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ing you.../About Movies2013. 7. 15. 18:30

CG가 발전하면서 영화계는 90년대 초반부터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 우리가 실사라고 믿는 많은 장면들이 사실은 합성임은 조금만 인터넷을 뒤지면 알 수 있다. 게다가 3D 기술의 발전으로 영화들은 더 발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2007년 나왔던 트랜스포머는 실사 로봇 영화의 시작이 되었다. 남아들의 어린 시절의 로망은 로봇과 자동차다. 트랜스포머는 그 두 가지를 절묘하게 혼합시켰지만 외계인이라는 설정이었고, 인간 파일럿이 탑승하는 일본식 로봇이 등장한 적은 없었다.

 

< 퍼시픽 림 >

 

 


퍼시픽 림 (2013)

Pacific Rim 
7.4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찰리 헌냄, 이드리스 엘바, 키쿠치 린코, 찰리 데이, 로버트 카진스키
정보
SF | 미국 | 131 분 | 2013-07-11
글쓴이 평점  

 

 

* 스포(?) 따위 있음 *

 

 

퍼시픽 림은 대놓고 일본식 로봇물에 대한 경애심을 담아 출발한다. 오프닝부터 나오는 카이주라는 표현부터 말이다. 사전적인 카이주에 대한 정의를 화면에 뿌리고, 독일어인 예거(사냥꾼)를 그 대척점에 놓은 자막으로 영화를 시작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차 대전의 전범인 두 국가의 언어로 칭해지는 사냥물과 사냥꾼의 대결은 아이러니다.)

 

 

이 영화는 크기에 대한 집착으로 시작한다. 오프닝 약 5분 정도는 가까운 미래에 태평양 바다에서 나타난 괴수들과 인간이 어떻게 예거를 만들어 대항하기 시작하였는지를 설명하며 시작한다. 뭐 과학적 설명이런거 안 붙이고, 간단하게 현상을 나열하며 영화의 스테이징 작업을 해 나간다. 이 점이 월드워Z 랑은 약간 차이가 있는데, 월드워Z 는 간접적으로 뉴스들과 연출을 통해 정보를 관객들에게 심어준다면, 퍼시픽 림은 관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 상황으로 들어오길 강요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집시 데인저의 출동 장면 시퀀스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사실 이 장면에서 대부분의 남성 관객들은 어린시절 봐왔던 (한국 것인줄 알았더니 실은 일본것이었던) 로봇 만화들이 눈앞에서 실사로 펼쳐진다는 사실에서 압도당할 것이다. 이 첫번째 전투 장면부터 압도적인 크기로 앞으로 이어질 영화의 사이즈를 짐작하게 한다.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며 영화의 진행과정에 대한 힌트를 암시한 후,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이후의 얘기는 평면적으로 흘러간다. 이런 영화의 설정에는 외부의 강력한 적이 있고, 그 적에 대항하기 위한 인간들의 집단에서 생기는 갈등과 봉합, 새로운 돌파구 발견, 해결. 통상 이런 구조로 흘러가는데, 이 영화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전형적인 구조에 재미를 주기 위한 변주와 갈등의 크기 조절이 필요할 터인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성공적이지 못하다.

 

 

주인공의 아픈 과거들은 단조로우며 극복하는 과정도 그리 설득력있지 못하다. 인간들 사이의 갈등은 피상적이고 단조롭고 예상가능하다. 과학자 콤비는 한번의 드리프트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내고, 매우 빨리 이해한다. 오히려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은 주인공이 아닌 스태커 장군이다. 예거 프로젝트를 살려내기 위한 의지를 지닌 영화의 큰 기둥으로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또 하나는 한니발 차우다. 론 펄먼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반대로 말하면 이 영화의 메인 캐릭터들이 얼마나 평면적인지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일본식 괴수 vs 로봇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들을 엄청나게 가져다 쓰고 있다. 그래서 이미 출발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스토리와 설정들의 아쉬움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거대 로봇과 괴수의 대결에 촛점을 맞추고 집요하게 그들의 대결을 보여주며 크기로 관객을 압도하려 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이 영화의 호불호과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실사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크기를 보여주며 벌어지는 로봇과 괴수의 액션의 쾌감으로 다른 모든 부분이 커버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선택의 기로에 선 관객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많이 줄이면서 이 영화의 액션 연출에 힘을 기울인 것이 아닌가 싶다. 홍콩의 암시장 모습이나 한니발의 작업하는 모습등에서 델 토로식 연출들이 드러나는데, 그 외의 액션신들에서는 지극히 전형적인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조금 더 인간들 사이의 디테일에 신경썼다면 좀 더 나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헬기에 실려서 날아오던 집시 데인저가 바다에 떨어져 앞으로 걸어나가는 순간의 무게감은 좋다. 그리고, 최근 대세 작곡가중 하나인 라민 자와디가 작곡하고 RATM 의 기타리스트였던 탐 모렐로가 연주한 주제가도 좋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볼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인간 파일럿이 탑승하는 로봇만화를 어릴때 보고 좋아했는가, 아닌가. 괜히 엄한 사람 끌고갔다 욕 먹지 말고 혼자 보든지. =_=




Posted by 파라미르