초기 스타택 모델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성공한 외국산 전화기나 스마트폰은 거의 없다. 있다 해도 극히 소량이었다. 사실 스마트폰은 삼성이나 LG 에서도 판매하고 있기는 했었다. 그러나 극히 소량의 단말만 유통되었다. 하지만 아이폰 단 하나의 단말기가 16일만에 10만대가 넘게 팔렸다는 사실은 한국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얼마나 아이폰을 기다려왔는지 알수 있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사용자들의 욕구가 대단함을 알려준다.

아이폰, 단 하나의 단말기가 들어오며 이런 변화가 생긴다는 얘기는 바꿔서 말하면 국내 휴대폰 시장의 폐쇄성과 독과점의 폐해를 드러내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장 몇 개월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휴대전화기를 만드는 모든 회사들은 단말기에 WIPI 라는 무선 인터넷 플랫폼을 반드시 설치해야 했다. 외산 단말기들은 해외에서 호평을 받던 단말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판매하려면 다시 WIPI 를 개발해서 설치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고, 들어온다고 해도 많이 팔릴 것인가에 의문이 있었기에 초기에 한국시장에 진출한 모토로라를 제외하면 살아남은 외산 단말업체는 거의 없다. 심지어 노키아는 진출했다 철수, 다시 진출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폐지되기는 했지만 이런 규제들로 인해 외산 단말기가 들어오는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것이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통신사와 단말 제조사들의 횡포로 소비자는 선택을 제한받고 있었던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 자체를 제한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그 규제를 풀기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오히려 기간 산업 보호라는 명목하에 그들을 비호해 왔다.

이런 시장의 상황은 신자유주의에서 말하는 시장 만능주의가 독과점 시장에서는 강자의 편에 설 수밖에 없음을 알려준다. 정부가 규제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통신사들은 정부에서 지정해서 키워왔으며, 시장에서 힘이 없어진 사업자는 정부에서 합병을 시키기도 해서 지금 통신사 빅 3 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결국 정부도, 시장도 강자의 편이라는 얘기가 된다. 통신이라는 국가 기간 산업을 완전 경쟁으로 두지 못한다는 것은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완벽하게 국영기업으로 관리하면 어땠을까? 예전 KT, 한국통신이 국영으로 운영하다 경쟁 논리를 위해 정부는 Dacom 을 설립했고, Dacom 을 민영화하고, KT 마저도 민영화해서 결국은 국가기간 산업이라는 통신사업이 민간 사업자들 손으로 다 넘어간 것이다. 정부에서 규제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정부의 입김이 커지면 커질수록 시장자유주의를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와는 반대되는 것 아닌가? 결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장을 풀어주면, 독과점시장에서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강자들만 살아남게 되는 것. 진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장하준 교수가 얘기하는 '기울어진 경기장' 이론이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고려할만 하다. 신자유주의는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후진국이나 후발업체들에게는 기회의 평등을 주기위해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 정말 공정한 경쟁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시장이 독과점적 지배사업자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면 새로이 시작하는 작은 기업들에게는 비슷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해주는 것이 공정한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원칙에 맞는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대한민국의 재벌들은 70년대에 박정희 정권의 비호를 등에 업고 일부 산업을 키우라는 특명을 받아 시작한 산업들이 많다. 삼성도 제당 산업에서 시작해서 사카린 사건이후, 제일제당으로 독립시키고 나서 반도체와 전자산업에 뛰어들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독재정권을 등에 업고 새마을 운동, 국산품 쓰기 운동등으로 이익을 얻었고, 내수시장에서는 보호관세로 외제품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그 이익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지금과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보면 결국 이들도 공정한 경쟁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시작한 이들이 후발주자들에게 평평한 경기장을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런 주장은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있는 기후 회의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선진국들은 개발과정에서 수많은 유해물질들을 배출해 놓고, 개발도상국들에게 지금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려 한다. 한마디로 똥은 우리가 쌌는데, 싸고 보니 너무 많은 거지, 그러니까 이제 설사를 시작하는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조금씩만 싸란다. 그게 지금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코펜하겐 환경회의라는 곳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국제 사회에서 더 힘도 세고, 돈도 많으니 왜 안 되겠나. 정말 이들이 밀어붙인다면 안 될것도 없다. 한 번 생각해 보라. 화장실이 좀 있으면 넘치겠는데, 덩치 큰 놈이 90% 가깝게 지가 채워놓고, 이제부터는 나도 조금 쌀테니 너도 조금 싸란다. 공평한가?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아이폰 하나로 뭐 이리 거창하게 나가냐는 말을 할 수도 있을 터인데, 사실 더 많은 얘기도 할 수 있지 않겠나? 왜 아이폰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삼성 휴대전화를 까는 것인지, 왜 애플빠는 이렇게 많은데 삼성빠는 그만큼 없는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체의 근본적 차이에 대한 것이라든지. 이런 기술적인 얘기보다는 경제 전체에서 아이폰이 대한민국의 휴대폰 시장과 신자유주의적 경제 논리의 허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다.

결국 아이폰은 단순한 하나의 단말기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휴대전화 시장의 독과점과 규제의 틀을 깰 수 있는 첫번째 계기가 되어준 단말기이며, 지금까지의 불공정한 시장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자유무역과 자유 경쟁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아이폰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또, 과연 지금의 정부가 주장하는 시장만능, 자유무역, 이것들의 위험성과 신자유주의 이론의 헛점에 대해 지금의 정부는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