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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5 뒤늦은 후기 : 카니발 공연 2
Telling you.../About Musics2008. 12. 25. 23:30

지지난 토요일이 되어버린 13일 저녁, 어두워진 하늘 아래, 올림픽 공원에는 2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단 이틀간 진행되는 11년만에 열리는 카니발, 두 남자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

< The Carnival > 

97년 앨범 발매후에 카니발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한 적이 없는 두 남자가 11년만에 뭉쳤다기에 예매 오픈 일부터 서버가 다운 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두 남자의 각각의 티켓파워에다 카니발의 이름으로 뭉쳐서 나는 시너지까지 기대가 큰 공연이었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은 공연이었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입장을 하려다 보니, 관람객들의 연령대가 역시 높았다. 아무래도 97년도에 카니발의 앨범을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가수와 함께 나이 먹는 것을 즐길줄 아는 현재 20대후반에서 30대정도의 사람들이 많지 않았겠나. ㅎㅎ 입장시에 좀 문제가 있어서 공연시작이 약간 지연이 되었다. 그 와중에 카니발을 연상 시키는 기괴한 탈을 쓴 인형들과 가면을 쓴 여러 무희들과 광대들이 플로어를 돌며 관객들과 사진도 찍고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7시 15분에 드디어 카니발 앨범의 첫 곡인 Carnival – Prelude 가 흐르기 시작했다. 플로어를 돌아다니던 인형들이 무대위에서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그리고 무대가 가운데에서 열리더니 우측엔 현악 연주자들이, 좌측으로는 드럼, 베이스, 기타, 세션과 브라스가 코러스와 함께 서서, Prelude 를 무려 라이브로 들려줬다. 현악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고 정식 오케스트라 수준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갖춰진 현악단 수준은 되었다고 본다. 대중가수 공연에서 현악단을 무대에 박아두고 공연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올해 서태지가 한 번 했었고, 2006년에 넥스트가 한번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는 공연의 목적 자체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목적이 되는 좀 특별한 경우다. 주저리 말이 길었는데, 오프닝에서부터 오늘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더니, 첫곡 '롤러코스터'로 포문을 연 카니발은 2시간 동안 지금까지 본 수많은 콘서트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만족도를 선사해 주었다. 

2시간 좀 넘는 시간동안 총 27곡을 불렀는데, 그 곡 순서는 다음과 같다.


모든 곡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몇 가지를 뽑아본다면.

김동률의 '다행이다'는 스트링을 얹은 후반부가 원곡의 심플하고 강렬함에 풍부함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특히 처음의 무반주로 김동률이 '그대를 만나고'를 부를 때 팬들의 함성때문에 정말 무대가 떠나가는 줄 알았다. =_= 2절로 넘어가며 기타와 드럼, 베이스가 들어간 이후에 현악이 더해지며 곡의 느낌을 더 풍성하게 만든 것은 다시 편곡한 김동률, 소속사에서는 디지털 싱글로 내보자고 하고, 사장님은 아무나 내기만 해라라고 좋아하셨다는 후문이….. 쿨럭. 

이어진 김동률 2연타 콤보는 역시 '사랑한다는 말'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다행이다 까지 3연타 콤보를 맞은 관객들은 거의 실신직전이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곡이 위 사진에 있는 '강' 이란 노래를 부를 때 였다. 경사진 무대를 산처럼 꾸미고, 뒤의 영상과 조명을 조화시켜 사물놀이패가 산을 타고 올랐다가 내려오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출해 냈다. 국악과의 접목도 아주 자연스러웠고, 후렴구의 코러스는 이 곡의 백미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들의 타이틀 곡이었던 '그땐 그랬지'를 들려주고, 잠시 쉬는 타이밍에 '비누인형'을 영상과 함께 들려주었다. 영상과 함께 음악을 들으니 좀 더 가사와 내용에 집중하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각자의 곡들로 2곡을 불러주었는데, 김동률은 '출발'과 '취중진담'. '취중진담'은 김동률의 가장 큰 히트곡 답게 연출이 돋보였는데, 특히 마지막의 빨간 천이 무대위로 내려와 김동률의 뒤를 받쳐줄 때, 시각적 효과가 아주 멋졌다. (본인은 많이 뻘쭘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적은 '달팽이'와 '내 서랍속의 낡은 바다'를 들려줬는데, 바다를 들려줄 때는 천을 둘러놓고, 그 가운데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는데, 그 푸른 천에 조명을 쏴서 바다의 느낌을 살렸는데, 이 연출도 좋았다. 중간에 김진표가 나와서 랩을 하고 다시 들어가고, 다시 나와 랩을 하고 다시 들어갔다. 다들 아쉬워하는 가운데, 이적은 김진표를 설마 이거만 시키려고 불렀겠냐며 안심을 시킨다. 

