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대선에 맞물려 읽기 시작한 책. 구입한지는 이미 6개월이나 지났건만 이제 와서 읽기 시작해서 근 1달만에 다 읽었다. =_= 이렇게 읽기 어려웠던 이유를 꼽으라면 주제 사라마구 특유의 문체와 도입부의 지루함 때문이다.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작가의 소설의 특징은 마침표를 빼고는 어떤 문장부호도 없다는 것과 인물의 이름이 없이 대명사로만 모든 인물들이 불려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눈뜬자들의 도시'에서는 초반부터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게되는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지지만 이 책은 클라이막스라고 할만한 사건이 등장하는 데까지 중간까지 가야한다. 그러다 보니 전철에서 책을 펴들면 3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잠들기 일쑤였다. =_=
뭐 이런 어려움을 딛고 드디어 책을 다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약간은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전편에서의 마지막 장을 덮을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랄까?
< 주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책을 읽으실 분들은 그만 보시라 >
전반부는 사건의 발단이 되는 백지투표에 대한 얘기와 그 사건에 대처하는 정부에 대한 얘기들로 채워진다. 결국 수도에 계엄령을선포하고 수도에서정부의 부처가 모두 철수한 후에서야 제대로 된 사건이 터진다. 내무부장관이 계획한 수도에서의 폭탄테러가벌어진 후에 수도내에서 대통령과 정부관료들에게백색 실명 사태 사이에 눈이 멀지 않았던 의사 아내에 대한 얘기가 밝혀지며 그녀를 백지투표 사태의 주범으로 몰아가기 위한 수사가 시작되지만, 결국 그 수사를 맡은경정은 그녀의 결백을 확신하며 정부의 주장에 반대되는사실을 신문에 공표하고 결국 의사의 아내와 같이 사살되며 책은끝난다.
전편과의비교를 간단히 해 보면.
1. 소재의 유사 : 백색실명과 백색 투표
2. 사태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 없음.
3. 특유의 문체와 등장인물들의 이름 없음
전편과의 차이점이라면
1.사태의 원인 : 백색 실명은 외부로부터 온 것이지만 백색 투표는 개인들의 선택에 의한 것
2. 사태를 보는 시각 : 눈먼자는백색 실명에서도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고 사는 긍정적인 인간들을
묘사한다면, 눈뜬자는 사태에 대해 우매하게 대처하며 자신들만이 옳다고 믿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정부관료들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조작에
의해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게 되는 것을 보면, 정부와 조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배어있다.
이 책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다. 흐름이 밝음에서 어두음으로 간다고 할까? 처음에는 별것 아닌것 같은 무효표 사태가 점점 더 커지면서 본인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정부 관료들에 의해 조작된 테러에 여론 조작을 위한 희생양까지 만드는 것을 보며 인간이 만든 조직이란 것에 대한 불신을 심는다고 할까? 그리고 전편부터 이번편까지 이어져서 등장하는 의사부인의 개마저 죽임을 당하며 마지막 희망마저 없어진다. 게다가 가장 마지막의 마무리까지 암울하다. 눈먼 두 사람이 개가 죽어서 조용해서 좋아졌다며 책의 엔딩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번 대선과 함께 언론의 흐름까지 너무 현실과 투영이 되어 보는 내내 착잡했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줄서기를 시작하는 방송과 신문사들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언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조중동도 얼마 전까진 대통령한테 잘 개겼는데 말이지......)
권력과 언론에 대한 고찰을 위해서라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 봤으면 한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세 발의 총성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