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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3 5% 부족한 뮤지컬 : 미녀는 괴로워 2
2년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를 뮤지컬로 바꿔서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준익의 영화인 '라디오 스타'와 '즐거운 인생'이 현재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공연을 했었다. 나름 이것은 바람직한 증상이긴 한데, 전에도 언급한적이 있는데, 이건 양날의 검이라 잘못 쓰면 다칠 수 있다. 독창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원작팬으로부터도 욕을 먹고, 뮤지컬 팬으로도 욕을 먹을 수 있는 시도랄까.

< 미녀는 괴로워 >



잘 알려진대로 '미녀는 괴로워'는 동명의 영화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다. 나름 한국 코미디 영화의 최고 흥행작이고 김아중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재미있는 소재이고, 흥행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작품이기에 약간 기대를 한 것도 사실. 오늘 보고온 이 작품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병도 주고 약도 주는게 좋은지, 아니면 당근을 먼저 주고 채찍을 때리는 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우선 병을 먼저 주는게 나을듯.

먼저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에 대해서 짚어볼까 한다. 이 뮤지컬은 음악에서 꽤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시작한다. 영화에서 쓰인 익숙한 세 곡의 노래가 있기에 유리하지만, 이 장점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 이미 유명한 세곡의 노래에서 Theme 이 될 멜로디 라인을 뽑고, 그 멜로디 라인을 강조하고 변주하여 몇가지의 멜로디를 잘 이용했으면 좋았을 뻔 했다. 뮤지컬을 다 보고 나왔는데, 머리속에 딱 남는 노래는 결국 이미 알고 있던, 영화에 나왔던 세곡의 노래밖에 없다. 뮤지컬만의 특색을 살리지 못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사와 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게 정확히 어디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사와 가사 전달이 너무 부정확해서 솔직히 2부는 그냥 영화 기억하는대로 지나가 버리고 이해를 해 버렸다. 문제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좀 고쳐져야 할 문제라고 본다.

또, 무대가 전반적으로 빈 느낌이 든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여럿이 나와 군무를 하는 부분이 아니면 무대가 전반적으로 너무 비어보인다는 것. 그나마 좀 무대가 차 보이는 부분은 수술장면 정도? 그 외에는 무대 전체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무대를 너무 넓게 비워두다보니 의도와는 달리 무대위의 배우들에 집중하기 어렵기까지 했다. 그 이유를 조금 생각해 보니 메인 갈등이 이뤄져야할 6등분의 가장 가운데 부분을 너무 많이 비워놨기 때문. 연극이나 무대의 기본인 6분할 무대 사용법의 기본을 무시한 것 같다. 조명효과도 특별할 것 없이 평이한 수준. 자리가 2층이어서 그랬는지 지나치게 눈이 부셨다는 것도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평이했다. 조연 캐릭터들이 극의 재미를 잘 살렸다면, 주인공들은 평이한 수준. 강한별의 캐릭터의 느낌이 너무 전형적이라 특별한 감정 연기를 느끼기는 힘들었지만, 노래는 정말 잘하더라. 반면 송창의는 캐릭터는 너무 밋밋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가 거의 없고, 디테일도 부족했다. 하는 모션이라 봐야 물 마시거랑, 양복 재킷 단추 푸는 정도? 너무 평면적 캐릭터여서 좀 실망스러웠다. 반면 조연 캐릭터들은 극의 재미를 잘 살려주었다. 의사와 점쟁이를 맡은 분은 영화에서의 이한위씨와는 다른 형태의 재미를 주었다.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대전환과 무대장치등은 좋다. 무대의 배경에 조명과 다양한 장치들을 이용해 공간의 이동과 시간의 변화를 잘 표현해 냈다. 집이나 병원등을 이용하는 무대 장치들도 양호했다. 그런데 무대의 다른 부분을 채우는 데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배경과 도구라기 보단 무대의 일부처럼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다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도 좋았다. 연습을 많이 했는지 음의 흔들림도 적고 성량도 좋아서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대충 끄적이고 나니 병만 주고 약은 별로 안 준듯. =_= 그래도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의 무대장치와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배우들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특색없는 음악과 무대 활용, 대사전달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좀 새로운 모습으로 바꾼다면 좀 더 흥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만족보단 아쉬움이 많이 남는 뮤지컬이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