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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6 ▦▦ 고인의 넋을 뒤로하고, 이제부터는? ▦▦
Current Affairs2009. 5. 26. 00:00
5월 29일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영결식을 경복궁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가시는 모습이나마 볼수 있을까 싶어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오늘도 9시에 시작한 뉴스는 11시 가까이 되어서 마치고, 덕수궁에는 경찰의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며, 시민들이 몇시간씩 기다리며 헌화를 하고 고인을 기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길거리에, 그리고 정부가 차린 분향소까지 전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엄청난 인파들이 몰려들고 있다. (물론 그에 반해 고인을 욕하고, 잘 죽었다며 쌍소리를 날리는 인간 이하의 동물들도 있다. 이런 것들은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창피하다. 욕만하면 다 쿨한줄 아는 것들. 쿨하다는 말이 뭔지나 아나 모르겠다.)

이런 추모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슬슬 이 힘을 어떻게 모아야할지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아까 덕수궁쪽을 잠시 지나쳤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덕수궁끝을 지나 정동극장 앞까지 줄을 서 있었다. 이 모든 사람들이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며 잠시 보고 있자니, 당신들 2007년에는 누구 찍었냐고 물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막바지에 양쪽에서 모두 버림받고 쓸쓸한 임기 후반을 보내지 않았나. 그때는 어디 있다가 지금에서야 다시 나왔나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인 사람들을 보니 아직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부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렇게 포텐셜이 있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거창하게 쓰긴 했지만 나같은 무지랭이 국민이 뭘 할수 있겠나? 그렇지 않나? 나도 막막하다. 그래서 조금 생각을 해 봤다. 민주주의란 것에 대해서. 그랬더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는 이 모든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애도하러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다른 생각은 다 다를 것이다. 모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식성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모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바로 이런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온라인 상에서나 오프라인 상에서 흩어져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던 나같은 무지랭이 국민들이 지금 이 비극적인 사건을 맞이한 이후에야 조금씩 세상으로 나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하여 현 정권과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을 묶을 수 있는 리더쉽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지금 현정권을 옹호하는 보수층들이라고 생각이 다 같을까? 100분 토론을 보니 보수끼리도 열심히 치고 받고 싸우고 하고 있다. 노선도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보면 정권을 잡고 합의해가며 정권 연장을 위한 노력에 서로 힘을 보태고 있고, 어디는 좀 과격하게, 어디는 유순하게, 어디는 언론을 이용해 국민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이어져온 리더들이 있다. 지난 10년간 잠시 힘을 잃기는 했었지만, 다시 권력을 잡고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것으로 좌지우지하려는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나라의 우익화를 위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물론 그 안에서 각자가 원하는 것은 다 다를지언정 그들은 합의를 이뤄내고 잘 뭉쳐있다. 비록 그 논리가 빈약하고, 당위성이 없어도 그들은 서로 보듬으며, 잘 지켜나가고 있다.

그에 반해, 소위 말하는 진보 진영은 어떠한가? 진보 진영은 진중권 교수가 말한 것처럼 이 와중에도 이념 싸움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까지 쿨함으로 대하고, 노동자가 우선이네, 민족민주가 우선이네 하면서 싸운다. 국회에서 10명도 안되는 진보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뉘었고, 진보신당은 그나마 이번에야 처음으로 국회에 등원했다. 그런데도 이념 싸움중이다. 나는 진보가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세상을 자신들이 옳다고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싶어하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그렇게 한번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독재자가 아니라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이라면, 이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완벽하게 자신의 편으로 변화시킬수 없다는 것을 알면 다름을 인정하고, 교집합을 찾아 합의를 이뤄 서로 양보하며 같이 가는 길을 찾아야지, 아직도 이념이 달라서 너와 함께 갈수 없다며 선을 긋는게 우선이다. 진보끼리도 합의를 봐서 큰 방향에 동의를 하면, 함께 노력해서 정권을 잡고 그 세부적인 과정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를 하고, 취할것은 취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이 민주주의다. 100% 모두 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려면, 독재밖에 없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는 진보진영에게는 국민들의 마음을 보수에게서 진보로 돌릴수 있게 하는 좋은 계기다. 하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이명박 정권 타도하자 식의 극단적 구호나 행동의 선택으로는 외면을 받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한 검찰의 수사의 부당성과 현재 행해지고 있는 시청광장 봉쇄, 경찰청장의 망발 따위와 천신일 회장에 대한 수사등, 아직 미결되지 않은 현안에 대한 철저하고 논리적인 공격으로 이번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표를 반려시키며 책임을 검찰에서 끝내려는 이들의 생각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서거가 그렇게 쉽게 잊혀지게 놔둬서는 안된다. 당장 북풍을 이용한 여론 플레이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게다가 하루에 핵실험에, 미사일 3개를 날리는 저들을 보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보수층을 보면, 이들도 절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수층에서야 당사자가 서거한 마당에 왠 정치공세냐며, 지금은 북핵 문제와 경제 문제가 급하다며, 반격해 올 것이고, 보수 언론들은 북한이 저러고, 경제가 엉망인데, 국회에서 왜 철지난 얘기로 이러냐고 검찰에서 책임지고 끝내자고 나올 것이 뻔하다. 이것이 저들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저들이 지금까지 외쳐온 성역없는 수사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까지 무시해 가며 몰아붙인 그 수사방식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 지금 구속된 박연차 회장은 물론 천신일 회장까지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사법부에 대한 공격까지도 끈질기게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적으로는 이렇게 현 정부에 대해 비판하고, 공세를 펼치며, 국민들에게는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 첫번째는 보수 프레임의 파괴다. 대한민국 수립이래로 보수언론들이 만들어낸 부정적 단어들의 대표적인 예를 세가지 꼽자면, '좌파', '빨갱이', '파업'이다. 이 세가지 단어는 거의 세트로 쓰이며, 대한민국의 진보를 국민의 적으로 규정짓게 만든 대표적 단어다. 대한민국에서 진보를 부르짓는 사람은 모두 좌파 소리를 듣고, 조금 북한측을 옹호하면, 좌빨이 되고, 본인의 생존을 위해 파업하면, 좌빨이 선동해서 파업한다고 한다. (무슨 진보 3종 세트도 아니고.) 문제는 이런 프레임에 온 국민이 너무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다. 프레임에 대해 예전에 쓴 글이다. ( http://strike96.tistory.com/112 ) 이렇다 보니, 이걸 깨는데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언론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노동운동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정부가 바라는 것이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인데, 점점 더 노동자의 권익은 줄어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것은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되겠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님은 틀림없다.  

