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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6 삼성을 생각한다. 2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고 한다. 영업이익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반도체 가격이 오른 것이 이번 분기 실적이 크게 상승한 이유라고 한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을 싫어하는 사람은 삼성 제품을 안 쓰냐며, 쓰면서 삼성을 왜 비난하냐는 소리를 누가 올려놨다. 그래서 댓글을 달았다. 나는 삼성 제품을 싫어나는 게 아니라 비자금을 만들고 삼성공화국을 만든 이건희 일가가 싫은거라고.

김용철 변호사가 작년에 발간한 이 책은 아직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 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젊은 층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예전부터 뉴스로만 접해왔던 이건희 일가가 삼성을 장악하고 있는 수법에 대해 적나라하게 서술해 놓은 이 책은 젊은 층이 아니라 전국민이 한 번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재벌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에 대해 지금까지의 어떤 뉴스보다 자세히 알려주고 삼성이 왜 금융지주회사와 계열 분리를 거부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그에 덧붙여서 해 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삼성 공화국을 지배하는 이건희와 그 일가는 정치권력보다 강한 재벌권력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 공화국을 만들고 지금까지 지탱해온 힘은 삼성의 직원들이 빡세게 만들어 낸 반도체와 핸그폰, 삼성생명과 화재에서 끌어들인 돈, 삼성물산이 해외 법인에게 과다 지급후 다시 들여온 돈으로 조성한 비자금들이다. 제왕적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이 정말 가상하다. 이들이 비자금 로비로 정치계, 권력계, 언론까지 주물럭 거리며 삼성만의 공화국을 만들어 가는 동안, 이런 기형적 재벌구조를 키워주고 면죄부까지 준 지금까지의 정부들이 왜 그럴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일러준다.

내부 고발자들에게만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의 변화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을 들었더니 달은 안 보고 손가락에 뭐가 묻었다고 욕하는 격이다. 대한민국 진보세력은 청렴 프레임 때문에 망한다는 말을 부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청렴하지 못한 이들은 원래 그렇다고 놔두면서, 비리를 지적한 사람에게는 청렴함을 요구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 책은 결국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은 포기해버린 전직 검사의 푸념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그 가치는 크다. 저자 스스로가 말하듯 이것은 야사로 남겠지만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삼성의 핵심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기록이라는 측면에서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은 자신의 고발로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었던 고지식한 전직 검사의 자기 고백이다. 그러나 그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결국은 비자금을 합법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온 특검으로 삼성의 입지만 강화하고 이건희는 다시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결과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으랴.

대한민국에서 언제나 뒤로 밀려있는 정직과 청렴이라는 가치가 언제쯤 제일 앞으로 나올 수 있을까? 개발위주의 논리, 성장위주의 논리에 밀려있던 그 가치가 앞으로, 수면위로 올라와 인정 받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새로워 질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손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겠지.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