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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5 서커스는 진화한다 - 네비아 : Nebbia 2

서커스하면 요즘은 MC몽 노래가 떠오르고, 그전엔 서커스 매직 유랑단이 떠 올랐고, 그것보다 과거에는 영화나 드라마나 중국 기예단의 창백한 얼굴을 한 소녀가 접시 돌리던 모습이 생각났었다. 서커스하면 어찌보면 한물 간것같은 느낌이었는데, 작년, 퀴담이 들어오면서 그에 대한 인식이 좀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인식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을 '네비아' 공연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들였다.

< 네비아 >

'레인' 과 '노마드'에 이은 3연작 서커스의 한 작품인 '네비아'는 작년에 유럽에서 초연을 가진 신작이다. '네비아'는 이탈리아어로 안개라는 뜻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네비아'는 서커스라기 보단 옴니버스 공연에 가깝다고 본다. 뮤지컬로 따지면 '오페라의 유령'보다는 '캣츠'에 가깝다고 할까?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보단 상황과 배우들의 연기에 따른 옴니버스 공연에 가깝다.

메인에 서는 배우들이 있긴 하다. '곤잘로'와 '스테판'은 공연의 처음을 열고, 중간중간 무대로 나와 관객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이 얘기의 배경을 전달하기 위한 여러가지 지식들을 전달한다. '스테판'의 얘기로 극이 마무리 되는 것도 포함해서. 하지만 스토리가 그리 중요하진 않다. 서커스는 서커스인 만큼, 그 순간순간과 이미지를 즐긴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극이다.

대표적인 이 극의 장면들은 재미있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접시돌리기부터 체조 선수와 같은 유연함을 보이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 환상적인 이미지를 선보이는 무대의 조명장치와 연출, 코믹하기 이를때 없는 장면 전환, 인간의 몸인가 싶을 정도의 유연함을 보이는 파라과이 아저씨를 볼때는 객석에서 비명이 터져나올 정도. 2막의 처음에 트램펄린을 이용한 퍼포먼스도 즐겁고, 실로폰을 두 배우가 번갈아가며 치는 사이에 비처럼 쏟아지는 코르크 마개장면도 강한 인상을 준다.

또, 이 서커스는 음악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극의 전체의 흐름과 어우러지며 극의 분위기를 끌어가는 한 축이 된다. 배우들이 무대위에서 직접 연주하는 음악과 노래들도 뛰어나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야기 전달의 측면인데, 서커스니 그렇지 하며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겠지만, 아쉬움을 떨치기는 힘들다. 그 장면 하나하나를 즐긴다면 충분히 즐거울 테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우리들에게는 약간은 아쉬운 부분인 것도 사실.

서커스 '네비아'는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아주 잘 짜여진 하나의 유기체를 보는 것 같달까? 서커스에 대한 선입견이 좀 있으신 분이라면 한번 관람하고 그 선입견을 조금은 씻어내 보시길 바란다.

P.S. 안개와 할머니는 확실히 뇌리에 남았다. =_=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