또 하나는, 교육 개혁이다. 이 역시 위와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어렵고 오래 걸릴 것임에 틀림없는 일. 그러나, 큰 목표를 가지고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일 중의 하나다. 하지만 교육 개혁이 성공되게 되면, 프레임에 갖힌 국민들 대신에 깨인 국민들을 가질 수 있을테니, 반드시 해야될 것이다. 이것이 다른 것들보다 제일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기존에 이미 자기 생각이 굳어진 어른들에게 프레임에서 나올 것을 강요해 봐야 씨알도 안 먹힌다. 그들은 이미 살아오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해 왔고, 자신을 믿고 있다. 그런 이들을 바꾸려는 것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교육으로 열린 생각과 올바른 가친관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왜 보수층이, 공 교육감님께서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애들을 빡세게 굴리려고 할까? 그건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부모들을 사교육의 종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자녀들을 위해 뭐든지 하는 부모님을 조정하기 위해 좋은 학교에 가려면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요하고, 경쟁력을 위해 국제중에 가라고 하고, 외고에 가라고 한다. 그러려면 강남 살아야 되고, 학원가에 가까이 살아야 하고, 과외도 받아야 한다. 그러니 강남 땅값은 오르고, 부동산 거품은 꺼질줄을 모른다. 애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 지 깨닫기도 전에 학원부터 죽어라 다니며,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에선 논다. 학교에선 학원 숙제하고, 그래서 대학에 간다. 정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달랑 삼권분립이 다 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대학에 가면 취업전쟁에 다시 뛰어든다. 정치가 지 생활에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깨달을 틈도 없다. 그렇게 군대에 다녀오고, (안 가는 사람이 많을지도.) 졸업하고 취업해서 보니, 그때서야 사회가 좀 이상하다 싶다. 그나마 알아채면 다행이다. 모르면 그 상태로 다시 챗바퀴돈다. 왜? 자기가 그렇게 해 왔거든. 결국 사회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 서야한다. 올바른 교육으로 정치라는 것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게 닿아있는 가를 가르치고, 올바른 사고 방식을 가진 청년층이 자신의 미래와 자신의 아이를 위해 투표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 개혁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거기에 더해 프레임에 갇히기 이전의 아이들부터 그로부터 자유로울수 있는 교육을 실현한다면, 민주주의 사회로의 발전은 그리 요원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음로 지역정치 타파를 위한 노력이다. 진보신당에서는 4,29보선에서 조승수 후보를 울산에서 당선시켰다. 물론 원내 첫 진출이니 축하할 일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지역이다. 울산은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진보적 노동운동을 지지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만약 조승수 의원께서 다른 지역에서 출마하셨다면 당선되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지역색을 넘어서는 정치가 성공하지 힘들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부산에서 계속 실패하시면서도 돌아가서 계속 도전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대구지역에서 박근혜계가 계속 성공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의미일 것이다. 이 지역색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민주사회 구축을 위한 노력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이것들을 이뤄내기 위해서 진보세력이 해야하는 가장 처음 노력은 유연하고 친근한 진보의 이미지 구축이다. 진보라는 말이 가진 부정적 느낌을 지우고, 진보라는 것이 어렵고 과격한 것이 아닌, 우리의 삶을, 우리 아이들의 삶을 사람답게 바꾸기 위한 최소한 노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것을 위해서 처음으로 접근해야 될 대상은 대학생들이다. 투표권을 가지고 있고, 아직 프레임이 물들기 전인 대학생들의 생각부터 바꾸는 것이 더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와 동시에 교육 개혁을 충실하게 추진하고, 보수 프레임과의 싸움을 계속해 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다.

보수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는 진보 언론의 위상을 재고해야 한다. 현재 인터넷 언론들 외에 진보언론은 경향, 한겨례, 주간지로 시사인, 한계리21, 주간경향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게다가 경제지는 하나도 없다. 은근 경제지가 국민들에게 보수프레임을 조성하고 굳건히 하는데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당장 광고가 줄어들어, 어려운 진보언론을 위해 주간지도 구입하고, 후원운동도 하는 것이 조그만 것 같지만 생각보다 큰 일이 아닐까 싶다. 결국 모든 일의 기반은 언론 개혁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것처럼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언론과의 싸움을 그렇게 줄기차게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부분.

정리해 보면,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과제들인 보수 프레임 타파, 교육개혁, 지역정치 타파를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일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부당성에 대한 정당한 정치적 공격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진보언론의 위상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친근하고 긍정적 진보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대전제가 되는 것은 진보의 단합이다. 하나의 이념으로 뭉치라는 얘기가 아니다. 서로 다른 진보의 이념들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권도 잡기전에 이념 싸움으로 힘을 다 소모해 버리는 현재 진보의 상태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대통령님, 천국에선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