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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9 Green Day!!!! 4
Telling you.../About Musics2010. 1. 19. 11:46

2010년 1월 18일 저녁 8시. 이상하게 생긴 토끼가 술병을 들고 무대에서 난동을 부리는 걸 보고 있다가 불이 꺼지고. Song of the century 가 흘러나왔다. 지정석에 앉은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빌리 조가 뛰어나오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내한 공연하면 무조건 1시간은 지연되었던 기억이 있던 터라, 제 시간에 시작한다는 안내문을 보고서도 콧방귀를 뀌며 들어갔지만, 정말 8시(!)에 시작되었고, 2시간 45분동안 쉬지 않고 줄창 내달려주었다.

빌리 조는 21년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며, 노래를 시작했고, 공연 시간 내내 관객들을 자리에 앉힐 생각은 전혀 없는 듯, 쉴새없이 관객에게 동참을 요구했고, 아티스트들을 존중하는 한국 관객들은 또 열심히 따라주었다. 무대로 끌어올린 관객들만 6명 정도? 자발적으로 뛰어올라간 아이 하나 제외하면. ㅋㅋ 빌리 조에게 딥 키스를 날린 여자 관객은 평생 간직할 기억을 만들었겠지. ㅎㅎ



그린데이의 무대 매너는 확실했다. 내가 중학교 때인가 그린 데이의 공연 사진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나체로 연주하는 사진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거기까지 가지는 않고, 엉덩이 까기와 상반신 노출까지로 절제(!)했다. 무대로 올라온 관객들에게 내려갈때는 점프를 시키기도 하고, 키스를 당하기도 하고, 물을 뿌리기도 하고, 태극기를 머리에 쓰기도 하고, 누워서 노래하기도 하고. 누워서도 관객들에게 노래를 시키고. 특수장비 따위 없이도, 관객들의 호응을 완벽하게 이끌어 냈다.

공연 중간중간에 빌리가 계속 하던 소리가 "Better(Louder) than America"였다. 또,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미친(craziest) 관객들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기도 한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 쑤랑 얘기한 것이 정말 해외 밴드들이 한국에 오면 한국 관객들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이 단순한 립서비스냐 아니냐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냐면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2006년 메탈리카 내한 공연때에 미군들이 단체로 왔었다. 그때는 잠실 주 경기장을 공연장으로 썼고, 전원 스탠딩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미군들은 담배, 마리화나를 피우고 가져온 맥주를 미리 마셔서인지 벌써 인사불성이 되어있었고, 공연이 시작되고 나자 자기들끼리 슬램을 하며 주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무대에 있는 아티스트들에 집중하기 보단 자기들 흥에 취해 주위사람들까지 기분 나쁘게 만들었었다. 그에 비한다면 한국 관객들은 무대를 이끄는 아티스트들을 존중한다. 어찌보면, 외국에서는 내가 너의 음악을 돈 주고 사서 듣는 소비자이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느낌이라면, 한국에서는 당신의 노래가 좋으니 같이 즐기자는 입장이랄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른 연출들에 있어서는 정석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무대와 연출은 모두 노래를 위해 존재한다. 아티스트에게 집중하는 것이 공연은 최대의 미덕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무대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들중에는 (이승환, 김장훈등이 떠오르는데) 다른 무대효과들에 너무 신경을 써서 노래가 묻히는 경우도 발생한다. 영상물을 지나치게 활용하다보니 아티스트보다는 다른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랄까? 요즘은 그런 것에 너무 익숙하다보니, 오히려 이번 그린데이 공연 같은 정석적인 무대가 더 신선해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사이드에 스크린마저 없다. (좀 찾아보니 이는 그린데이측의 요구라고) 멀리서 얼굴이 잘 안보이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무대에의 집중도는 높다.

노래들이야 뭐 지금까지 그들이 불러왔던 수많은 명곡들로 이뤄진 Set List 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말그대로 최고였다. 새 앨범에 실린 노래들과 그들의 대표곡들이 쉬지않고 흘러나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10대의 비중이 높았던 것 같다. 그린데이의 모든 멤버들은 1972년생, 이제 40이 다 되어가는 나이이고, 10대들이 태어났을 즈음에 나온 노래들을 오히려 10대들이 잘 따라부르기도 했다. 이런 것이 펑크 음악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 길게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지만, 이번 공연은 2010년을 상큼하게 열어준 최고의 공연이었다.

아, 그리고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도우너씨에게 감사를! :)

P.S. 공식홈피를 보니 일본에서의 공연이 21, 23, 24, 25 일로 4번 잡혀있던데, 과연 한국 관객들을 보고간 이들이 일본 관객들을 맘에 들어할까 모르겠다. 시장이 걔네가 훨씬 크니까 안 갈수는 없겠지만. ㅋ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