나름 춤까지 춰가며 캐롤을 하나 부르고선 다음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려준 후, 무대가 돌아가며, 마임 연기자가 나와서 연기를 시작한다. 조그만 몸짓으로 시작해 새가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어지는 곡은 '하늘을 달리다'. 이 공연에서 연결성에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이런 것이다. 무대 내부 배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시간에도 관객들에게 다음 무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이어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왼손잡이'까지 달리고 난 후. '내 오랜 친구들'을 부르며, 깜짝 게스트인 서동욱이 등장했는데, 이때에도 무대는 들썩들썩 했다. 지금은 음악을 접고 살고 있는 그를 섭외하기 위해 김동률이 엄청나게 노력했고, 서동욱의 조건(옷을 내 맘대로 입게 해달라)을 수용하며, 역사적인 게스트 출연을 하게 되었다는 것. 김진표도 등장해 '그녀를 잡아요'를 부르고 나서 마지막 곡인 '축배'와 함께 무대는 닫혔지만, 모두들 진짜 마지막 곡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목 아프게 앙코르를 외쳐주시고, 좀 버티시다가 다시 나온 이들은 '벗'과 '거위의 꿈'을 부르고 공연을 마무리 했다. 

전반적인 공연 평을 한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믿을만한 싱어송 라이터들 답게, 각자의 실력과 개성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의 조합이기에 음악적으로 풍성한 공연이었다. 이적의 약간은 과격한듯한 성향과 마이너한 감성, 김동률의 완벽주의적인 음악과 세심함이 서로에게 반대로 조금씩 녹아들어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공연. 무대의 통일성을 유지한 연출과 다양한 무대장치, 회전 무대를 이용한 연출과 영상의 효과적 활용등, 진일보한 연출을 보여준 성공적인 콘서트 였다.

그렇지만 단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은 공연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단 시설과 관객 수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우선 믹싱의 문제인지 스피커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가사가 잘 들리질 않고, 현악쪽 음색이 많이 묻혔다. 스피커 문제였다면 진작에 손을 봤겠지, 그래서 난 믹싱쪽의 문제라고 보는데,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 의도적인 것일 수도.) 체육관 공연이라는 한계를 핑계삼는다고 해도 이건 너무 안들렸다. 그리고, 공연중에 플래쉬를 터뜨려 사진 찍는 관객들. 찍고 싶은 건 이해하겠는데, 플래쉬는 왜 쓰는지? 나 허락안 받고 찍는다는 걸 그렇게 광고하고 싶은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좋아하는 가수를 촬영해서 간직하고 싶은건 이해하겠는데, 남들 관람까지 방해하면서 찍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매너인건지......  

각설하고, 카니발 콘서트는 겨울 시즌에 크리스마스보다 조금 일찍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은 콘서트였다. 앞으로도 이들이 세월이 흘러가며 같이 서로를 도와가며 같이 음악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김동률은 서동욱과의 전람회 십주년 기념 앨범을 언릉 발매 해 주고, 이적은 살 좀 빼고 다시 예전의 날카로움을 조금 찾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파라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