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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4 조선 시대 성에 대한 발칙한 상상 : 마리화나

2008년 마지막 날 마방진 공연장에서 만난 마리화나. 대놓고 우리나라에서 법을 금지하고 있는 마약을 제목으로 한 이 연극은 발칙한 상상력으로 조선시대 궁에 대한 환상을 깨주고 있었다.

< 마리화나 >

제목마저 발칙한 이 연극은 제목 못지 않은 발칙함으로 조선시대의 궁궐 내에서의 성을 과감히 논한다. 1436년의 세종의 아들로 세자 책봉된 휘지와 그 아내인 봉빈, 그리고 그를 둘러싼 3명의 나인과 2명의 내관의 스캔들로 궁을 뒤집은 얘기를 소재로 했다.

어찌보면 자극적인 소재이기도 하기에 야한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연극은 재미있다. 오달수라는 배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본의 신선함과 합이 맞는 배우들의 앙상블과 참신한 무대연출로 이 연극은 재미를 더한다.

* 스포 있음 *

재치있는 대사들로 극의 재미를 살리고 현대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쓰기도 하고, 윗몸일으키기를 과거로 가져가기도 한다. 현대에 쓰이는 손으로 하는 욕을 최고라는 뜻으로 뒤집어서 역설적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UFO 를 등장시키고 비행차라는 말도 만들어 낸다. 단 한줄로만 쓰여있는 역사의 기록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재치있는 대본으로 극을 잘 창조해냈다. 극의 흐름을 잘 이용한 마지막 반전도 괜찮고 결국은 사방이 통하고 말았다는 결론도 재미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오달수의 약간 표정을 알기 힘든 표정연기와 몸개그도 좋고, 다른 배우들도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를 잘 전달한다. 감정연기도 괜찮다. 봉빈이 세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대식을 택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표현이 조금 부족한 것 같기는 하지만 결론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에 괜찮다. 배우들간의 호흡도 잘 맞고, 잘 어우러진다. 특히 후반부의 합창부분은 능청스러우면서 재미있다. 7명의 배우들중에 누구 하나도 조연이라고 볼수 없을 정도로 모두들 제 역할을 잘 해낸다.

무대 연출면에서는 조금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 무대뒤를 조명을 이용해 적절히 장소이동의 배경으로 사용한 것이 주요했다. 같은 공간이지만 조명을 이용해서 다른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주요했다. 그리고 귀엽게 내려오는 소나무와 칼 같은 것도 재미있다. 문을 사람들이 들고 움직이며 공간을 활용하는 연출도 좋았다.

약간 아쉬운 부분은  트랜지션이 좀 많아서 집중도가 조금 떨어졌다는 것과 사운드 이펙트에서 에코를 사용하는 부분에서의 볼륨문제로 무대위에서의 대사와의 조화가 조금 어색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공연장이 너무 추웠다는 것. =_=

하지만 이 연극에서 제일 좋은 부분이 뭐냐면 진지한 체 하지 않는다는 거다.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역사에서 이렇게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 조금 다른 얘기이기는 한데 얼마전에 봉태규가 나왔던 가루지기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가 망한 이유가 뭐냐면 처음에 성적인 얘기로 가서 재미를 붙이고는 뒤에 가서는 이상하게 감동을 주는, 화합하는 결론을 끌어낼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영화는 대박 망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 영화에도 오달수가 나왔...... ) 재미를 주려고 했으면 재미를 제대로 주면 되는 거다. 마리화나처럼 일장춘몽을 꾸는 것처럼, 잠깐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재미있게 뒤집어 봤으면 되는 것. 이 연극은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

2008년을 재미있게 마무리하게 해준 훌륭한 공연이었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